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가 레버리지 리뷰]LG생활건강, 잉여현금 창출 '무차입경영' 굳히기④차입기반 영토확장 결실, 잇단 M&A '수익실현' 재원충당
김은 기자공개 2021-08-24 08:08:36
[편집자주]
비대면 소비문화 확산과 맞물려 국내 유통기업들의 레버리지 전략에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과거에는 부채 기반의 수익 창출에 집중했다면 지금은 미래 투자를 위한 재원 확보와 경기 불황에 따른 리스크 관리를 병행하고 있다. 기업 인수합병(M&A)과 운영자금 확보를 위한 자산 매각과 유동화, 시장성 차입 등이 한창이다. 패러다임이 급변하는 격동의 시기 생존을 위해 뛰고 있는 유통사들의 레버리지 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0일 13:4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생활건강은 유통업계에서 보수적 재무기조를 가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과거 사업 다각화를 위해 외부 차입을 적극 활용했다면 최근에는 현금을 대량으로 보유하고 자본 시장을 통한 조달에 소극적으로 대처하는 전략을 펼치고 있다.이런 배경에는 외부 차입을 하지 않아도 될 만큼 우수한 현금 창출능력이 꼽힌다. LG생활건강이 처음부터 차입을 기피했던 것은 아니다. 2014년까지 몸집을 불리는 과정에서 공격적으로 레버리지 전략을 구사했다.
◇과거 공격적 M&A, 잉여현금 창출로 채무 상환
LG생활건강은 코카콜라음료(2007년), 더페이스샵(2010년), 해태음료(2011년), 긴자스테파니(2012년), 에버라이프(2013년), CNP코스메틱스(2014년) 등 공격적인 인수합병(M&A) 나서며 다각화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이를 위해 적극적으로 외부로부터 자금을 조달하면서 연결기준 순차입금 규모는 2009년 2085억원에서 2014년 2조1198억원까지 빠르게 확대됐다. 차입 부담은 늘어났지만 화장품, 생활용품, 음료 등 다각화된 포트폴리오를 확보하며 안정적인 수익을 창출해내기 시작했다.
2014년 이후부터 수익 창출 능력 제고에 힘입어 대규모 잉여현금(FCF)을 창출하면서 차입금 순상환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 지난해 연결기준 영업활동으로 LG생활건강에 유입된 현금은 1조원 규모다. 2019년 영업활동현금이 처음으로 1조원을 넘은 이후 2년 연속 유지하고 있다.
넉넉한 현금을 바탕로 LG생활건강은 2015년부터 꾸준히 차입금 상환에 나섰다. 기업 인수 자금을 주로 내부 재원과 향후 발생하는 현금으로 충당하는 것을 기본 원칙으로 삼고 부족분에 대해 차입하는 기조를 유지해왔다. 실제 만기가 임박한 공모채 역시 전액 현금으로 상환했다.
2019년 이후에는 Avon 인수, 리스회계기준 변경에 따른 대규모 리스부채 계상 등 영향으로 총 차입금 규모가 일시적으로 증가했다. 하지만 영업이익 확대를 바탕으로 6000억원에 달하는 잉여현금을 창출하면서 총 차입금을 상회하는 현금성 자산을 확보했다.
◇보수적 자금운용 기조, 차입금의존도·부채비율 대폭 개선
지난해에도 피지오겔 사업권 인수와 설비 투자 등으로 대규모 자금 소요가 발생했으나 영업활동 창출현금으로 이를 모두 충당해 (-) 순차입금 기조를 유지할 수 있었다. 실질적 무차입구조를 형성하고 있는 셈이다.
특히 지난해 피지오겔 인수를 성사시키고 PMI(인수 후 통합)에 2000억원가량을 지출했는데도 부채를 대폭 감축하는데 성공했다. 2020년 연결기준 LG생활건강의 부채는 1조9500억원 규모로 전년대비 약 14% 줄었다.
구체적으로 단기차입금은 전년 2876억원에서 1864억원으로 1000억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매입채무는 2907억원에서 2512억원으로, 기타유동부채는 7403억원에서 7032억원으로 각각 축소됐다.
2014년 31.6%에 달했던 차입금의존도는 2020년 6.9%로 떨어졌다. 부채비율도 같은 기간 124.1%에서 40.3%로 하락했다. 차입금/EBITDA 는 0.0배를 기록하고 있다. 이처럼 견조한 수익 창출력과 낮은 레버리지 부담이 유지되고 있어 전반적인 재무안정성은 매우 우수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중단기적으로 음료 부문 생산 CAPA 및 물류 설비 증설 관련 등에 자금유출이 이어질 것으로 예상되지만 연간 1조원을 상회하는 영업현금창출력, 단기차입금 규모를 상회하는 현금성 자산을 바탕으로 견조한 재무구조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향후 빅딜을 성사시킬 체력이 충분한 만큼 LG생활건강은 앞으로도 공격적인 M&A에 나설 방침이다. 지난 16년간 30건에 달하는 인수합병을 통해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온 만큼 시너지 효과를 거둘 수 있는 기업을 공격적으로 사들이며 지배력을 확장할 계획이다.
특히 올해는 앞서 인수한 피지오겔, 로아코리아 등 인수 효과가 본격화되는 원년이다. LG생활건강은 2020년 5월 영국기업 스티펠 컨슈머 헬스케어로부터 더마 화장품 브랜드 피지오겔의 아시아와 북미지역 사업권을 취득했다.
이어 같은해 11월 구강 헬스케어기업 리치 및 유씨몰 치약 상표권과 사업권을 취득하고 색조화장품 기업 로아코리아의 지분 70%를 인수했다. 특히 피지오겔의 경우 지난해 중순 인수 작업을 마쳤는데도 곧바로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화장품사업의 경우 코로나19 영향 완화로 중국 수출 및 면세점 매출의 회복이 기대되고 있어 국내외에서 안정적인 성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후', '숨' 등 프리미엄 브랜드 비중을 지속적으로 확대하고 해외 기업 및 브랜드 사업권 인수 기조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음료부문 및 생활용품 부문의 경우 시장 변화에 대응한 신제품 개발, 프리미엄 브랜드 비중 확대 노력 등을 통해 지금 수준의 수익 창출력을 유지해나갈 것으로 분석된다.
업계 관계자는 "LG생활건강은 2014년 이후 수익창출능력 제고에 힘입어 대규모 잉여현금을 창출하면서 현재까지 차입금 순상환 기조가 이어지고 있다"며 "다수의 M&A를 단행했는데도 실질적 무차입구조를 유지하는 등 재무 안전성이 매우 우수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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