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보신탁, '새둥지' 효과 본격화…자본금 3위로 껑충 증자 후 1600억으로 증가, 자기자본은 3000억…책준·차입형사업 확대 기반
고진영 기자공개 2021-06-21 16:05:43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7일 13: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자본금이 업계 꼴찌 수준이던 교보자산신탁(옛 생보부동산신탁)이 재무여력을 대폭 확대할 전망이다. 유상증자를 통해 교보생명으로부터 대규모 자금을 수혈받기로 했다. 책임준공형과 차입형 토지신탁, 리츠사업 등으로 포트폴리오를 넓히고 있는데 사업동력에 부스터를 마련한 셈이다.교보생명은 100% 자회사인 교보자산신탁에 7월 6일자로 1500억원을 출자한다. 출자목적물은 보통주 65만94주이며 교보자산신탁의 자본 확충을 위한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증자가 이뤄지고 나면 교보자산신탁의 자본금은 업계 최저 수준인 100억원에서 1600억원으로 훌쩍 뛸 전망이다. 신탁업계에서 가장 많은 자본금을 보유 중인 한국토지신탁(2525억원), 올해 증자한 한투부동산신탁(2000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많은 자본금을 확보하게 된다. 자본금만 따지면 수위권에 가깝다.
자기자본 역시 업계 7위까지 도약할 수 있다. 3월 말 기준 교보자산신탁의 자본총계는 1449억원, 증자 이후로는 3000억원 수준까지 증가할 예정이다.
교보자산신탁은 1998년 100억원으로 설립된 이래 한 번도 자본금을 키우지 않았는데 유상증자가 단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당초 교보생명과 삼성생명이 지분을 50%씩 나눠 가지고 있다 보니 자본확충에 소극적이었다. 명확한 지배주주가 없는 공동 경영체제인 만큼 적극적 지원이나 리스크 높은 사업 투자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변화가 생긴 것은 2019년 8월 교보생명이 삼성생명 몫까지 모두 인수해 교보자산신탁의 단일주주가 되면서부터다. 줄곧 저위험 저수익의 담보신탁에 치중된 포트폴리오를 고수했으나 작년 책임준공형과 차입형 토지신탁에 처음 진출하며 공격 경영으로 기조를 전환했다.
배경에는 시장 경쟁에 뒤쳐지고 있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교보자산신탁은 14개의 신탁사 가운데 네 번째로 등장한 선두주자다. 그러나 보수적 경영 스타일 탓에 매출 기준 점유율은 하위권에 머물러 있었다. 지난해의 경우 순위가 신규 신탁사 3곳을 제외한 기존 신탁사 중 가장 끝단으로 밀려났다.
게다가 최근 들어선 신생사인 신영부동산신탁, 한투부동산신탁, 대신자산신탁 등까지 차례로 각각 700억원, 1500억원, 500억원 규모의 증자를 결정하며 덩치를 불렸다.
업계 관계자는 “경쟁사들 다수가 3000억원 이상의 자기자본을 보유하고 있는 데다 신생 신탁사들까지 줄줄이 증자에 나섰기 때문에 교보신탁의 유증은 사실 예상된 수순”이라며 “책준형이나 차입형, 리츠사업을 확대하기 위해서도 재무여력을 키울 필요를 느꼈을 것”이라고 말했다.
교보자산신탁은 지난해부터 사업 구조 개편에 바짝 매진하고 있다. 담보신탁을 줄이고, 이렇게 아낀 영업력을 책준형 토지신탁과 차입형 토지신탁으로 돌리는 방향이다.
실제 2019년 담보신탁 보수로 323억원을 벌었지만 지난해는 243억원을 기록해 24.6% 이상 줄었다. 담보신탁 보수가 감소한 것은 2012년 이후 8년 만이다. 반면 토지신탁 보수는 2019년 157억원에서 작년 220억원으로 크게 뛰었고 전체 신탁보수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45% 이상으로 약진했다.
구체적으로 책준형 신탁의 경우 지난해 4월 경기 수원시 호매실지구 내 복합상가 신축 사업에 대해 계약을 체결하면서 첫 수주고를 올렸다. 지역별로는 경기와 수원 등 수도권이 대부분이고 이밖에 세종시와 대구 등 지방거점도시들을 중심으로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차입형 신탁은 작년 12월 첫 수주에 성공한 이후 지금까지 4건의 계약을 따냈다.
이밖에 리츠사업도 눈에 띄게 확대 중이다. 애초 교보자산신탁은 2011년 리츠 자산관리회사(AMC)로 설립인가를 받은 이후 다소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러나 2019년 테헤란로 삼성동빌딩을 매입하면서 리츠 운용자산을 크게 늘렸고 올해도 물류센터 2개를 연달아 매입했다.
교보자산신탁 관계자는 "자본이 뒷받침될수록 수주에 유리한데 이번 유증을 통해 책준형 신탁 등에서도 대주들의 신뢰를 높일 수 있는 기반을 닦았다"며 "리츠사업의 경우에도 AMC가 직접 투자를 해야 FI가 모이기 때문에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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