이 기사는 2024년 09월 13일 07시4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롯데카드를 3조원에 매각하려면 3년도 더 걸리지 않을까." "진짜로 3조원에 판다면 MBK파트너스로 이직해서 M&A 전문가를 꿈꿔 봐야겠다."롯데카드 매각과 관련해 업계에선 이런 우스갯소리도 나온다. MBK파트너스가 롯데카드 몸값으로 3조원을 희망하는데다 그 가격이 아니면 팔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집하면서다. 1조3800억원을 들여 롯데카드를 인수해 3조원에 팔면 투자수익률은 117%에 달한다.
매각 희망가로 3조원을 고집한 정황은 수차례 있다. 인수 3년차인 2022년에도 한 차례 매각을 추진했다. JP모건을 매각 주관사로 선정하고 하나금융그룹이 인수 후보로 나서는 등 단계를 밟아 나갔지만 불발됐다. 당시 제시한 3조원 몸값이 너무 높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었다.
한 배를 탄 우리은행과도 시각차가 뚜렷했다. 2019년 MBK파트너스와 컨소시엄을 만들어 롯데카드를 인수한 우리은행은 5년 만기 뒤 가치를 약 2조5000억원으로 측정했다. 경영권 인수를 협상하기 위해 찾은 자리에서 2조원대 기업가치를 제시했다.
3조원 이하로는 넘길 생각이 없는 MBK파트너스 속내와 달리 상황은 녹록지 않다. 카드사는 대표적인 저PBR 기업이다. 카드시장 자체가 성숙기에 들어선 지 오래인 만큼 성장에 대한 기대가 희미해진 탓이다. 통상 금융사 PBR은 0.5~0.7배에서 형성된다. 올해 6월 기준 롯데카드 자기자본은 3조3349억원이지만 PBR 0.5배를 적용할 경우 시장에서의 가치는 1조6674억원에 그친다. 경영권 프리미엄을 포함한 0.7배로 계산해도 2조3344억원 정도다.
MBK파트너스와 롯데카드 모두 매각이 급하지 않다며 여유로운 모습이다. 롯데카드 경영진은 지배구조 변동보다는 현상 유지를 선호한다. 최근 1조원 규모 리파이낸싱을 진행한 것도 사모펀드가 통상 5년 뒤에는 인수회사를 판다는 규칙이 깨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다만 어차피 롯데카드를 매각할 계획이라면 시장 눈높이와의 괴리를 줄이는 편이 낫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현재 롯데카드의 자기자본 수준에서 3조원대 몸값을 받으려면 PBR이 0.9배는 돼야 한다. 올해 순이익 2위이자 업계 유일한 상장사인 삼성카드 PBR은 0.55배에 머무르고 있다. KB·신한·하나·우리금융지주 등 다른 금융주들의 PBR 역시 0.3~0.5배 사이에서 형성되고 있다.
매도자로서는 눈높이를 낮추기 쉽지 않다. 하지만 시장과의 간격이 좁혀지지 않는다면 협상이 길어지거나 거래가 다시 불발될 가능성이 크다. 롯데카드가 자본시장에 상장돼 있지는 않지만 피어그룹의 PBR을 기준삼아 평가가치를 내는 만큼 매물 가격은 시장가격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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