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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베이코리아 M&A]'유통판 재편' 신세계, 네이버 '혈맹' 이어질까풀필먼트 신시장 두고 '빅3' 전면전 가능성…"돈독한 관계 이어나갈 것"

전효점 기자공개 2021-06-28 08:09:02

이 기사는 2021년 06월 25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세계그룹이 당초 안과는 달리 이마트를 내세워 이베이코리아를 단독 인수하게 되면서 단숨에 네이버에 버금가는 이커머스 플레이어로 부상했다. 연초 지분까지 섞는 강력한 '혈맹'을 구성한 신세계그룹과 네이버는 앞으로도 공생 관계를 이어갈 수 있을까.

25일 업계에 따르면 이마트는 이베이코리아를 단독인수하면서 명실상부 온·오프라인 유통 시장을 아우르는 핵심 플레이어로 거듭났다. 신세계그룹 온라인 사업부문인 에스에스지닷컴 거래액은 작년 말 기준 약 4조원에 불과했으나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서 연간 거래액 24조원 규모로 도약했다. 이커머스시장 점유율은 2.5%에서 15%까지 늘어나면서 쿠팡을 제치고 2위에 안착했다. 거래액 기준 1위 네이버(27조원)도 위협할 수 있는 덩치다.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기 전에도 신세계그룹은 국내 유통시장에서 명실상부 1위 행위자였다. 백화점, 할인점, 편의점, 복합쇼핑몰, 슈퍼마켓 등을 통해 전국 촘촘히 포진한 점포들이 거두어들이는 연간 거래액은 공식적으로 발표된 숫자는 없지만 대략 40조원에서 50조원까지 육박할 것으로 업계는 추산하고 있다.

그럼에도 유통 네트워크가 오프라인에 치중돼있다는 점 때문에 신세계그룹의 경쟁력은 종종 폄하됐다. 오프라인 유통은 성장성이 정체된 반면 쿠팡과 네이버가 주도하는 이커머스 시장은 맹렬한 속도로 저변을 넓혀나가고 있었다. 신세계그룹 역시 에스에스지닷컴을 중심으로 새로운 소비 트렌드에 적응하고자 했지만, 이커머스 경쟁사들의 성장 속도를 따라잡기란 쉬운 일이 아니었다.

신세계그룹의 조바심은 지난해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이하 코로나19)을 계기로 이른바 '언택트' 소비가 폭증하면서 점점 더 커질 수밖에 없었다.

신세계그룹은 올 들어 잇단 과감한 행보로 타개책을 모색했다. 앞선 1월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이해진 네이버 글로벌투자책임자(GIO)와 한성숙 대표와의 미팅을 추진했다. 뒤이어 양사는 지분까지 맞교환하는 '혈맹'을 맺으면서 시장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쿠팡 미국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을 전후해 이뤄진 이 연합은 쿠팡의 강력한 부상에 대응하기 위한 것으로 보였다. 이후 네이버와 신세계그룹은 실무자들이 주도하는 후속 회의를 통해 협업 계획을 구체화해나가고 있었다.

신세계그룹은 당초 이베이코리아 딜 역시 네이버와 함께 참전하기를 원했다. 그러나 네이버가 공정거래위 이슈를 포함해 여러가지 문제를 들어 공동 인수 계획은 무산되고 말았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 단독 인수를 추진하면서 또 한번 시장을 놀래킨다.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통해 신세계그룹은 쿠팡을 제치고 이커머스 시장 2위 지위를 굳히게 됐다.

신세계그룹은 당분간 이베이코리아 산하 플랫폼을 에스에스지닷컴과 통합하지 않고 기존 대로 이용하겠다는 뜻을 밝힌 상태다. 이는 시장에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가 신세계그룹과 네이버의 우호 관계에는 당장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보는 시각이 나오는 배경이 됐다.

피인수 전 이베이코리아는 네이버의 플랫폼 파워에 위협이 되지 않는 존재였다. 오픈마켓으로서 플랫폼 파워는 네이버에 미치지 못했다. 지마켓, 옥션 등 이베이코리아 플랫폼들은 기존에도 검색 유입을 통해 네이버 플랫폼과 평화로운 공생 관계를 이어오고 있었다.

향후 이커머스 시장의 새로운 먹거리가 될 수 있는 풀필먼트 사업이 어느 정도 진전된 상태였지만 무형자산에 비해 유형자산 투자가 거의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에 성장성이 가시화되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신세계그룹이 이베이코리아 활용 방안을 본격적으로 모색하고 나선다면 얘기가 달라질 수 있다.

당초 이베이코리아 인수는 단순히 오픈마켓 인프라와 트래픽만을 끌어오는 것이 최종 목표가 아니었다. 오픈마켓 사업은 3자를 대상으로 물류 서비스를 제공하는 풀필먼트 사업으로까지 발전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잠재력이 크다. 신세계그룹이 눈여겨 본 것도 이 부분이다.

신세계그룹은 결국 오픈마켓과 풀필먼트 사업을 위한 물류 인프라를 확보하기 위해 상당한 신규 투자를 추진하고 나설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기존에 보유하고 있던 촘촘한 전국 점포망을 물류센터 전용에 활용할 계획을 세우고 있다.

신세계그룹측은 "그룹이 국내 최고 유통기업으로서 쌓아온 오프라인 운영 노하우와 물류 역량을 이베이와 결합해 시너지를 극대화하겠다"며 "이베이 인수는 온라인이 아니라 유통판 전체를 재편하는 계기가 될 것"는 포부를 언명했다. 그룹이 보유한 방대한 오프라인 점포 자산을 물류 경쟁력 향상을 위해 활용함으로써 이커머스 시장을 제패하겠다는 의미다.

네이버로서는 긴장할 만한 대목이다. 네이버가 쇼핑 사업에서 가장 취약한 부분으로 지적되는 것은 물류다. 네이버는 CJ대한통운과의 협업을 통해 문제 보완에 나섰지만, CJ대한통운의 물류 캐파 역시 풀필먼트 경쟁력을 갖추기에는 한계가 있는 상황이다.

유통가의 관점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유통업계 한 전문가는 "당장 네이버와의 관계에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며 "이베이코리아가 네이버와 공생관계를 이어왔듯 신세계 그룹도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려고 할 것으로 보인다"고 추측했다.

다른 전문가는 "네이버와 이마트는 지금까지는 협력관계였지만 앞으로는 경쟁 관계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면서 "기존에 네이버와 쿠팡이 경쟁하던 풀필먼트 3자거래 유통시장에서 이마트가 합류함으로써 '빅3 전면전'이 펼쳐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신세계그룹은 "네이버와는 앞으로도 돈독한 관계를 이어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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