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6월 09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동네에서 이렇게 하고 다니기 쉽지 않죠? 하지만 삥꾸남tv는 가능합니다" 하림그룹의 오너 2세 김준영 과장은 지난해 초 자신의 유튜브 채널명을 ‘삥꾸남tv’로 짓고 분홍색 스타일의 대중화를 위한 콘텐츠를 제작해 방영했다. 삥꾸는 그가 분홍을 익살스럽게 표현한 단어다.첫 도입부터 그는 자신을 핑크를 좋아하는 ‘삥꾸남’이라고 소개하며 어릴 때부터 핑크라는 예쁜 색깔을 여자에게 빼앗긴 것만 같아 안타까웠다고 말했다. ‘멋남(멋있는 남자)’은 핑크도 잘 소화할 수 있다는 걸 증명해 '핑크=여성'이라는 통념을 깨겠다고도 했다.
핑크를 잘 소화하는 삥꾸남의 단계를 초보, 중수, 고수로 나눴다. 패션에 포인트를 주는 정도의 초보에서 분홍색 옷을 자유롭게 입는 중수 그리고 이보다 더 나아간 고수의 단계까지 자신이 지닌 패션 아이템과 이를 입고 촬영한 사진을 보여주며 설명했다.
하림그룹은 오너 2세를 외부에 잘 공개하지 않았다. 그나마 알려진 것은 올해 30살로 지난해 국내에 들어왔고 하림지주에서 근무하는 일반 직원이라는 정도다. 그리고 이미 그룹의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올품을 소유한 후계자라는 점이다.
물론 현재는 김홍국 회장이 경영 일선에서 그룹을 총괄하며 건재함을 과시하고 있다. 그러나 일찍이 후계자를 낙점한 하림그룹의 오너 2세 경영은 시간 문제일 뿐이다. 그를 통해 충분히 머지 않은 하림그룹의 청사진을 그려볼 수 있다는 의미다.
김 과장은 삥꾸남tv에 앞서 5년 전 ‘Video Resume(영상 이력서)'를 제작해 유튜브에 올렸다. 이노베이터, 콜래보레이터, 멀티플레이어로 활약한 자신의 경력을 소개하는 영상 속에서 젊은 혈기가 더 없이 느껴졌다.
어찌 보면 축산업에 뿌리를 둔 보수적인 이미지의 하림그룹과는 상반된다. 더군다나 그룹 내에는 10년 이상의 장수 CEO는 물론 20년 가까이 자리를 지키고 있는 임원들도 수두룩하다. 그곳에서 오너 2세 젊은 피가 생동할 수 있을지 의문도 생긴다.
분홍색을 좋아하는 자유로운 영혼의 김 과장으로서는 지긋한 연배의 임원들과 세대 차이를 넘어서 소통을 해나가야 한다. 나이로만 치면 주요 계열사 하림식품을 이끌고 있는 1948년생인 이강수 부회장과 40년 이상이 차이난다.
대부분의 기업은 끊임없는 혁신과 도전을 전면에 내세운다. 그러나 모두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시대에 뒤처지기도 하고 제 자리에 머무는 일도 수다하다. 오너 2세가 이끄는 미래의 하림그룹은 이를 실현해낸 모습일 지 기대되는 대목이다.
지금은 활동을 중단했지만 한때 유튜버를 꿈꿨던 '이노베이터' 김 과장이 그리는 하림그룹의 미래 모습은 어떨까. 그는 영상 말미에 이런 문구를 남겼다. 'Real man wears pink(찐남은 삥꾸를 입는다)' 그가 경영 전면에 나설 미래의 그날도 '찐남'이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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