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그룹 페이사업 열전]"클라우드 없이 쌓는 디지털플랫폼은 모래성"④이해정 KB국민카드 전무, 플랫폼사업 자금 및 인력 운용 진두지휘
이장준 기자공개 2021-06-14 07:41:48
[편집자주]
금융사가 플랫폼 기업의 '상품 제조사'로 전락하는 건 아닐까. 빅테크의 성장에 따라 국내 금융그룹이 안게 된 고민이다. 위기의식을 바탕으로 너도나도 페이 사업에 뛰어들고 있다. 특히 카드사는 간편결제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시너지를 극대화할 방안을 찾느라 분주하다. 쟁쟁한 경쟁자들에 맞서 고객을 사로잡을 묘안을 찾는 게 시급하다. 국내 금융그룹들이 페이사업에 뛰어든 각각의 배경과 차별화 전략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1일 10: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금융사도 정신 차릴 때 됐다. 빅테크에 고객 다 뺏기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일하는 방식부터 버려야 한다."이해정 KB국민카드 플랫폼사업그룹장(전무·사진)은 최근 더벨과 만나 자성의 목소리를 냈다. 금융사들이 덩치만 컸지 이미 페이먼트 주도권을 빅테크에 내줬다는 지적이다.
하지만 기술은 시간의 문제일 뿐 자금과 인력이 있으니 충분히 투자하면 따라잡을 수 있다는 자신감도 내비쳤다. 금융 데이터를 소싱하는 측면에서는 우위에 있어 고객의 선택을 받는 플랫폼을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것이다. KB국민카드의 페이사업 전략을 그에게 직접 들어봤다.
◇'속도·보안성' 우위 클라우드 기반 선구축
이 전무는 '클라우드 전도사'로 통한다. 2019년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아마존웹서비스(AWS) 리인벤트' 행사에 참여한 뒤 충격을 받은 게 계기가 됐다. 이 행사는 글로벌 IT기업인 AWS가 고객과 파트너를 위해 매년 개최하는 기술교육 컨퍼런스로 클라우드 관련 세션과 강의가 이뤄진다.
그는 "사실 클라우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며 "행사에서 호주 NAB(Nationanl Austuraila Bank), 싱가포르 DBS(Development Bank of Singapore)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야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걸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귀국 직후 그는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에게 보고하고 수십 장에 이르는 PPT 자료를 만들어 임원들을 설득했다.
이 전무는 "지금의 디지털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으로 노력이 축적되지 않는 구조"라며 "클라우드를 도입해 선도사들의 척도를 먼저 따라잡은 뒤에 UX를 따라가야 빅테크를 이길 수 있지, 고물 덩어리 같은 레거시(legacy)에 백날 디지털을 구현해봤자 안 된다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KB국민카드 역시 그동안 다른 카드사들과 마찬가지로 자체 전산시스템을 사용했다. 하지만 AWS, 베스핀글로벌(Bespin Global) 등 클라우드에 노하우가 많은 기업들의 도움을 받아 1년 넘게 공들여 클라우드를 구축했다.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과 KB페이는 이 클라우드라는 토대 위에 만들어졌다.
이 그룹장은 "KB페이를 바로 설계하고 뚝딱 만드는 것보다 금융 정책과 트렌드 변화를 읽고 어떤 신규 라이선스가 열리는지 등을 고려해 제대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며 "종합금융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인프라 자체를 클라우드로 설계해 준비 기간이 길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페이먼트를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구축한 건 빅테크, 금융권 등을 아울러 KB페이가 유일하다. 현재 클라우드에는 마이데이터, KB페이, 안심결제클릭, 코드발급 내재화 서비스가 담겼다. 여기에 추가로 고객의 거래(transaction)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메인 서비스를 올해 안에 클라우드로 이관할 계획이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면서 얻은 장점은 빠른 속도다. KB페이 애플리케이션(앱) 내 모든 작업의 로딩 속도를 2초 아래로 맞췄다. 새로운 서비스를 접목할 때도 기존에는 수개월이 소요됐다면 이제는 환경 세팅만으로 2시간 내 도입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그는 "사실 클라우드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했다"며 "행사에서 호주 NAB(Nationanl Austuraila Bank), 싱가포르 DBS(Development Bank of Singapore) 사람들을 만나고 나서야 세상이 바뀌고 있다는 걸 알고 놀랐다"고 말했다. 귀국 직후 그는 이동철 KB국민카드 사장에게 보고하고 수십 장에 이르는 PPT 자료를 만들어 임원들을 설득했다.
