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7월 07일 07시4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카카오뱅크의 기세가 무섭다. 예상되는 기업가치가 무려 18조원을 넘어선다. 전무 시절, 잠재적 경쟁자와 다름없는 카카오뱅크에 투자를 결정한 허인 KB국민은행장의 안목이 새삼 돋보이는 시점이다.때는 201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그 해 6월 금융위원회가 인터넷전문은행 도입안을 발표하자마자 당시 은행 CFO였던 허 행장은 즉각 인터넷전문은행 참여 검토를 위한 TFT를 지시했다. 두 달 뒤 카카오-한국금융지주 컨소시엄은 국민은행과 한 배를 타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명실상부 가장 강력한 인터넷전문은행 컨소시엄으로 불렸다.
내부 전언에 따르면 당시 허 행장은 카카오뱅크 PBR을 3~4배로 예상했다. 카카오뱅크가 수년 적자를 낼 것이고 당분간 배당 회수가 어려울 것이라고 얘기하면서도 상장에 따른 투자차익이 클 것으로 바라봤다.
카카오뱅크는 출범 이래 순항한 것으로 기억되지만 어려운 시절도 있었다. 은산분리 규제 완화 불확실성 등으로 2018년 4차 증자 시 실권주가 나오기도 했다. 주주 간 불협화음 논란이 불거진 가운데서도 국민은행은 조용히 할당량을 소화하며 ‘3대 주주’ 자리를 지켜왔다.
지금 돌이켜보면 허 행장의 예측은 적중했다. 최근 IPO 공모가액을 발표한 카카오뱅크는 상장 할인율 적용 후 3.1~3.7배의 PBR(Implied)을 제시했다. 8월 상장을 완료하면 국민은행이 보유한 지분은 총 1조5000억원의 가치를 지닌다. 2335억원의 투자원금을 고려하면 말 그대로 대박이다.
다만 허 행장의 투자가 비단 재무적 이득만을 노린 게 아니라는 점을 짚고 싶다. 카카오뱅크에 투자를 결정한 이유에는 경쟁자를 가까운 거리에서 파악해야 한다는 전략적 판단도 컸기 때문이다.
실제 카카오뱅크가 금융주 시총 3위에 등극함에 따라 KB금융지주를 비롯 국내 금융지주사들을 위기감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는 이들이 많다. 빅테크와의 전쟁이 본격화하면서 시중은행들이 잠식당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 팽배하다.
국민은행은 이미 6년 전 경쟁자와의 동거를 택했다. 적을 키우는 것이냐는 반대 의견도 있었지만 ‘우리의 잠재 경쟁자가 누구인지 알아야 한다’는 쪽에 무게를 실었다.
결론적으로 보면 당시 국민은행의 판단이 옳았다고 본다. 빅테크의 공습은 막을 수 없는 상수(常數)이고 그렇다면 이를 지근거리에서 지켜보며 필요한 부분을 KB금융으로 이식하는 것이 최선이기 때문이다. 국민은행은 카카오뱅크 출범 때부터 사외이사를 추천해 이사회에 참여시키고 있다. 주주사인 만큼 이사회 및 주주총회 결의 사항 역시 매번 보고 받는 중이다.
‘친구를 가까이 하되 적은 더 가까이 둬야한다.’ 영화 대부에 나오는 대사다. 원래 가려진 적이 더 무서운 법이다. 허 행장이 적진에 발을 담근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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