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업 리포트]변동성 골머리 GS칼텍스, '고수익' 석유화학사업 확대⑤6월말 올레핀공장 상업가동…롯데케미칼-GS에너지 합작사에 원료 공급 '수직계열화'
이우찬 기자공개 2021-06-04 09:32:04
[편집자주]
국내 정유사는 1년 새 극과 극을 오갔다. 코로나19로 지난해 정유 4사(SK에너지·GS칼텍스·현대오일뱅크·에쓰오일)는 합계 4조원대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하지만 올 1분기 정유 4사의 합계 영업이익은 2조원대로 올라섰다. 손에 쥐고 있는 원유는 그대로인데 유가 및 정제마진 변화에 따라 평가손익이 극심한 변동성을 보인다. 정유업 외에 석유화학 등으로 사업을 확대하는 이유다. 정유 4사의 사업방향과 재무구조, 미래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01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유업계 2위 GS칼텍스가 실적 변동성을 줄이기 위해 수익성이 높은 석유화학사업 강화에 나서고 있다. 석유화학업체에 납사(나프타)를 공급하던 원료 공급상 역할에서 나아가 직접 화학소재를 생산하는 데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지난 10년 GS칼텍스 전체 매출에서 정유사업 매출 비중은 약 79.6%다. 그러나 정유사업의 전체 영업이익 기여도는 이에 크게 못 미친다. 전체 영업이익에서 정유사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25.0%로 떨어진다. 반면 석유화학은 같은 기간 매출 비중은 16.1%에 불과하지만 전체 영업이익의 49.3%를 책임졌다. 석유화학사업을 확대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GS칼텍스는 올해 석유화학 신규 공장설비(Mixed Feed Cracker 프로젝트) 가동으로 올레핀 시장에 진출한다. 연간 70만톤(t) 규모의 에틸렌을 생산하겠다는 게 큰 그림이다. 올레핀은 원유 정제 과정에서 생산되는 불포화 탄화수소를 뜻한다. 플라스틱, 합성섬유, 합성고무의 소재로 쓰이는 에틸렌은 올레핀 계열의 대표 제품이며, '석유화학산업의 쌀'로 불린다.
GS칼텍스는 에틸렌 생산으로 기존 방향족(아로마틱) 사업 이외로 석유화학 사업부문을 확대해 정유업 실적 변동성을 줄이고 회사 영업이익을 늘린다는 복안이다. 아로마틱은 고리형 구조의 불포화 탄화수소로 독특한 향기를 갖고 있어 방향족 탄화수소로 불린다. GS칼텍스의 주력 석유화학제품인 파라자일렌, 벤젠이 대표적이다.
MFC 프로젝트에는 3년 동안 2조7000억원이 투입됐다. 회사에 따르면 1990년 아로마틱 생산시설 건설을 포함해 석유화학 사업부문 투자액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회사 관계자는 "올레핀 공장은 6월 말 상업 가동을 시작할 예정"이라며 "영업이익 비중 확대 등 구체적인 목표는 상업가동 개시 후 밝힐 계획"이라고 말했다.
◇석유화학 투자 역대 최대 규모…올레핀 공장 상업가동
정유에서 나오는 납사는 화학소재의 기초원료다. 납사를 고온에서 분해하는 과정을 거치면 에틸렌, 프로필렌 등의 기초유분이 생산된다. 정유사는 이를 화학소재를 만드는 석유화학업체들한테 공급해왔다.
GS칼텍스는 올레핀 공장 가동으로 석유화학업체들한테 공급했던 납사를 직접 활용해 화학소재를 생산하게 된다. 석유화학사와 어깨를 나란히 해 직접 필드에서 플레이어로 뛰겠다는 의미다.
회사 관계자는 "GS칼텍스는 원료를 롯데-GS 합작사에 공급하고 합작사가 석유화학제품을 만들어 판매하게 된다"며 "석유화학 사업의 수직계열화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GS칼텍스의 지분 50%를 보유하고 있는 GS에너지는 롯데케미칼과 투자해 여수국가산단에 석유화학 합작사를 설립한 바 있다.
GS칼텍스는 올레핀 공장 가동 이후 석유화학회사로 한 단계 도약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올레핀 대표 제품 에틸렌은 다양한 산업의 기반 원료로 쓰인다.
