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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레드오션서 대기업 틈새 격전지 된 '와인' [돈 되는 와인 니치마켓]①맥주 제치고 수입주류 1위 탈환, '홈술족' 달고 연간 2배 폭풍성장

전효점 기자공개 2021-07-19 07:05:48

[편집자주]

불과 수년 전 맥주와 소주에 밀려 찬밥 취급을 받았던 국내 와인시장이 최근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다. 1인 가구 증가와 맞물려 지난해 발발한 코로나19가 '홈술' 트렌드 확산에 기름을 부었다. 중견기업에 이어 롯데, 신세계, 한화 등 대기업 유통계열사들도 먹거리를 찾아 경쟁 대열에 합류했다. '빅뱅'이 몰아치고 있는 와인업계의 판세 변화와 기업들의 대응 전략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7월 16일 11:0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와인시장이 부흥기를 맞이하고 있다. 1인 가구를 중심으로 한 이른바 '홈술' 트렌드가 생활 양식으로 정착하고 있는데다 코로나19에 따른 내식 수요 증가가 기름을 부었다.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와인 수입액은 약 3730억원으로 전년대비 무려 27% 급증했다. 소매시장 기준 지난해 1조원 규모를 돌파했다는 게 업계의 정설이다. 와인이 맥주를 제치고 21년 만에 수입 주류 1위 자리를 꿰찬 것도 지난해다.

사진출처=픽사베이


올 들어 성장률은 더욱 거세다. 올 상반기 기준 누적 와인 수입액은 3164억원으로 전년(1522억원)에 비해 108% 성장했다. 같은 성장률을 단순 적용하면 연말까지 연간 7800억원 규모로 성장할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야말로 '빅뱅'이다.


◇'김영란법·수제맥주붐'에 밀렸던 와인, 코로나19로 활기 '왕위 쟁탈전'

시장 분위기는 180도 바뀌었다. 성장세가 정체됐던 2016년까지 국내 와인시장은 연간 매출 500억원 안팎의 중소·중견 유통기업들이 제로섬 게임을 벌였다. 1989년부터 주류 수입업을 영위해오던 금양인터내셔날이 1위 사업자 지위를 지키고 있었다. 그 뒤를 아영FBC, 나라셀라 등의 중소 유통사가 이었다.

당시 대기업 가운데 신세계, 롯데, 하이트진로 등이 와인사업부를 갖고 있었지만 종합 주류 포트폴리오 일부로 보유하는 정도였다. 그 즈음 신세계그룹은 이마트 산하 와인유통 자회사 신세계엘앤비(이하 신세계L&B)를 통해 전략적인 사업 육성에 첫 발을 뗐다.

그로부터 만 5년이 지난 현재 예전의 뜨뜻미지근한 분위기를 더는 찾아볼 수 없게 됐다. 2016년 당시 와인 수요가 지난해 정확히 2배가 됐고 올해는 1년만에 다시 2배로 확장이 이뤄졌다. 소기업부터 대기업까지 와인 유통시장에 신규 진입하는 기업들의 수가 절대적으로 많아졌다. 와인 전문 판매점은 올초 서울 기준 380곳으로 1년 전 대비 약 50% 증가했다.

시장 참가 기업간 판도 변화도 동반됐다. 금양인터내셔날이 오래 점유하고 잇던 시장 1위 사업자의 지위는 신세계L&B가 탈환했다. 2016년 매출 500억원에 불과하던 신세계L&B는 올해 매출 2000억원을 바라보는 기업이 됐다.

신세계그룹은 어찌보면 최근 와인시장의 질적인 성장을 이끌어낸 공신이다. 이마트를 비롯해 신세계 백화점, 신세계조선호텔, 이마트24 편의점 등 전국 곳곳에 유통 채널을 보유하고 있는 신세계그룹은 천천히 회복 중이던 와인 수요를 일대 붐으로 바꿔놓는 선봉장 역할을 했다.

신세계L&B 뒤를 이어 롯데 역시 계열사 롯데칠성음료를 통해 작년부터 와인사업에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롯데칠성음료 주류사업부는 지난해 처음 와인 전문점 브랜드 '와인온(WineOn)'을 출시하고 직영 유통점 출점에 나섰다. 유통 계열사를 통한 판매는 물론 가전제품 판매 전문점인 롯데하이마트를 내에도 숍입숍을 출점하고 와인을 판매하는 실험을 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한화도 갤러리아백화점을 매개체로 와인사업에 신규 진출했다. 신세계와 롯데처럼 유통이 주업은 아니지면 유통 계열사를 지렛대 삼아 시장에 발을 담갔다.

