늦어지는 진에어 재무개선안, 아시아나 딜 때문? 빈약한 자본, 제주항공보다 잠식상태 심각…통합 LCC 위한 지배구조 정리 '걸림돌'
유수진 기자공개 2021-07-12 11:35:00
이 기사는 2021년 07월 08일 15: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제주항공이 재무구조 개선에 시동을 걸면서 경쟁사 진에어에 눈길이 쏠린다. 자본잠식 정도나 부채비율로 따지면 제주항공보다 심각한 상태지만 아직까지 별다른 재무개선 방안을 내놓지 않고 있다.이를 두고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아나항공 딜 때문일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유상증자 등을 실시하려면 최대주주의 참여가 중요한데 아직 '통합 LCC(진에어·에어부산·에어서울)'의 지배구조 관련 내용이 확정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진에어의 최대주주는 한진칼(56.38%)이다.
제주항공은 7일 오전 이사회를 열고 '액면가 감액 무상감자(5대 1)' 실시를 결정했다. 액면가를 현 5000원에서 1000원으로 낮춰 자본금을 1925억원에서 385억원으로 줄이는 내용이다. 주식 수가 아닌 액면가를 조정하는 방식이기 때문에 발행주식총수(3849만9615주)는 그대로 유지된다.
다음달 13일로 예정된 임시 주주총회에서 해당 안건이 처리되면 빠르게 재무가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기본적으로 잠식에서 완전히 빠져나오게 된다. 제주항공은 올 3월 말 기준 자본금 1925억원, 자본총계 1372억원으로 부분 자본잠식(잠식률 28.7%) 상태였다. 감자 후 자본총계는 그대로지만 납입자본이 385억원으로 줄어 잠식이 해소된다.
줄어드는 자본금(액면가X발행주식수)만큼 감자차익(자본잉여금)이 발생해 회계상 결손금과 상계처리할 수 있다. 제주항공의 결손금은 1분기 말 기준 2768억원이다. 감자차익은 1540억원으로 결손금의 55% 이상을 털어낼 전망이다. 다만 2분기 역시 적자가 발생해 당시보다 결손금이 늘었을 가능성이 높다.
이후 제주항공은 2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도 추진한다. 구체적인 내용은 주총 후 열릴 이사회에서 결정하지만 자본확충으로 부채비율이 낮아지는 등 재무개선 효과가 뚜렷할 것으로 예상된다.
마음이 급해진 건 경쟁사 진에어다. 마찬가지로 부분 자본잠식 상태기 때문이다. 자본규모가 작아 수치만 놓고보면 제주항공보다 심각하다. 1분기 말 기준 자본금 450억원, 자본총계 259억원으로 자본잠식률이 42.4%였다. 결손금은 1896억원이었지만 2분기 결산에서는 2000억원을 넘겼을 가능성이 높다.
진에어 역시 일찌감치 상황의 심각성을 인지하고 자본확충을 검토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아직까지 이렇다 할 진전이 없는 상태다. 진에어의 재무개선안 마련이 늦어지는 배경으로는 아시아나항공 M&A가 거론된다. 성공적인 자본확충을 위해선 대주주의 참여가 반드시 필요한데 진에어의 지배구조가 아직 미완 상태기 때문이다.
한진그룹은 최근에서야 산업은행과 아시아나항공 인수 후 통합(PMI) 계획안을 확정했다. 양측은 통합 LCC를 한진칼이 아닌 통합 대한항공(통합 FSC) 아래에 놓는 것으로 최종 방향을 정했다. '한진그룹 오너일가 등→한진칼→통합 FSC→통합 LCC' 구조다.
이 같은 형태를 완성하려면 추가적으로 진에어 지배구조를 손봐야 한다. 현재 최대주주는 한진칼이고 대한항공과는 직접적인 지분관계가 전혀 없다.
통합 LCC가 통합 FSC의 자회사가 되려면 기본적으로 한진칼이 진에어 지분을 처분해야 한다. 통합 FSC나 현재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이 지분을 넘겨받거나 별도로 지분 확보에 나서는 과정이 필요하다. 하지만 어떻게 지분을 정리할건지 세부적인 내용은 아직 논의 단계다.
항공업계 관계자는 "진에어는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 통합으로 인한 지배구조에 따라 자본확충 방안 등이 영향을 받을 수 밖에 없다"며 "아직 지배구조가 확정되지 않아 시간이 걸리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재무상태가 좋지 않아 마냥 미룰 수는 없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진에어가 자칫 골든타임을 놓쳐 어려움이 가중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진에어 관계자는 "자본확충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짧게 말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이번에 제주항공이 예상보다 파격적인 재무구조 개선안을 내놓은 배경에 '통합 LCC'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기도 한다. 선제적으로 재무를 탄탄히 하고 경영 불확실성을 제거해 거대 LCC와의 경쟁을 준비하려는 의도라는 것이다. 제주항공은 기간산업안정기금 신청 등 정책자금 지원 요청도 지속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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