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태승 승소 파장' 릴레이 소송 부담 커졌다 당국, CEO 중징계 법적 근거 약해 패소…상품 선정절차 마련의무만 책임
이장준 기자공개 2021-08-30 07:21:04
이 기사는 2021년 08월 27일 15:1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법부가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의 손을 들어주면서 이어질 사모펀드 사태 관련 행정소송에서 금융당국의 부담이 커졌다.당국은 내부통제 의무를 저버렸다는 이유를 들어 CEO에게 책임을 물었으나 법적 근거가 명확하지 않은 것으로 결론났다. 금융감독원은 금융소비자보호에만 몰두해 무리하게 책임을 지우려 했고 금융위원회는 명쾌하지 않은 결정을 그대로 수용하는 과오를 남겼다는 비판이 나온다.
서울행정법원 제11부(강우찬, 위수현, 김송)는 27일 손태승 우리금융지주 회장이 해외 연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관련 문책경고 등 취소청구의 소에 대해 '징계 취소' 판결을 선고했다. 금감원 대신 손 회장의 손을 들어준 것이다.
앞서 금감원은 지난해 3월 DLF를 판매한 우리·하나은행의 당시 수장이었던 손 회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부회장에게 문책경고를 통보했다. 손 회장은 금융위 의결을 거쳐 형이 확정되자 즉시 행정법원에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내고 소송에 돌입했다. 처음 제재심의위원회가 중징계 심의를 내린 지 정확히 576일 만에 당시 결론이 부당했다고 내렸다.
금융권 관계자는 "행정소송은 상소 제도와 비슷해 항상 약자의 편을 들어주는 경향이 있다"며 "감독당국이 소비자보호라는 명분을 들어 칼을 휘둘렀지만 합리적이지 않은 부분에 대해 사법부가 판단을 내린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학자 출신인 윤석헌 전 금감원장 재직 시절 금감원은 금융사를 향한 강경 기조를 꿋꿋하게 이어왔다. 이번 행정소송도 결국 감독당국의 무리한 징계 추진이 초래한 결과라는 게 중론이었다. 서울행정법원은 선고기일을 일주일 연기하면서까지 논리를 다듬어 이를 뒤집었다.
재판부는 이번 사건의 쟁점으로 내부통제와 관련해 '은행 내부규정에 반드시 포함될 내용이 흠결이 있느냐'를 꼽았다. 처분사유 5가지 가운데 4가지에 관해 금감원이 잘못된 법리를 적용해 내부통제 기준 마련 의무의 해석·적용을 그르친 잘못이 있다고 판단했다.
특히 이들 사안에 대해서는 내부통제 관련 규범에 대한 설명이 다소 미흡할 뿐 규범 자체를 마련하지 않았다고 볼 수 없다고 봤다. 사후적 책임을 묻기 위한 방편으로 금감원이 내부통제규범 마련의무 부과 규정을 끼워 맞췄다는 지적이다.
물론 재판부가 금융당국이 제시한 모든 논리를 부정한 건 아니다. 재판부는 우리은행이 소비자보호를 위해 내부통제 기준에 포함해야 할 '금융상품 선정절차'를 실질적으로 마련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금융회사의 지배구조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최소한의 견제 장치로서 '상품선정 및 판매절차'에 관한 내부통제 기준을 마련하도록 하고 있다. 하지만 재판부는 우리은행은 형식적으로는 상품선정위원회를 마련했으나 실질적으로는 위원회를 구성하는 9명의 위원에게 의결 결과를 통지하지 않는 등 흠결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투표결과 조작, 투표지 위조, 불출결·의결 거부에 대한 찬성표 처리 등 왜곡이 나타났고 불완전한 상품이 출시됐다고 밝혔다. 최소한의 정보유통 절차를 마련하지 않은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는 우리은행의 책임을 인정한 것이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법원의 판단을 존중하고 이번 판결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고객 피해 회복이 가장 시급하다는 판단 하에 금감원 분쟁조정안들을 즉각 수용했고 대다수 고객 보상을 완료하는 등 신뢰회복 방안을 성실히 추진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철저한 내부통제와 금융소비자보호를 위한 정책에 적극 협조하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금융당국의 기존 판결이 뒤집힌 만큼 파장도 상당할 전망이다. 현재 함 부회장 역시 같은 DLF 건에 대해 소송 결과를 기다리는 상황이다. 금감원이 동일한 논리를 들어 중징계 조치를 강행한 만큼 연달아 패소할 것으로 점쳐진다. 감독당국의 제재가 무력화될 경우 추후 금융사의 상시 감독 및 제재에도 부담이 가중될 수밖에 없다.
아울러 금융권에서는 재판 당사자는 아니지만 금융위 역시 책임론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온다. 금감원의 제재 결정에 대해 아무런 제동을 걸지 않고 그대로 수용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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