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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의 투자성과]한미약품 분쟁 여파 극복할까…반등 노리는 김태윤 사외이사⑨규제 행정 전문가…2023년 첫 주식 매입 후 지금까지 2억원 투입

이돈섭 기자공개 2025-04-07 08:06:31

[편집자주]

이달 정기주주총회 시즌 개막을 앞두고 다양한 기업의 이사회가 변화를 앞두고 있다. 새롭게 이사회에 진입해 전열을 정비하고 있는 이들이 있는 반면, 그간의 임기를 마치고 이사회를 떠날 채비를 하는 이들이 있다. 이사회에 합류해 재직하는 동안 몸담은 회사 주식을 취득한 경우, 임기를 마친 지금 그 투자 성과를 가늠할 수 있는 시기다. 더벨은 주요 상장사 사외이사 중 주식을 보유하고 있는 인물의 그간 투자 성과를 측정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3일 08시01분 THE BOARD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그룹 경영권 분쟁이 일어나기 전과 후 주식을 사 모으고 있는 사외이사가 있어 이목을 끈다. 한미약품의 김태윤 사외이사(사진)는 2023년 이사회에 진입, 지금까지 약 2억원을 태워 780여주를 확보했다. 한미약품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며 반등의 기미를 보이고 있지 않아 아직까지 수익률은 마이너스 상태로 추정되지만, 증권가에서 긍정적 전망을 유지하면서 김 사외이사 임기 만료 전 성과가 회복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김태윤 사외이사는 규제 행정 분야의 전문가로 꼽힌다. 1961년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 미국 하버드대 정책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2001년 한양대 교수로 임용돼 올해로 25년째 재직 중이다. 포스코홀딩스와 한국전력공사에서 사외이사로 재직하고 있는 김준기 서울대 교수(1965년생)도 하버드대 정책학과에서 석·박사 학위를 받았는데, 두 교수 사외이사가 하버드대에서 유학한 시기가 일부분 겹치기도 한다.

한미약품과 인연을 맺은 건 2023년이다. 자산규모 2조원 미만 법인인 한미약품은 별도의 사외이사후보추천위원회 등을 설치하지 않고 이사회 자체적으로 신규 사외이사 후보를 내오고 있다. 2022년 말 한미약품 이사회에는 오너일가 형제 포함 사내이사 3명과 사외이사 2명으로 구성돼 있었다. 한미약품은 김 사외이사에 대해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시각을 제공, 업가치를 제고하는 데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사외이사가 한미약품 이사회에 합류한 이후 가장 눈에 띄는 점은 그가 주식을 사 모으고 있다는 것이다. 김 사외이사는 2023년 8월 한미약품 주식 400주를 주당 26만6500원에 1억660만원을 들여 매수했다. 가장 최근까지 주식을 갖고 있던 사외이사는 M&A 자문사 인터캐피탈 대표를 역임한 고성수 전 사외이사인데 고 전 이사는 2013년 이사회를 떠났다. 최근 12년간 사외이사가 주식을 매입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의미다.

김 사외이사의 주식 취득은 책임 이사회 활동의 일환으로 여겨진다. 다만 김 사외이사는 주식 취득 당시 CJ제일제당 이사회에서도 활동하고 있었는데, 지난달 6년의 임기를 모두 채우고 떠날 때까지 주식은 단 한 주도 매입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책임 이사회 활동 그 이상의 것이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제기된다. 김 사외이사가 주식을 처음 취득한 그해 한미약품이 사외이사 한 명에 지급한 보수는 평균 3600만원 수준이었다.

김 사외이사의 주식 매입 후 한미그룹은 OCI그룹과의 통합을 발표했다. 2020년 한미약품 창업주 임성기 선대 회장이 숙환으로 별세한 후 임 선대 회장의 부인인 송영숙 회장과 그의 장녀 임주현 한미사이언스 사장은 그들이 갖고 있는 한미사이언스 주식을 OCI홀딩스 측에 넘기고, 그 대가로 OCI홀딩스 신주를 받기로 한 것. 한미사이언스는 OCI홀딩스 대상으로 2400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형식의 유상증자도 추진키로 했다.

한미사이언스 이사회에서 OCI홀딩스 대상으로 유상증자를 추진한다는 내용의 안건이 통과된 것은 지난해 1월. 김 사외이사가 주식을 매입하고 5개월여 뒤였다. 하지만 그룹 통합 계획에 대해 송영숙 회장의 두 아들 임종윤, 임종훈 형제가 반기를 들면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됐고, 모녀와 형제간 그룹 이사회 장악 다툼이 벌어졌다. 그러다가 지난해 말 임종윤 이사가 모녀 측에 지분 일부를 넘기면서 분쟁은 수습 국면에 돌입했다.


이 과정에서 김 사외이사는 송영숙 회장과 임주현 사장 측에서 목소리를 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지난해 9월 한미약품 이사회에서는 한미약품 대표이사 선임 안건이 올라왔는데, 이는 당시 송 회장 측과 갈등을 겪고 있던 임종윤 이사를 단독 대표로 뽑는 것이었다. 김 사외이사는 해당 안건에 대해 반대표를 행사했고 상당수 이사들이 이에 가세하면서 임종윤 이사가 한미약품 대표로 선임되는 것을 결과적으로 저지했다.

경영권 분쟁이 마무리된 후 김 사외이사는 주식 추가 매입에 나섰다. 올 초 주당 25만4000원씩 총 370주를 약 9400만원을 들여 추가 매수한 것. 지난해 초 한미약품이 무상증자를 단행하면서 김 사외이사의 주식 수는 8주가 증가해 2일 현재 그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은 모두 778주. 1일 종가(23만1500원) 기준으로 환산한 김 사외이사의 주식 가치는 1억8010만원이다. 배당 수익을 고려한 그의 현재 수익률은 -9% 수준이다.

한미약품은 이달 초 2027년까지 주주환원율을 25% 이상으로 끌어올리고 주당 배당금은 2023년 대비 200% 증액하는 내용을 골자로 삼은 밸류업 계획을 공시한 상황. 증권가에서는 R&D 성과에 따른 실적 상승을 감안, 목표주가를 35만원 수준으로 제시하고 있다. 김 사외이사의 임기는 내년 3월 말까지이지만 재선임될 경우 2029년까지 이사회에 남아있을 수 있다. 투자 수익률을 끌어올리기까지 시간이 다소 남아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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