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금융업 금소법 실태점검]중고차 시장서 모집인 안 거치는 '꼼수 영업' 확산②금융사-딜러 직접 거래…소비자 선택권 제한, 시장 신뢰도 하락
류정현 기자공개 2021-08-13 07:03:41
[편집자주]
금융소비자보호법은 자동차금융 시장에 여러 변화를 가져왔다. 우선 대출모집인의 전문성이 한층 높아졌고 소비자의 신뢰도 강화됐다. 그러나 마냥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까다로워진 제도 속에서 편법을 동원한 곳들도 늘었다는 후문이다. 변화된 제도에 대한 설명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심심찮게 들린다. 금소법 도입 반년이 흐른 지금, 자동차금융 시장에 미친 영향과 현황을 자세히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1일 15: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고차 시장은 독특한 판매 구조를 갖고 있다. 금융회사와 딜러 사이에 금융제휴점이 자리한다. 이곳에서 금융사의 대출상품 중 고객에게 적합한 것을 소개하는 식이다.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시행 이후부터는 금융제휴점에 종사하며 해당 업무를 영위하는 사람은 대출모집인으로 정식 등록해야 한다. 그런데 최근 법망을 교묘히 빠져나가는 편법 영업이 등장하고 있다.
금융회사가 대출모집인을 통하지 않고 딜러와 직접 거래관계를 맺는 것이다. 일각에서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함은 물론이고 시장 전반의 신뢰도를 낮춰 업계에 해를 끼친다는 지적이 나온다.
◇복잡해진 판매 절차에 모집인 등록 회피
중고차금융은 금융회사와 고객이 직접 만나는 경우가 드물다. 매매상사(딜러) 쪽에서 매물을 관리하고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고자 하는 고객은 금융제휴점을 통해 금융상품을 살펴본다. 금융제휴점은 금융사가 제공하는 여러 상품 가운데 고객에게 가장 적합한 상품을 추천해주는 방식이다.
금소법 시행 이후 금융제휴점에도 변화가 생겼다. 우선 상품 중개업을 영위하는 종사자는 대출모집인 자격을 갖춰야 한다. 해당 법률 조항 제12조에 따르면 금융상품판매업을 영위하려는 자는 취급할 상품 범위를 정해 금융위원회에 등록해야 한다. 판매대리나 중개업자도 당연히 해당한다.
판매 절차도 더욱 정교해졌다. 과거에는 일부 상품에만 적용하던 ‘6대 판매원칙’이 모든 금융상품으로 확대됐다. 앞으로 중고차금융 상품에서도 관련 종사자들은 △적합성 원칙 △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 금지 △부당권유행위 금지 △허위·과장광고 금지를 지켜야 한다.
문제는 판매자격 등록 및 절차가 까다로워지자 '꼼수' 영업이 등장했다는 점이다. 금융당국이 제재보다 감독에 초점을 맞추겠다며 올해 9월 24일까지를 계도기간으로 설정한 점도 이러한 행태를 더욱 가속화했다.
대표적으로 금융제휴점을 통하지 않는 방법이 꼽힌다. 딜러가 금융사와 직접 관계를 맺고 중고차 구매 고객에게 해당 금융사 대출상품만 소개해주는 식이다. 금융사는 고객을 안정적으로 확보하고 딜러는 금융사로부터 높은 수수료를 받는 일종의 카르텔을 형성하는 것이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일부 캐피탈사가 금융제휴점 거래를 끊고 딜러와 직접 거래에 나서고 있다"며 "그 대신 높은 수수료를 지급하는 구조"라고 말했다.
당연히 대다수의 딜러는 대출모집인으로 등록돼있지 않다. 실질적인 모집행위를 하고 있음에도 모집인이 지켜야 할 의무는 적용받지 않는 것이다.
이러한 행태는 중고차 시장의 특성 때문에 더욱 빈번하게 발생한다. 우선 판매자와 구매자 사이의 정보 비대칭이 신차 시장에 비해 뚜렷하다. 매물도 한정돼있어 상태가 좋은 중고차를 구매하려는 쪽은 시간에 제약을 받기도 한다. 구조 자체가 딜러에게 유리할 수밖에 없는 셈이다.
◇시장 전반에 부정적 영향, '레몬마켓' 변질 우려
중고차 내수 시장은 그간 판매 방식에서 다양한 변화를 겪어왔다. 과거에는 온·오프라인을 중심으로 매매시장이 형성됐었다. 매장방문, 직거래 혹은 중고차 커뮤니티 등이 주요 수단이었다. 이후에는 스타트업이나 신용정보, 금융회사를 필두로 중개 플랫폼이 등장했다.
판매 채널이 다변화하면서 중고차 내수 시장 규모는 견조한 성장세를 보여 왔다. 지난 2007년 기준 185만대에 그쳤던 자동차 이전등록 대수는 2017년 말 약 373만대로 늘어났다. 판매처가 다변화하는 10년 동안 2배 가까이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코로나19 특수로 때아닌 호황을 누렸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2020년 말 기준으로 국내 중고차 거래량은 387만대다. 2019년 같은 기간 361만대보다 약 7.2%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최근 횡행하고 있는 꼼수 영업이 이처럼 성장 중인 시장 전체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보다 나은 금융상품을 제공받지 못한 소비자들이 딜러와 금융회사를 신뢰할 수 없게 되면 새로운 거래 형태를 찾거나 아예 시장을 떠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피해사례가 늘면 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믿음이 낮아질 것"이라며 "장기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고 언급했다.
중고차 시장은 과거부터 거래 과정이 비교적 불투명한 곳으로 꼽혀왔다. 중고차 매매업자가 매물에 대한 정보를 더 많이 갖고 있는 탓에 소비자와 판매자 사이의 정보 불균형이 심각했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품질이 낮은 물건이 많은 ‘레몬마켓’이라 불리기도 했다.
금융당국은 과거부터 이를 개선하기 위한 여러 정책을 펼쳤다. 중개수수료 상한제를 실시해 중고차 가격 안정에 나섰고 허위매물로 호객행위를 한 매매업자에 대해서는 등록을 취소하는 강경책도 내놨다. 이후에도 불건전 영업관행 개선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은 금소법 적용에 있어서도 금융당국이 보다 실질적인 대책을 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중개 플랫폼의 등장으로 최근 중고차 시장에 대한 신뢰도가 한층 상승했는데 꼼수영업으로 인해 다시금 예전 수준으로 회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여전업계 관계자는 "딜러의 모집행위에 대한 관리·감독을 통해 불법행위 근절 체계를 확립해야 한다"며 "아울러 대출모집인 등록을 유도해 금융회사와 금융당국이 이들을 관리할 근거를 마련하는 일도 필요한 시점"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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