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배구조 분석/제주항공]'내부거래위' 설치, 오너회사 AKIS 의식했나오너일가 지분 전량 보유, 계열사 매출 비중 79.3%…제주항공 기여도 '1등'
유수진 기자공개 2021-08-17 07:51:11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2일 15: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제주항공이 이사회 산하에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하고 경영 투명성 강화에 나섰다. 최근 재계 트렌드인 ESG경영에 동참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풀이된다. 무엇보다도 '지배구조(G)' 개선에 방점을 찍었다. 사외이사로만 멤버를 꾸리는 등 독립성과 공정성 확보에 신경쓴 티가 역력하다.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애경그룹 오너일가의 개인회사인 에이케이아이에스(AKIS·옛 애경유지공업)를 의식한 조치 아니냐는 해석이 나온다. 계열사 매출 의존도가 80%에 육박한 AKIS의 최대 매출처가 제주항공이라는 이유다. 오너일가는 주요 계열사 지분을 직접 보유한 동시에 AKIS와 지주사 AK홀딩스를 통해 간접적으로 지배력을 행사하고 있다.
12일 항공업계에 따르면 제주항공은 최근 이사회 내에 내부거래위를 신설했다. 지난 5월 이사회에서 위원회 설치 관련 안건을 처리한 뒤 곧장 행동으로 옮겼다. 김흥권·문준식·김주현 등 사외이사 3명이 위원으로 활동 중이다. 조만간 공시될 반기보고서(2021년 2분기)에 관련 내용이 담길 예정이다.
업계에서는 ESG경영 강화를 선포한 제주항공이 내부거래위를 꾸린 배경에 주목한다. 해당 위원회는 회사와 대주주 등 이해관계자들간 거래가 보다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뤄지도록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한다. 각 거래를 심사·승인하고 회사로부터 관련 보고를 받을 수 있는 권한이 주어지는 것도 이 같은 이유다.
때문에 장영신 애경그룹 회장 등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는 AKIS와 내부거래위 설치를 연관짓는 시각이 존재한다. AKIS는 애경그룹 내에서 내부거래 비중이 가장 높은 회사다. 특히 다수의 계열사 중 지난해 가장 많은 매출을 올려준 거래 상대방이 바로 제주항공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AKIS는 지난해 매출액 468억원, 영업손실 303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계열사에서 벌어들인 매출이 371억으로 전체의 79.3%에 달한다. 이 중 136억원이 제주항공의 주머니에서 나왔다. 이어 AK S&D(102억원), 애경산업(75억원), 수원애경역사(17억원) 등의 순이다.
AKIS의 계열사 매출 의존도는 전년 대비 10%포인트(p) 가량 높아진 것으로 파악된다. 2019년엔 전체 730억원 중 509억원이 계열사에서 발생해 비중이 69.7%였다. 이때는 AK S&D(211억원)의 기여도가 가장 높았고 그 다음이 제주항공(186억원), 애경산업(39억원)이었다. 1년 새 '1등'이 AK S&D에서 제주항공으로 바뀐 셈이다.
반대로 제주항공 매출에서 계열사가 차지하는 금액은 얼마 되지 않는다. 지난해 국내 매출 3740억원 중 계열사 매출은 12억원에 불과했다. 비중으로 따지면 0.3% 수준이다. 이 중 AKIS에서 발생한 매출은 없다. 코로나19 확산 전이었던 2019년엔 내부거래 비중이 0.12%로 더 낮았다.
양사간엔 지분관계도 존재한다. AKIS가 제주항공 지분 1.63%를 갖고 있다. 또한 제주항공 최대주주(53.39%)인 AK홀딩스 지분 10.37%도 쥐고 있다.
AKIS는 컴퓨터 시스템 통합 자문과 구축, 관리업과 대형 종합 소매업을 영위하는 회사로 세제 등을 제조했던 애경유지공업이 전신이다. 1993년 백화점 영업으로 사업범위를 넓혔고 2018년 IT서비스 계열사인 AKIS를 합병하며 지금에 이르렀다. 현재도 애경그룹의 통합 전산시스템 운영과 유지·보수를 책임지고 AK플라자 등 백화점과 쇼핑몰을 운영한다.
무엇보다도 애경그룹 오너일가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최대주주는 채형석 애경그룹 총괄부회장(50.33%)이고 채동석 애경산업 부회장(20.66%)과 채은정 전 애경산업 부사장(13.23%), 채승석 전 애경개발 대표(10.15%) 모두가 지분을 갖고 있다. 애경그룹 동일인이자 이들의 모친인 장 회장 지분도 5.63%다.
채형석 총괄부회장은 사내이사로 이사회에도 참여한다. 김재영·김영근 대표가 있고 사외이사는 별도로 없다. 김성완 감사까지 포함해 네명이 등기임원으로 있다.
그간 AKIS는 내부거래를 통해 매출 대부분을 올린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않아왔다. 오너일가의 자산 증식이나 편법적 지배력 강화에 악용될 우려가 있다는 점 때문이다. 실제로 오너일가가 체제 밖 회사(AKIS)를 통해 지주사와 계열사를 간접 지배할 가능성이 있다. 애경그룹은 2019년 공정거래위원회가 지정하는 자산규모 5조원 이상 대기업집단에 편입되며 사익편취 규제를 받게 됐다.
특히 내부거래위 자체가 애경그룹 내에서 흔치 않기도 하다. 갑자기 조직을 꾸린 속내가 있을 거란 의심의 눈초리가 나오는 배경이다. 이번에 제주항공이 위원회를 만들기 전까진 주요 계열사 중 애경산업에만 설치돼 있었다. 기본적으로 애경그룹은 계열사 전반이 다른 그룹 대비 소위원회 설치에 소극적인 편이다. 지주사인 AK홀딩스에는 감사위만 마련돼 있고 애경유화에는 전무하다.
제주항공은 AKIS와 전혀 무관하다는 입장이다. 제주항공 관계자는 "AKIS가 항공 IT시스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보니 매출이 발생하는 것"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ESG경영을 강화하는 기조에 발맞추고 앞으로도 그런 방향으로 가는게 맞다고 판단해 진행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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