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은행, 내부등급법 승인…보통주자본비율 '꼴찌' 벗어나나 6월말 기준 적용, BIS비율 등 최대 200~300bp 개선 전망
이장준 기자공개 2021-07-15 07:20:18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4일 08: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은행이 3년간 노력 끝에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았다. 조만간 발표할 2분기 실적부터 이를 적용해 자본비율이 크게는 200~300bp 가량 개선될 것으로 예상된다. 전북은행과 더불어 지방은행 중에서 가장 자본적정성 지표가 저조했는데 한발 앞서게 됐다는 평가다.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제주은행은 최근 금융감독원으로부터 내부등급법 도입 승인을 받았다.
제주은행은 2018년 10월 프로젝트를 시작해 금감원과 협의를 거쳐 2019년 1차 현장점검, 올해 2차 현장점검을 받았다. 이후 승인심사위원회를 거쳐 최종 도입을 확정 지은 것이다. 3년 가까운 세월을 공들인 결과다.
관련 작업에는 제주은행뿐 아니라 신한금융 계열사 리스크 관련 부서들이 역량이 더해졌다. 동일 그룹 내에서는 동일한 신용등급을 써야 한다는 금감원 요구에 맞추려는 조치였다.
그룹 기업모형의 경우 신한은행, 신한카드와 동일한 모형을 썼다. 이미 신한은행과 신한카드는 2016년 말 내부등급법 도입을 마친 만큼 수월하게 진행할 수 있었다. 소매모형만 제주은행이 자체 개발한 모형을 활용했다.
제주은행에서는 2019년부터 리스크관리 업무를 도맡아온 장우천 상무(CRO)가 내부등급법 도입 작업을 주도했다. 장 상무 휘하에 리스크관리부와 모형검증팀 등 11명이 근무하고 있다.
제주은행 관계자는 "단순히 모형을 개발해 운영 실적만 보여주는 게 아니라 조직구성과 내부통제 등 다양한 요건을 맞춰야 한다"며 "모형검증팀 역시 내부등급법 심사를 받기 위해 올해 신설한 조직"이라고 설명했다.
내부등급법을 적용하면 금융사가 평가한 신용등급을 기준으로 자체적으로 추정한 부도율(PD), 부도 시 손실률(LGD) 등을 적용해 위험가중자산(RWA)을 산출한다. 금감원이 지정한 적격 신용평가 기관에서 평가받은 신용등급만 사용하는 표준등급법을 쓸 때보다 RWA가 줄어든다. 이는 곧 보통주자본비율(CET1) 등 산식상 분모를 줄여 자본 총량이 늘지 않더라도 자본비율이 오르는 효과를 낸다.
내부등급법 도입에 따른 실질적인 자본비율 개선 폭은 이달 중 산출할 예정이다. 3월 말 기준으로 내부 영향을 분석해 금감원에 보고했는데 이후 승인 시점에 PD, LGD, 신용환산율(CCF) 등 값이 달라진 탓이다. 내부등급법 적용 시점은 올 6월 말로, 이달 말 예정된 신한금융 상반기 경영실적 발표와 함께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할 계획이다.
다만 그동안 은행권 내부등급법 적용 사례를 살펴보면 자본비율 개선 폭이 200~300bp 수준이었던 만큼 이 범위를 크게 벗어나지 않을 전망이다.
사실 제주은행의 CET1은 2018년까지만 해도 금융감독원의 권고치(9.5%)를 밑돌기도 했다. 이로 인해 당시 5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하기도 했다.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만 발행해 활용하다 2009년 이후 10여 년 만에 처음 증자 카드를 꺼낸 것이다.
이후 CET1은 10%대를 유지하다 작년 9월 바젤Ⅲ 신용리스크 개편안을 선제 도입하면서 한 차례 더 '점프 업'에 성공했다. 중소기업 대출의 위험가중치(RW)와 일부 기업대출의 PD, LGD를 하향해 금융사의 자본 부담을 경감하는 게 골자다. 자본비율은 이후 11%대 중반을 유지해왔다.
그럼에도 제주은행의 자본적정성 지표는 전북은행과 더불어 지방은행 가운데 가장 저조한 편에 속했다. 올 3월 말 기준 제주은행과 전북은행의 BIS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각각 16.05%, 14.34%를 기록했다. CET1의 경우 제주은행(11.7%)이 전북은행(12.05%)에 비해 35bp나 뒤처졌다. 지방은행 중에서 가장 낮은 수치였다.
이번 내부등급법 승인으로 당분간은 전북은행의 자본비율을 크게 웃돌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전북은행 역시 하반기 내부등급법 승인을 받기 위한 준비 작업에 한창이다. 계획대로 승인받으면 다시금 두 회사의 자본비율은 유사한 수준이 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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