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술품 NFT 명암]‘저작권 침해 막아라’ 법제 보완 한목소리③NFT 생성시 저작권 등록제도 연계…거래시 저작물 양도 인정 명확화
이민호 기자공개 2021-06-28 12:54:59
[편집자주]
올해 2월 크리스티 뉴욕 경매에서 304MB 용량의 이미지 파일이 무려 770억원에 팔려나갔다. 이 사건은 미술품 컬렉터들에게 NFT의 존재를 각인시키는 일대 전환점이 됐다. 복제에 취약한 디지털 자산의 진본 가치를 NTF가 보완하며 전세계적으로 미술품 NTF 거래규모가 가파르게 늘어나고 있다. 국내기업들의 진입도 활발해지고 있다. 하지만 NFT 거래에 따른 저작권 침해 논란이 제기되며 이를 방지할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많다. 더벨이 미술품 NFT 시장의 현황과 제도적 보완점에 대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4일 15: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NFT(Non-Fungible Token) 미술품 시장이 빠르게 확장하면서 저작권 침해 가능성이 쟁점으로 부상하고 있다. 문화체육관광부는 NFT 시장주체별 가이드라인을 조만간 내놓을 방침이다.하지만 현행법상으로는 NFT 거래를 유효한 저작물 거래로 인정할 수 있는지 등에 대한 모호성이 존재해 근본적인 법제 보완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저작권 보호 취약…문체부 가이드라인 마련 ‘분주’
이달초 국내 NFT 미술품시장에서는 저작권 침해 여부가 논란이 됐다. 국내 한 마케팅업체는 이중섭 ‘황소’(1935~1955년), 박수근 ‘두 아이와 두 엄마’(1938년), 김환기 ‘무제’(1943년)를 NFT로 발행하고 경매에 부치겠다는 계획을 내놨다. 하지만 박수근미술관과 환기재단이 저작권자의 동의가 없었다고 반발하며 작품 진위 여부까지 의심하고 나서자 결국 주최 측은 경매를 잠정 중단했다. 이중섭 작품의 경우 저작권이 만료됐지만 박수근과 김환기 작품은 저작권이 여전히 유효하다.
오프라인 미술품을 디지털화하거나 온라인 경매 플랫폼(거래소)에 올리는 등 저작물을 이용하려면 원칙적으로 사전에 저작권자로부터 저작권을 양도받거나 이용허락을 받아야 한다. 오프라인 미술품을 온라인상 NFT로 민팅(minting)하는 행위도 여기에 포함된다. 저작권자로부터 양도 및 이용허락을 얻지 않을 경우 복제권 침해에 해당할 수 있다. 현행 저작권법은 제16조에서 저작권자의 저작재산권 중 하나로 복제권을 인정하고 있다.
문체부는 이번 사건 직후 NFT 시장에서 발생하는 저작권 침해 여부를 종합적으로 점검해 적극적으로 대응하겠다고 나섰다. 이번 사건의 경우 경매 주최 측이 작품에 대한 모든 권한을 위임받았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저작권 양도 여부가 명확히 제시되지 않은 만큼 양도 여부가 모호할 경우 권리자에 힘을 실어준 대법원 판례에 주목하고 있다.
문체부는 한국저작권위원회 연구용역을 통해 ‘인공지능 및 데이터베이스 등 기술변화에 대응하는 저작권법 개선방안 연구’를 수행해왔다. 인공지능, 데이터베이스, 메타버스, 블록체인 등 4개 테마를 중심으로 기술 변화에 따른 저작권법 개선점을 논의하려는 취지다. 이 연구가 구체화되면 NFT 생성 및 거래에 적용되는 관련 법 제정 방향도 명확화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연구결과 도출에 시간이 소요되는 점을 감안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시장현황 조사가 완료되는대로 저작권법 전문가들의 의견을 청취해 가이드라인부터 조만간 내놓을 계획이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NFT 이용자, 사업자, 창작자 등 3개 부류를 대상으로 NFT 이용시 주의점 등 내용을 포함시켜 시장 불안감을 해소할 방침이다.
◇NFT 거래시 저작권법 적용 모호…근본적 법제 보완 필요
다만 온전한 저작권 보호를 위해서는 가이드라인을 넘어 법제 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먼저 NFT 민팅 단계에서 저작권 침해를 방지할 최소한의 검증 장치로 저작권 등록제도와의 연계가 제시된다. 저작권은 창작과 동시에 발생하는 ‘무방식주의‘가 원칙이다. 권리 발생에 등록 출원 등 특정 절차나 방식이 요구되지 않는다. 이 때문에 박수근·김환기 작품의 경우처럼 무권리자가 이해 부족 등의 이유로 저작권 양도나 이용허락 계약 없이 저작물을 민팅하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현행 저작권법은 제53조를 통해 저작권 등록제도를 마련하고 있다. 저작권은 등록하지 않아도 권리가 발생하지만 등록할 경우 추정력의 법적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등록된 저작물의 저작자로 법적 추정을 받는 효과로 등록저작물이 침해받은 때에는 상대방의 과실에 의해 침해받은 것으로 추정돼 상대방에게 입증 책임을 전가할 수 있다.
이중섭 작품처럼 저작권이 만료된 작품(public domain)을 민팅해 독점적 권리를 주장하는 경우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지만 사회윤리적 적절성 여부는 논란이 될 수 있다. 해외에서도 올해 3월 싱가포르 소재 글로벌아트뮤지엄(Global Art Museum)이라는 단체가 구스타프 클림트, 빈센트 반 고흐, 에드가 드가, 폴 세잔 등 유명 예술가들의 작품을 NFT화해 판매하려고 시도했다가 소장 미술관들의 문제 제기로 중단한 사례가 있다. 이 경우 벌금 등 제한을 저작권법에 명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많다.
무엇보다 현행법은 NFT 민팅 이후 거래 단계에서 저작권을 보호하는 데 뚜렷한 한계를 보이고 있다. 법조계와 미술업계가 제도적 보완을 요구하고 있는 부분도 이 거래 단계에 집중돼있다. 올해 3월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특금법)이 시행됐지만 이 법은 가상자산을 이용한 자금세탁 등을 방지하기 위한 목적으로 가상자산업자의 영업행위준칙이나 양도 등에 적용되는 가상자산의 법적 성격을 명시하고 있지는 않다.
법상 명확화가 필요한 대표적인 이유로 NFT 거래를 유효한 저작물 거래로 인정할 수 있는지에 대한 모호성이 꼽힌다. 이는 대부분 NFT가 미술품 원본을 포함하지 않는 특성 때문이다. 미술품 원본은 블록체인 외부(오프체인·offchain)의 분산 저장 시스템(IPFS·Inter-Planetary File System)에 보관하고 NFT에는 원본에 접근할 수 있는 링크, 즉 메타데이터만 포함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특히 실물 미술품을 민팅한 경우 NFT는 저작물을 포함할 수 없어 진위나 소유권을 증명하는 일종의 디지털 증명서 역할만 한다. 저작물의 물리적 이전이 없는 상황에서는 저작권 양도 및 이용허락의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지가 불명확해진다.
법조계 관계자는 “NFT 자체에 저작물이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NFT 거래를 블록체인 외부에 있는 저작물의 양도로 치환할 수 있는지 여부를 판단하기 모호한 상황”이라며 “민법에서의 영수증이나 상법에서의 증권처럼 거래의 유효성을 입증할 수 있는 법상 명확한 규정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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