와인 사업자간 손바뀜도 일어났다. 2001년부터 와인사업 기반을 닦아온 매일유업은 와인유통 자회사였던 레뱅드매일 보유 지분 80%를 기존 대표를 맡고 있던 유지찬 대표 등 경영진에 120억원에 매각했다. 매일유업은 매각 대금으로 본업에 집중하고 유 대표는 성장하는 와인시장에서 레뱅드매일의 도약을 이끌어낸다는 계획이다.


◇'확장-위축' 반복 성장 거듭…2008년 금융위기 때 대기업 진입

와인업계에서는 최근의 시장 성장세를 '세 번째 붐'으로 설명한다. 1980년대 후반까지만 해도 국내에서 와인은 정부 차원에서 수입을 금지하는 품목이었다. 당시 국내 시장에서는 박정희 전 대통령의 지시로 해태주조, OB 등에서 1970년대부터 생산하기 시작한 토종 와인 '마주앙' 등이 전부였다.

서울 올림픽을 앞둔 1987년에서 수입이 허용되고 올림픽 열기가 뜨거웠던 이듬해 와인을 처음 맛본 국내 소비자들의 수요가 폭발하기 시작했다. 아영에프비씨(1986년), 금양인터내셔날(1989년), 나라셀라(1990년), 신동와인(1991년) 등 오늘날까지 국내 와인시장에서 비중 있는 수입유통사들은 대부분 이 시기 설립됐다.

두 번째 와인 붐이 찾아온 것은 2000년대 들어서였다. 닷컴 열풍이 불면서 부자가 생겨나고 상류 문화에 대한 선망이 높아지면서 와인은 고급 주류의 상징으로 떠올랐다. 2004년 발효한 칠레와의 자유무역협정(FTA) 역시 와인의 대중화에 기여했다. 와인시장 규모는 2000년대 들어 해마다 10~40% 증가했고 글로벌 금융위기 직전인 2007년에는 전년 대비 40% 이상 폭발적으로 신장했다.

국내 대기업들은 이 시기 와인시장에 진출했다. 확장하고 있던 와인시장을 눈여겨보고 있던 대기업들은 금융위기로 업계가 일시적으로 직격탄을 맞은 2008년 속속 시장에 발을 담갔다.

오늘날까지 사업을 영위하고 있는 신세계L&B(2008년), 롯데칠성음료(2009년)을 비롯해 잠시 와인 사업을 경험했던 LG그룹, SK그룹도 이 시기 시장에 진출했다. LG상사는 2008년 와인 계열사 '트윈와인'을 설립했다가 2012년 정리했다. SK그룹에서도 마찬가지로 SK네트웍스가 2008년 와인 수입유통기업 WS통상을 인수했다가 2012년 매각하면서 시장에서 철수했다.

와인시장은 2010년 이후 서서히 수요 회복이 이뤄지면서 2016년 '김영란법' 제정으로 다시 소비가 위축될 때까지 꾸준히 성장했다. 김영란법 제정 이후에는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른 수입 맥주의 아성에 밀리면서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

2021년 와인시장은 10여년 만에 또 다시 호황을 맞아들이고 있다. 세 번의 붐을 거치면서 와인 소비는 대중화되는 동시에 와인 취향은 다원화되고 고도화됐다.

가파르게 성장되는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수입유통 기업들의 행보도 다시 재빨라지고 있다. 중저가 와인을 중심으로 이뤄지던 수입 전략은 최근 다양한 취향과 높은 소비 지출을 감안해 상대적으로 가격대가 높은 니치 브랜드로 확장하고 있다. 다양한 유통 채널 확보에도 경쟁이 뜨겁다.

주류업계 관계자는 "와인 소비자층이 전반적으로 젊어지면서 시장이 팽창하고 있는 현상은 해외 국가에서도 공통적으로 일어나는 트렌드"라면서도 "코로나19가 사라지면 시장 일부가 축소될 수도 있지만 트렌드에 빠르게 대응하면서 이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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