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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남, 삼성전자 원톱 사령탑에 오른 반도체 마술사 [삼성전자를 움직이는 사람들]③엔지니어에서 최고경영자로…반도체 역사 산증인

김혜란 기자공개 2021-08-09 07:20:32

[편집자주]

대한민국 경제를 이끄는 주역이자 글로벌 시장에 우뚝 선 초일류 기업 삼성전자. 한국의 자랑임과 동시에 반재벌 정서의 중심에서 상반된 시선을 감내하는 곳이기도 하다. 삼성전자는 정상의 자리를 노리는 무수한 경쟁자들과 정치권·시민단체의 촘촘한 감시망 속에서 글로벌 시장을 개척하는 어려운 길을 걷고 있다. 수 많은 난관속에 삼성전자란 거함을 움직이는 주요 인물들을 조명해 봤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05일 11:4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기남 매직.'

시장에선 김기남 DS(디바이스솔루션) 대표이사(부회장)의 업적을 가리켜 '매직'이라고 얘기한다. 김 부회장이 2017년 반도체 사업을 총괄하는 DS부문장이 된 이래 삼성은 반도체 르네상스를 누리고 있다.

2017년엔 반도체 위기론이 불거졌으나 사상 최대 실적을 내 시장을 놀라게 했고 그 이듬해엔 최고 실적기록을 갈아엎었다. 오너가 구속수감돼 부재한 상황에서 이뤄낸 성과란 점에서 더욱 뜻깊었다.

김 부회장은 엔지니어에서 출발해 최고의 자리에까지 오른 '샐러리맨 신화'의 주인공으로도 유명하다. 삼성의 핵심 기술인재로서 '반도체 신화'를 쓴 주역이기에 이룰 수 있는 일이었다.

김 부회장의 도전 과제는 여전히 남아 있다. 글로벌 반도체 시장 지형은 미국과 중국의 패권 다툼과 얽혀 과거와는 다른 차원으로 급변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시스템 반도체 1위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경쟁자들이 맹추격하고 있어 만만찮은 상황이다. 김기남 매직이 삼성전자를 또 한 번 반석 위에 올려놓을 수 있을지 시선이 모이고 있다.


◇삼성의 핵심 기술인재, 샐러리맨 신화 주역되다

삼성전자에서 등기임원이면서 부회장 직함을 단 인물은 김 부회장이 유일하다. 그만큼 총수인 이재용 부회장의 두터운 신망을 받고 있다.

김 부회장은 올해로 딱 40년을 삼성전자에서 보냈다. 1981년 삼성전자 신입사원으로 입사한 그는 2000년대 초반부터 삼성전자의 핵심 기술인력으로 주목을 한 몸에 받았다. 2003년 삼성전자는 당시 연구위원(상무급)이었던 김 부회장에게 '삼성펠로우(Fellow)'를 부여했다. 삼성펠로우는 기술개발에 공헌한 인력에게 주는 최고 명예직이다.

D램 1메가부터 4기가까지 개발하며 삼성의 반도체 기술력을 세계 정상 수준으로 올려놓는 데 크게 기여한 공을 인정받았다. 이후에도 김 부회장은 3차원 V낸드플래시, 최첨단 파운드리 공정인 14나노(nm·나노미터) 핀펫과 극자외선(EUV)용 7나노 제조공정 등 기존 반도체 기술의 한계를 뛰어넘는 기술을 세계 최초로 세상에 선보였다.

2014년부터는 전문경영인으로서 확실한 존재감을 드러내기 시작한다. 그해 고(故) 이건희 부회장이 쓰러진 후 이재용 체제가 개막했다. 이 부회장은 김 부회장을 메모리와 시스템LSI, 파운드리 사업을 모두 아우르는 반도체 총괄로 임명했다.

이후로도 승승장구했다. 2017년 DS부문장에 오른 데 이어 2018년 말 인사에서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이 부회장은 2017년 2월 첫 번째로 구속수감됐다가 경영에 복귀한 뒤 처음 단행한 인사에서 김 부회장을 '원톱' 사령탑으로 임명했다. 총수의 사법리스크로 삼성이 흔들리기 시작한 2017년 이후부터 지금까지 김 부회장은 삼성전자를 대외적으로 대표하는 사령탑으로서의 임무도 충실히 수행해왔다.


DS부문장이 된 김 부회장에게 주어진 최대과제는 반도체 설계(팹리스)와 파운드리분야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었는데, '숫자'를 보면 꾸준히 성과를 만들어왔단 점을 알 수 있다.

삼성전자의 파운드리 사업의 바로미터인 미국 오스틴생산법인(SAS)의 실적을 들여다보면 2014년 이후 꾸준히 순이익을 개선하고 있다. SAS에 2016년부터 2020년까지 25억달러를 투자하며 파운드리 육성에 공을 들인 결과다. 2017년엔 시스템LSI 사업부 내 팀이었던 파운드리 조직을 별도 사업부로 격상하기도 했다. 끊임없는 기술 투자, SAS의 성장 등에 힘입어 삼성 파운드리는 2019년 처음 미국 글로벌파운드리(GF)와 대만 UMC를 제치고 세계 2위에 오른다.

2018년 이후 반도체 부문의 CAPEX 규모를 보면 줄곧 20조원대를 넘겼고, 작년에만 한 해에만 33조원에 달하는 자금을 반도체 투자에만 썼다. 반도체 사업은 시장 변화에 발 빠르게 대응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한데, 김 부회장은 특유의 결단력과 추진력을 발휘해 반도체 사업의 스케일을 계속 키워왔다.

자료=삼성전자 실적발표에서 공개한 CAPEX 투자금액

◇급변하는 반도체 시장지형, 위협받는 초격차

삼성이 목표로 한 파운드리 세계 1위, 메모리 분야 초격차 유지,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없다. TSMC는 3년 안에 1000억달러(약 110조원)를 반도체 생산 능력 확대에 쏟아부어 현재 파운드리 1위를 수성하겠다며 강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삼성이 2030년까지 계획한 투자금액은 171조원이다.

삼성이 미국 투자 규모만 결정 짓고, 후속 절차를 밟는 데 속도를 내지 못하는 사이 경쟁사들은 빠르게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 특히 인텔은 세계 4위 반도체 파운드리 업체 GF 인수, 2025년까지 2nm(나노미터, 1nm=10억분의 1m)급 반도체 양산 등을 추진하며 삼성의 아성을 무너뜨리려는 전략을 공격적으로 펼치고 있다.

메모리 분야에서도 미국 마이크론이 세계 최초로 176단 모바일용 낸드플래시 양산에 돌입했다고 밝히며 메모리 반도체 기술력을 주도해온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이 흔들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삼성 반도체는 올해 2분기 어닝서프라이즈를 내며 선방했지만 글로벌 반도체 경쟁 구도 는 점점 심화되고 있다. 반도체 경쟁 구도 속에서 '김기남 매직'이 다시 한번 빛을 발할지가 관건이다. 총수 부재의 장기화, 당국의 규제 강화, 시민단체와 노동계의 압박 등 넘어야 할 산도 산적하다.
진행된 2021년 시무식’에서 김기남 대표이사 부회장이 신년사를 하고 있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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