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퇴직연금 '큰손' 신한은행, DB 지고 IRP 떴다 [퇴직연금시장 업권별 분석]상반기 은행업권 점유율 51.9%…IRP 중심 성장세 뚜렷
이돈섭 기자공개 2021-08-18 07:19:56
이 기사는 2021년 08월 13일 14: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1년 상반기에도 은행업권의 퇴직연금 시장 영향력은 상당했다. 하지만 은행 사업자를 받쳐줬던 확정급여(DB)형 적립금이 줄어들고 개인형 퇴직연금(IRP) 적립금이 늘어나는 등의 변화가 이뤄졌다. 은행업권 수익률은 여전히 보험, 증권업권에 비해 낮은 수준이었다.은행업권 1등 사업자는 단연 신한은행이다. 은행업권 내 가장 큰 적립금 규모를 유지하며 확정기여(DC)형과 DB형에서 최상위 수익률을 기록했다. 각 제도별 적립금 추이를 보면 DB형은 감소했고 DC와 IRP는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은 올해 상반기에만 시장에서 1조원 이상의 적립금을 끌어오며 신한은행 뒤를 쫓았다.
◇ 상반기 적립금 유입액 절반 이상 은행으로
더벨이 은행과 보험, 증권업권 등 금융업계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 43곳이 공시한 퇴직연금 적립금 현황을 분석한 결과 올해 6월 말 은행업권 사업자 12곳의 적립금은 135조749억원이다.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 적립금 260조3689억원의 51.9%에 해당하는 비중으로 보험(26.8%)과 증권(21.4%)업권을 압도했다.
올해 상반기 은행업권 적립금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4조6384억원(3.6%) 증가했다. 퇴직연금 사업자 43곳 전체 적립금은 올해 상반기 동안 8조508억원(3.2%) 증가했는데, 이중 절반 이상의 적립금이 은행업권으로 유입된 것이다. 퇴직연금 시장에서 은행업권이 누리고 있는 영향력이 상당하다는 점을 방증한다는 해석이다.
은행업권 퇴직연금 적립금을 제도별로 살펴보면 먼저 DB형 적립금이 63조658억원으로 DC형과 IRP 적립금보다 많았다. 하지만 적립금 규모와 달리 그간의 변화 추이를 보면 입지가 계속 좁아지고 있는 것을 알 수 있다. 은행업권 DB형 적립금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8281억원 감소했다.
올 상반기 말 DB형 적립금은 은행업권 전체 적립금의 46.7%를 차지했다. 2019년 말 51.4% 비중을 차지했다가 지난해 말 49.0%로 50% 선이 무너진 데 이어 꾸준히 비중이 작아지고 있다. 이와 같은 적립금 변화 추이는 은행업권 내 DC형과 IRP형 적립금 규모가 꾸준히 확대하고 있는 모습과는 대조적이다.
IRP형 성장세는 가파르다. 올해 상반기 말 은행업권 IRP형 적립금은 27조7946억원이다. 지난해 말과 견줘 3조9397억원(16.5%) 증가했다. 은행업권 적립금 증가분 4조6384억원의 대다수(84.9%)가 IRP로 집중된 셈이다. IRP 적립금이 업권 전체 적립금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꾸준히 증가해 올해 상반기에는 20.6%를 기록했다.
DC형 적립금도 확대 추세다. DC형 적립금은 44조2145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조5268억원(3.6%) 증가했다. 은행업권 전체 적립금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32.7%로 은행 퇴직연금 적립금의 3분의 1 정도는 DC형으로 운용되고 있는 셈이다. DB형 적립금 축소분 상당량이 DC형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해석도 일각에서 제기된다.
◇ 적립금 최다 '신한은행', DB형 대신 IRP 떴다
은행업권 사업자별 추이를 살펴보면 은행 퇴직연금 사업자 12곳 중 2곳을 제외한 나머지 10곳의 적립금이 증가했다.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 43곳 중 적립금 유입액 상위 5개 사업자에는 1위 미래에셋증권을 제외하고 2위부터 5위가 각각 KB국민은행, 하나은행, 신한은행, IBK국민은행 등 국내 주요은행들이 자리를 꿰차고 있다.
업권 안에서 가장 많은 적립금을 보유한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 퇴직연금 적립금은 27조2553억원으로 전년대비 7994억원(3.0%) 증가했다. 은행업권 적립금 전체의 5분의 1 이상을 차지하고 있는 셈이다. 올해 상반기 말 DB형 적립금은 11조6306억원. 은행업권 안에서 상당히 오랜 기간 가장 큰 규모를 유지해 왔다.