이 전무는 "지금의 디지털은 '밑 빠진 독에 물 붓는 격'으로 노력이 축적되지 않는 구조"라며 "클라우드를 도입해 선도사들의 척도를 먼저 따라잡은 뒤에 UX를 따라가야 빅테크를 이길 수 있지, 고물 덩어리 같은 레거시(legacy)에 백날 디지털을 구현해봤자 안 된다고 했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KB국민카드 역시 그동안 다른 카드사들과 마찬가지로 자체 전산시스템을 사용했다. 하지만 AWS, 베스핀글로벌(Bespin Global) 등 클라우드에 노하우가 많은 기업들의 도움을 받아 1년 넘게 공들여 클라우드를 구축했다. 본인신용정보관리업(마이데이터)과 KB페이는 이 클라우드라는 토대 위에 만들어졌다.
이 그룹장은 "KB페이를 바로 설계하고 뚝딱 만드는 것보다 금융 정책과 트렌드 변화를 읽고 어떤 신규 라이선스가 열리는지 등을 고려해 제대로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봤다"며 "종합금융플랫폼으로 거듭나기 위해 인프라 자체를 클라우드로 설계해 준비 기간이 길었다"고 말했다.
국내 시장에서 페이먼트를 클라우드 시스템으로 구축한 건 빅테크, 금융권 등을 아울러 KB페이가 유일하다. 현재 클라우드에는 마이데이터, KB페이, 안심결제클릭, 코드발급 내재화 서비스가 담겼다. 여기에 추가로 고객의 거래(transaction) 속도에 영향을 미치는 메인 서비스를 올해 안에 클라우드로 이관할 계획이다.
클라우드를 기반으로 하면서 얻은 장점은 빠른 속도다. KB페이 애플리케이션(앱) 내 모든 작업의 로딩 속도를 2초 아래로 맞췄다. 새로운 서비스를 접목할 때도 기존에는 수개월이 소요됐다면 이제는 환경 세팅만으로 2시간 내 도입이 가능해졌다는 설명이다.
보안성도 강점으로 꼽힌다. 이 전무는 "현재 모든 금융기관의 서비스가 10개 기능이 뭉쳐져 있다면 하나만 고장 나도 나머지 9개가 영향을 받는 구조"라며 "클라우드를 활용하면 각각이 영향을 받지 않아 안전성, 보안성 측면에서 훨씬 뛰어나다"고 설명했다.
◇종합금융플랫폼 구축해 전 국민 PB 서비스 제공 구상
클라우드 시스템은 오픈뱅킹, 종합지급결제업 등 새로운 서비스나 라이선스를 수용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다. 암호화폐나 디지털화폐(CBDC)도 예외는 아니다.
약 10개월에 걸쳐 토큰서비스프로그램(TSP)을 만들고 특허를 출원했다. TSP를 클라우드에 구현해 암호화폐, 지역화폐, 상품권 등을 카드 가맹점에서 사용할 수 있다. 가맹점에서 결제하면 16자리 카드 pin을 생성하는 구간 암호화 과정을 거쳐 한국은행 정산 프로세스를 타는 식이다. 설령 중간에 정보가 유출돼도 실제 카드번호가 없어 보안이 튼튼하다는 설명이다.
장기적으로는 KB페이 안에 디지털월렛(wallet) 기능을 담을 예정이다. 업비트나 빗썸 등 거래소가 가진 암호화폐를 디지털월렛으로 자유롭게 넘기고 매매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페이먼트는 개인종합자산관리(PFM)와 결합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한다. 이를 토대로 추후 마이데이터가 자리잡으면 전 국민에게 PB(Private Banking) 서비스를 제공해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이 전무는 "결국 마이데이터, 마이페이먼트, 오픈뱅킹 등 서비스가 따로 존재할 수는 없다"며 "KB페이는 데이터 기반으로 PFM과 합쳐지고 추후 계좌 발행 권한이 생기는 종합지급결제업까지 확장되면 진정한 종합금융플랫폼이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금융상품을 추천하는 서비스가 개인화되면 고객의 선택을 받는 플랫폼이 살아남을 것"이라며 "빅테크와 전통 금융사 중에서 누가 그 역할을 잘 해낼지는 아직 모르는 일"이라고 밝혔다.
1965년생인 이해정 전무는 KB국민은행에서 근무하다 KB국민카드로 적을 옮겨 공공사업부장, 상품기획부장, 강동지점장 등을 지냈다. 이후 모바일사업부장과 디지털채널부장을 역임했다. 이동철 사장이 부임했을 당시에는 전략기획부장을 맡아 페이먼트 사업 고도화를 주도했다. 디지털본부장을 지낸 후 현재는 플랫폼사업그룹장을 맡아 디지털과 데이터 부문을 진두지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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