에틸렌은 중합의 과정을 거치면 폴리에틸렌으로 전환되고, 가공·성형 등의 과정을 통해 일상에서 쓰이는 비닐, 용기, 일회용품 등 플라스틱 제품으로 만들어진다. 업계에 따르면 전 세계 폴리에틸렌 시장 규모는 연간 1억톤으로 추정되며 연 4.2%의 높은 성장성을 보이는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가 밝힌 에틸렌 생산규모 목표는 연 70만톤이며, 폴리에틸렌 연 50만톤이다. 석유화학협회에 따르면 에틸렌 70만톤은 지난해 6월 기준 국내 에틸렌 생산규모에서 5위, 6위인 SK종합화학(86만톤), 대한유화(80만톤)에 버금가는 규모다.
석유화학업체 관계자는 "국내 에틸렌 총 생산량이 1000만톤가량에 좀 못 미치는 수준이라고 볼 때 GS칼텍스 등이 본격 상업생산을 가동하게 되면 시장에는 분명 영향을 주게 되는 규모"라고 설명했다.
◇정유업 실적 변동성 완화 기대
GS칼텍스가 석유화학사로 도약을 꾀하는 것은 글로벌 경기, 국제유가 등이 결정하는 정유업에서 고수익을 기대할 수 없기 때문이다.
정유업계 2위 GS칼텍스는 2010년대 정유업 최대 호황기인 2016~2017년 2년 연속 영업이익 2조원을 돌파했다. 정유 4사 중 2010년대 영업이익 2조원은 GS칼텍스가 유일했다. 유가상승 뿐만 아니라 석유화학 등 비정유부문 이익이 늘어난 게 영업이익 2조원 돌파의 원동력으로 꼽힌다.
GS칼텍스는 그동안 정유, 석유화학 투 트랙을 중심으로 사업을 키웠다. 정유부문은 1995년 국내서 처음 고도화 설비를 만들었고, 2007년 이후 5조원 이상을 투자해 고도화 처리 능력을 늘려왔다. GS칼텍스의 고도화율은 2010년 말 28.3%에서 지난해 말 34%로 향상됐다.
석유화학부문의 큰 줄기는 아로마틱 사업이다. 1990년 9월 연 20만톤 규모의 파라자일렌과 연 50만톤 규모의 아로마틱 제품 생산시설을 건설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을 시작했다. 지난해 말 파라자일렌 135만톤, 벤젠 93만톤, 톨루엔 17만톤, 혼합자일렌 35만톤 등 연 280만톤의 아로마틱 제품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비교적 다각화된 사업포트폴리오를 갖추고 있으나 GS칼텍스도 글로벌 경기와 유가가 쥐락펴락하는 정유업 사이클을 피하지는 못했다. GS칼텍스는 국제유가가 90달러 이상이었던 2011년~2014년 매출 40조원대를 유지했지만, 2015년부터 저유가 시대로 접어들면서 매출은 20조원~30조원대로 떨어졌다. 지난해 매출은 22조원을 기록했다.
2010년대 정유업 최악의 해로 기록되는 2014년과 코로나19 타격을 입었던 지난해는 GS칼텍스도 대규모 손실을 기록했다. 회사는 2014년 영업손실 4563억원, 지난해 영업손실 9192억원을 기록했다. 다만 2014년에는 석유화학부문이 영업이익 2796억원으로 전체 사업 영업손실을 줄였다. 지난해 석유화학부문 영업이익은 14억원이었다.
지난 10년을 보면 석유화학의 영업이익률도 정체기에 접어든 모습이다. 2011~2013년 석유화학 사업부문 영업이익률은 13.3%, 11.9%, 11.0%를 기록했다. 정유업 불황이었던 2014년 4.3%로 바닥을 찍은 뒤 2015~2017년 9.6%, 10.8%, 8.0%를 기록했다. 2018년 이후 5%대 영업이익률로 정체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0%대 영업이익률은 석유화학사업에서 주력인 파라자일렌 스프레드가 좋지 않았던 탓이다.
GS칼텍스는 올레핀사업 진출로 파라자일렌 등 아로마틱 제품에 국한됐던 석유화학 사업을 확대해 포트폴리오를 안정화하겠다는 구상이다. 지난 10년 총 2%대 영업이익률에 머물러 있는 정유업 실적 변동성도 석유화학 사업포트폴리오 확대로 완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GS칼텍스 관계자는 "올레핀 공장 가동으로 회사는 석유화학사로 변신하는 계기를 맞게 될 것"이라며 "영업이익 측면에서 수익성 개선을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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