하지만 규모가 큰 만큼 금융업권 전체 DB형 적립금 이탈 움직임도 현저하게 나타났다. 신한은행 DB형 적립금은 지난해 말과 비교해 3624억원 줄었다. 퇴직연금 사업자 43곳을 모두 통틀어 가장 큰 자금 이탈 규모다. DC형(8조7392억원)과 IRP(6조8855억원) 적립금 규모는 각각 모두 KB국민은행에 뒤처져 업계 2위를 기록했다.
KB국민은행 적립금 규모는 지난해 말에 이어 업권 내 2위를 차지했다. KB국민은행 적립금은 24조8154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조1424억원(4.8%) 증가했다. 올해 상반기 동안 퇴직연금 적립금이 1조원 이상 증가한 사업자는 전체 퇴직연금 사업자 43곳 중 KB국민은행을 비롯해 미래에셋증권과 하나은행 등 3곳밖에 없다.
눈에 띄는 점은 IRP 적립금 상승세다. KB국민은행의 IRP적립금은 7조4827억원으로 지난해 말과 비교해 1조180억원(15.7%) 확대했다. 금융업권 전체를 통틀어 가장 가파른 성장세다. KB국민은행의 DC형 적립금은 9조3126억원으로 올해 상반기동안 2888억원(3.2%) 증가해 같은 업권 안에서 가장 큰 규모를 기록했다.
하나은행 성장세도 눈에 띄었다. 하나은행 적립금은 20조646억원으로 은행업권에서 3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말과 비교해 1조702억원(5.6%) 증가했다. IRP 적립금 증가분(7942억원)이 DB(-651억원), DC형(3211억원)을 압도했다. 한편 KDB산업은행과 제주은행 적립금 규모는 각각 2933억원(-4.2%), 139억원(-84.8%)씩 감소했다.
◇ 은행업권 평균 수익률 3% 미만…신한은행 두각
지난해 7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1년 동안 은행업권 퇴직연금 사업자의 수익률은 타업권에 비해 상대적으로 부진했다. 은행업권 특성상 원리금 보장형 상품을 중심으로 적립금 대부분을 운용했기 때문이다. 은행업권 퇴직연금 사업자 12곳의 DC·DB·IRP 등 단순 평균 수익률은 2.69%로 증권 7.96%의 3분의 1수준이었다.
수익률 저하는 은행업권 특성상 DB, DC형 적립금 대부분을 예금 등과 같은 원리금보장형 상품으로 운용하기 때문이다. 저성장·저금리 기조가 장기화하면서 은행업권 수익률이 반등하지 못하는 분위기도 조성했다. 증권업권의 경우 각종 실적배당형 상품을 제공해 지난 1년간 증시 호황에 따른 수익률을 상당 부분 반영했다.
은행업권에서 두각을 나타낸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 DC형 적립금 최근 1년 평균 수익률은 3.92%로 은행업권에서 가장 높은 수준을 기록했다. DB형 평균 수익률은 1.69%로 역시 은행업권 내 1위를 차지했다. IRP 평균 수익률은 5.10%로 DGB대구은행(6.24%)과 하나은행(5.25%)에 밀려 업권 내 3위에 이름을 올리는 데 그쳤다.
신한은행 뒤를 이어서는 KB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이 엎치락뒤치락하는 분위기를 연출했다. KB국민은행의 경우 DB, DC, IRP 등을 통틀어 은행업권 최상위 수익률을 기록하는 데는 실패했지만, 각각의 상품들이 제각각 업권 내 2~4위 사이에 랭크되면서 비교적 상위권 실적을 유지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하나은행의 경우 IRP 수익률이 돋보였다. 하나은행 IRP 평균 수익률은 5.25%로 DGB대구은행에 이어 은행업권 2위를 차지했다. DB형은 1.50%로 신한은행(1.69%)과 BNK부산은행(1.66%), KB국민은행(1.58%), 우리은행(1.51%) 이어 4위를 기록했다. DC형은 신한은행(1.69%), KB국민은행(1.58%)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DGB대구은행은 지난해 말에 이어 은행업권 내 IRP 수익률 최상위를 기록했다. DGB대구은행의 상반기 IRP 평균 수익률은 6.24%로 다른 은행을 압도했다. DGB대구은행의 IRP 적립금 규모는 1906억원으로 신한은행 IRP 적립금의 3%에도 못 미친다. DGB대구은행의 DB, DC형 평균 수익률은 각각 1.10%, 2.97%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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