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5월 31일 08: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교수님은 보통 선망의 대상이다. 한 분야를 통달한 박사로서, 학생들을 가르치는 스승으로서, 또 십수년 간 수련해 온 전문가로서 그렇다.하지만 "교수님은 싫어요"로 민심이 대동단결된 곳이 있다. 차기 금융감독원장을 기다리는 금융투자업계다. 한해 부침이 많았던 자산운용업계는 특히 그렇다.
교수님 금감원장 알레르기는 왜 생겼을까. 원인은 그동안의 경험이다. 학자 출신의 금감원장이 관료 출신보다 낫지 않다는, 더 솔직히 말하자면 실무를 잘 모른다는 볼멘소리가 터져 나온다. 가장 가까운 예를 찾는다면 최근 퇴임한 전임 금감원장에 대한 불만이 컸다. 금감원 노조까지 교수님 금감원장을 반대하고 나섰다.
학계 출신의 금감원장이 확신을 가지고 소비자 보호에 천착하다보니 명암이 분명했다고 업계는 전한다. 소비자는 보호했으나 업계의 회복은 요원하다는 하소연이다. 라임과 옵티머스가 업계의 과오로 출발했을지언정 해결의 칼을 쥔 금감원장이 지나치게 원칙적인 판단만 내렸다는 이야기다. 대표이사 징계와 전액배상·계약취소 결정이 그랬다. 수탁사·사무관리사까지 포함된 상호 감시체계도 현장을 모르는 설익은 정책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그런데 차기 금감원장 후보는 업계의 바람과 달리 또 교수님이다. 유력 후보의 면면을 살펴보면 금융업과 금융당국 실무를 경험한 교수부터 금감원 분쟁조정위원과 금융위 증권선물위원회 비상임위원 등 굵직한 임무를 수행한 교수까지 거론된다. 이상복 서강대 로스쿨 교수, 원승연 명지대 경영학과 교수 등의 임명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금감원장 후보로 올랐다면 안팎에서 전문성과 경험을 인정한 인물일 테다. 전임 금감원장도 명암이 있었다. 실무만 잘한다고 장(長) 하마평에 올라서도 안 된다. 실무와 정무의 영역은 또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골목식당을 살리는 전문가와 우리 아이를 달라지게 하는 박사님의 실무 능력은 차고 넘치게 인정되지만 차기 장관으로까지 거론하지 않는 이유다. 인사권을 가진 정부의 정무적 판단도 주요 요소다.
인정받은 교수님을 반대하고 나선 업계의 이야기에도 귀 기울여야 한다. 민간 출신을 배척하고 관 출신을 임용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교수님 동상이몽을 깨지 못하면 차차기 금감원장은 아예 감독할 금융사가 쪼그라들 수 있다. 모험자본의 마중물이라던 자산운용업계는 재기불능 상태에 빠져들 위기다.
그 어느때보다도 금융당국과 금융사간 골이 깊은 시기다. 차기 금감원장은 이 간극을 깁고 메우는 데 임기를 다 써야 할 지도 모른다. 임기 동안 금융사와의 싸움으로 이름을 남기고 승리의 족적을 찍고자 한다면, 그 기록을 다음 무대의 발판으로 사용하고자 한다면 달갑지 않은 상황이다.
뚜렷한 족적을 남기지 못하더라도 갈등과 소통의 해결사를 자청할 금감원장은 어디 없을까. 전쟁의 공로가 아니라 업계 안팎의 평화와 번영을 먼저 꿈꾸는 금감원장이라면, 그가 교수님이면 어떻고 관 출신이면 어떻겠는가.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허인혜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2024 이사회 평가]풍산, 평가개선 미흡 불구 승계플랜·견제기능 '고평가'
- [2024 이사회 평가]경영성과 고득점 에스엘, 대표이사 의장 겸직 '옥에티'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선·러스트 벨트' 잡은 공화당, 지역경제 책임지는 현대차
- [더벨 경영전략 포럼 2024]"헤게모니 전쟁 승리 원하는 트럼프, 고금리 정책 펼 가능성"
- '티어1' 현대모비스 '글로벌 OE 40%'의 의미
- [2024 이사회 평가]한국앤컴퍼니, 아쉬운 개선프로세스…견제기능은 평이
- 철강업계의 '아트 오브 더 딜'
- ['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넌 해고야' 최대 유행어인 대통령 "줄건 주고, 받을건 받고"
- HD현대 정기선 수석부회장 승진…결과로 입증한 '리더십'
-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최윤범 "고려아연 투자한 모두가 우호지분"…전방위 호소로 전략 선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