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회 모니터/한국토지신탁]'자산 2조' 기준 준하는 운영체계, 배경은 공기업 태생20년 전 감사위 설치, 선제적 분리 선출…'금융사지배구조법' 적용 관건
고진영 기자공개 2021-06-21 16:02:35
[편집자주]
기업을 움직이는 힘은 무엇인가. 과거 대기업은 개인역량에 의존했다. 총수의 의사결정에 명운이 갈렸다. 오너와 그 직속 조직이 효율성 위주의 성장을 추구했다. 효율성만큼 투명성을 중시하는 시대로 접어들면서 시스템 경영이 대세로 떠올랐다. 정당성을 부여받고 감시와 견제 기능을 담보할 수 있는 이사회 중심 경영은 피할 수 없는 흐름이다. 이사회에 대한 분석과 모니터링은 기업과 자본시장을 이해하는 가장 중요한 척도다. 더벨은 기업의 이사회 변천사와 시스템에 대한 분석을 통해 바람직한 거버넌스를 모색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18일 16: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부동산신탁사들은 ‘금융투자업자’로 분류되기 때문에 사외이사 선임에 대한 의무가 일반기업과는 다르다. 상법이 아닌 금융사지배구조법이 우선적 기준인데, 이 역시 자산이 일정 규모를 넘는 회사만 대상이 된다. 아직 자산을 그만큼 쌓은 곳이 없는 신탁업계는 규제망에서 빠진 상태라고 볼 수 있다.그러나 한국토지신탁은 상법과 금융사지배구조법에서 요구하는 조건을 대부분 충족하고 있는 데다 도입 시기도 빨랐다. 당초 LH(한국토지주택공사) 자회사로 출발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민영화 전 LH 규정 준용…설립초기 감사위 도입
현재 한국토지신탁 이사회는 사내이사 4명, 사외이사 5명 등 9인으로 구성돼 있다. 상법 제542조와 금융사지배구조법 제12조는 사외이사를 3명 이상, 이사 총수의 과반수로 선임할 것을 각각 요구하고 있는데 여기 모두 들어맞는다.
다만 상법 제542조는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 금융사지배구조법 제 12조는 자산 2조원 이상 상장금융회사 또는 자산 5조원 이상의 금융회사(비상장 포함)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상장사이긴 하지만 자산규모가 1조원대인 한국토지신탁은 적용범위에 들어가지 않는데도 기준을 지키고 있는 셈이다.
감사위원 분리 선출의 경우 2017년에 이미 마쳤다. 감사위원을 따로 뽑도록 강제하는 규정이 이른바 ‘공정경제 3법’의 통과로 올해에 와서야 시행됐다는 점을 감안하면 몇걸음은 앞섰다.
이사회 내 위원회 설치도 한국토지신탁은 자산 미달에 따라 의무사항이 아니기는 마찬가지다. 하지만 현재 감사위원회와 경영위원회, 사외이사추천위원회까지 총 3개의 위원회를 운영하고 있다. 특히 감사위원회의 경우 설립 4년 만인 2000년 3월에 일찌감치 마련했는데 이는 출신배경과 무관치 않다.
한국토지산탁은 1996년 LH가 100% 출자해 세웠고 2001년 코스닥에 입성했다. 그 뒤 2010년 공공기관에서 해제되면서 민영화의 길을 걸었다. 주주명부에서 LH가 완전히 사라진 것은 2013년이다. 설립 초기의 경우 LH 지배 아래 있다보니 감사위 설치 등 모회사 규정을 준용하는 분위기가 있었다는 후문이다. 당시 LH 산업단지본부장과 대통령비서실 국토연구원 연구위원 등 3명으로 초대 감사위가 꾸려졌다.
이후 감사위만 쭉 운영하다가 2009년 사외이사추천위원회, 2010년에는 경영위원회를 차례로 추가했다. 경영위원회의 경우 원래 이사회 외부에서 상임위원회로 운영되다가 이름을 바꾼 조직이다. 기능 자체는 변경 전과 대동소이하지만 이사회 내로 편입된 만큼 논의 안건과 가결 여부 등이 자세히 공개된다는 점에서 투명성이 개선됐다는 의미가 있다.
위원회 체계를 구체적으로 보면 감사위는 감사위원인 사외이사 전원, 경영위는 상임(사내)이사 전원, 사추위는 사외이사 및 상임이사 중 이사회가 선임한 위원으로 채워진다. 사추위의 경우 사외이사의 임기가 끝나거나 기타 사유로 새로 선임할 필요가 있는 때 이사회의 의결을 거쳐 구성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한국토지신탁은 2016년 한국자산신탁이 상장하기 전까지는 신탁사 중 유일한 상장사였던데다 업계 선두였던터라 지배구조에 더 눈길이 가는 측면이 있다" 며 "신탁업계에서 가장 체계적으로 이사회를 운영 중인데 공기업 태생이라는 점도 작용했다고 본다"고 말했다.
◇'2조' 자산 기준 초과시 요구되는 변화는
다만 한국토지신탁이 앞으로 자산 2조원을 넘길 경우 위원회 조직도 일정 부분 다시 짜야할 필요는 있다. 2015년 금융사지배구조법이 새로 제정(2016년 8월 시행)되면서 위원회 구성 등 지배구조에 대한 내용이 엄격해졌기 때문이다.
앞서 금융사지배구조법이 시행되기 전에는 자본시장법(제22~29조)이 금융투자업자의 지배구조를 다루고 있었다. 당시 일정 자산규모 이상의 업자에 대해선 감사위와 사추위의 설치만 강제됐다. 이는 금융투자업자가 아닌 일반 상장사(2조원 이상)에 대한 현재 상법규정과 같은 기준이다.
그러나 금융사지배구조법은 감사위원회를 포함해 임원후보추천위원회, 위험관리위원회, 보수위원회를 의무적으로 운영하도록 규제를 강화했다. 임추위의 경우 기존 사추위의 재편이 예상되지만 위험관리위와 보수위는 신설이 불가피한 셈이다.
이밖에 여성 사외이사의 선임 역시 숙제로 꼽을 수 있다. 자산 2조원 이상의 상장사가 이사회를 단일 성별로 구성하지 못하게 하는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020년 8월 시행됐기 때문이다. 내년 8월까지 유예기간이지만 1년 남짓이 남았을 뿐이다.
한국토지신탁 관계자는 “(여성 사외이사를) 아직 선제적으로 선임할 계획은 없고 자산이 2조원을 넘길 때를 대비해 염두에는 두고 있다”고 말했다.
올해 3월 기준으로 한국토지신탁의 별도 기준 자산총계는 1조3623억원이다 2014년 5145억원에 불과했으나 이듬해 6447억원, 2016년 9141억원으로 대폭 점프했다. 2017년 처음 1조원대를 돌파한 이후 매해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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