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명주식 해소' 김호연 빙그레 회장, 현금창고 '배당금' 26개 회계연도 825억 수취, '실명전환' 국세청 추징세금 등 납부
이효범 기자공개 2021-08-27 07:57:11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6일 09:5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김호연 빙그레 회장(사진)은 2017년 차명주식을 실명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막대한 세금을 어떻게 해결했을까. 최근 4년만에 세무서에 제공한 주식 담보를 회수했는데 빙그레의 배당을 통해 추징금 재원을 마련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는다. 빙그레는 수십년 동안 꾸준히 배당을 실시해왔다. 이 가운데 40%가량이 김 회장 몫이었다.그가 국회의원이었을 당시 공개한 자산 내역을 살펴보면 재산의 대부분이 주식과 부동산이었다. 당시 가진 주식과 부동산 등을 최근까지 거의 매각하지 않은 점도 김 회장이 배당을 통해 현금을 확보했을 것으로 보는 이유다. 이처럼 수십년간 지속된 빙그레 배당은 김 회장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빙그레, 26개 회계연도 배당총액 2000억 넘어...'주주환원' 꾸준
더벨이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빙그레의 총 28개 회계연도(1995년 9월 결산~2020년 12월 결산) 배당내역을 분석한 결과 2개 회계연도를 제외한 나머지 회계연도에서 모두 배당을 실시한 것으로 나타났다.
배당을 실시하지 않은 회계연도는 1996년(9월 결산), 2002년(12월 결산) 등이다. 2002년부터 12월결산 법인으로 전환하면서 2002년 회계연도 기간은 10월부터 12월까지 단 3개월 뿐이었다. 이를 제외하면 순손실을 기록한 1996년에만 배당을 실시하지 않았던 셈이다. 빙그레는 나머지 회계연도에서 모두 순이익을 냈다.
전체 기간 중 주주들에게 지급한 배당금은 총 2179억원에 달한다. 26개 회계연도인 점을 감안하면 연평균 배당금은 84억원 가량이다. 최근 10년간 배당액이 1600억원으로 대부분을 차지한다. 상장사인 빙그레는 꾸준한 배당으로 주주환원에 적극적인 기업으로 투자자들에게 인정받고 있다.
국민연금 역시 2012년부터 5% 이상 지분을 취득한 이후 꾸준히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주주환원에 소극적인 기업일 경우 투자목적을 '일반투자'로 명시해 주주환원책 확대 등의 관여활동 가능성을 열어둔다. 그러나 빙그레에 대해서는 '단순투자'로 명시해 주주환원책과 관련해 특별한 이견을 표시하지 않고 있다.
빙그레는 사업보고서를 통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각 사업연도의 경영실적과 향후 투자계획, 캐시플로우 상황, 배당의 안정성을 종합적으로 고려한다"며 "중장기적으로 배당성향 25~35%를 실현하는 정책을 수립하고 있다"고 언급했다.
빙그레의 지난해 현금배당성향은 40.6%에 달했다. 또 주가 대비 배당금 비율을 나타내는 현금배당수익률은 2.8% 수준이다. 은행 예금금리와 비교하면 높은 수준이다. 다만 2020년 상장사 평균 배당내역을 살펴보면 빙그레의 배당 수준은 평균치를 소폭 하회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해 코스피 상장사 배당 총액은 33조2000억원이다. 전년대비 60% 넘게 증가한 규모다. 상장사들의 평균 배당성향은 50%를 웃돌았다.
◇최근 10년간 600억 확보...2012년 김 회장 일가 재산 2500억 '주식 90%'
수십년간 이어온 빙그레의 배당정책에 가장 큰 수혜자는 주주다. 특히 단일 최대주주인 김호연 회장이 가장 많은 배당금을 받아간 것으로 나타났다. 김 회장이 받은 배당금(1995년 9월 결산~2020년 12월 결산)은 총 825억원으로 집계된다. 절반 이상인 600억원 가량이 최근 10년간(2011년~2020년) 수령한 배당금이다.
빙그레의 배당은 김 회장의 든든한 자금줄 역할을 하고 있다. 차명주식을 실명전환하는 과정에서 100억원 안팎의 증여세 부담을 털어낼 수 있었던 것도 빙그레 주식을 통해 수령한 배당금 덕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세청은 2017년 빙그레 세무조사에서 김 회장이 차명주식을 소유한 사실을 적발했다. 결국 2017년~2020년까지 김 회장은 차명주식 보유에 따른 추징금을 분납했다.
공교롭게도 이 기간 빙그레는 꾸준히 배당금을 늘려나갔다. 앞서 빙그레의 현금배당총액은 2013년~2017년까지 매년 111억원에 그쳤다. 2013년, 2014년 빙그레 순이익이 380억원에 달했으나 이후로 3년간 300억원을 하회했다. 다만 2018년 빙그레 순이익은 다시 300억원대를 넘어섰다. 이후에도 순이익은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별도기준 407억원을 기록했다.
또 김 회장의 국회의원 임기를 전후해 빙그레는 배당금을 늘렸다. 김 회장은 18대 국회의원 선거에서 낙선했으나 이후 2010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시 새누리당 소속으로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임기는 2010년 7월~2012년 5월까지였다. 빙그레는 2010년 124억원(1주당 배당금 1400원), 2011년 106억원(1200원), 2012년 124억원(1400원) 등의 배당을 실시했다. 물론 빙그레의 실적도 뒷받침 됐다.
2012년 7월 국회가 공개한 퇴직 국회의원 재산공개 내역에 따르면 김 회장을 비롯해 배우자, 자녀 등의 전체 재산은 2500억원 가량이다. 이 중 2270억원 가량이 빙그레 주식이다. 나머지는 서울과 충남 일대 부동산 170억원, 예금 42억원, 회원권 10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이를 감안할때 빙그레의 배당금은 그의 가장 큰 현금 확보 루트로 볼 수 있다. 그는 서울 중심부에 위치한 수십억원의 주요 부동산을 여전히 보유하고 있다. 그동안 현금화하지 않았다는 얘기다. 차명주식에 따른 추징금 재원을 주식 배당금으로 보는 이유이기도 하다.
김 회장은 국회의원 임기 당시 주식백지신탁제도 적용을 받지는 않았던 것으로 보인다. 공직자윤리법에 따라 국회의원은 3000만원 이상의 주식을 보유할 경우 주식백지심사위원회에 심사를 신청해야 한다. 상임위 활동과 이해충돌 여지가 있을 경우 국회의원은 주식을 한달 안에 매각하거나 신탁할 의무가 있다. 그는 국회의원 재임기간 동안 외교통상통일위원회에서 활동했다.
업계 관계자는 "빙그레 주식은 김 회장의 재산 증식에 필요한 현금을 안정적으로 마련할 수 있는 기반"이라며 "특히 그의 경영 능력을 바탕으로 빙그레를 성장시켜 안정적으로 배당을 실시할 수 있는 환경을 스스로 만들어 놓은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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