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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FO 워치/에어부산]'수비형' 배영국 상무, 변화없는 '그림자' 재무전략유증·영구CB 발행으로 재무리스크 대응, 변화 최소화

유수진 기자공개 2021-09-01 07:45:06

이 기사는 2021년 08월 30일 08:1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저비용항공사(LCC) 에어부산에서 재무와 회계 등을 총괄하는 배영국 경영지원본부장(상무)은 '수비형' 최고재무책임자(CFO)다. 안정에 방점을 찍고 부채비율 등 주요 재무지표를 관리하고 있다. 적극적으로 자신의 색깔을 드러내기 보단 전임자가 걸어간 길을 그대로 뒤따라가는 모양새다.

배 상무 개인의 경력이나 성향보단 현재 에어부산이 놓인 상황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모회사 아시아나항공이 대한항공에 인수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는 의미다. 해당 딜엔 자회사인 에어부산과 에어서울 등이 모두 포함됐다. M&A가 완료될 때까지 회사가 유동성 부족 등에 직면하지 않도록 세심히 살피는 게 배 상무의 역할인 셈이다.

에어부산은 올 2분기 494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9년 2분기부터 아홉 분기 연속 적자행진 중이다. 올 상반기 누적적자만 967억원으로 1000억원에 육박한다. 상반기 순손실은 1103억원으로 작년 연간 순적자(1285억원)에 맞먹는다. 매분기 누적된 적자로 결손금이 1855억원까지 불어난 상태다.

마이너스(-)로 가득찬 성적표는 비단 에어부산만의 문제가 아니다. '화물'이란 돌파구를 찾은 대형항공사(FSC)들과 달리 여객이 유일한 매출수단인 LCC들 모두가 똑같이 직면한 고민거리다. 운영자금이 바닥난 항공사들은 일제히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재무 리스크 방어라는 목표는 같지만 구체적인 방법은 CFO의 재무적 수완에 따라 차이가 있다.


제주항공은 유상증자에 앞서 무상감자를 실시했고 티웨이항공은 고심 끝에 외부 투자 유치를 단행했다. 양사 모두 상장 이래 처음 꺼내든 카드다. 반면 에어부산은 새로운 방식을 시도하지 않았다. 배 상무는 유상증자와 영구 전환사채(CB) 발행으로 자금조달에 나섰다. 올 초 물러난 전임자 이정효 상무와 동일한 전략이다.

에어부산은 현재 2400억원 규모의 주주배정 유증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 운영과 차입금 상환 등에 필요한 자금 마련 목적이다. 다음달 말 납입이 이뤄지고 10월 신주 상장이 진행된다. 최대주주 아시아나항공이 일찌감치 참여를 결정하며 성공 가능성을 높였다. 주관사 총액인수 형태로 다른 주주들의 참여 여부와 무관하게 자금 유입에는 문제가 없다.

유증은 아시아나항공이란 뒷배가 있는 에어부산이 상대적으로 쉽게 활용할 수 있는 카드다. 지난해에도 실시해 836억원을 확보한 바 있다. 금융권 차입은 LCC 특성상 담보가 없어 어렵기도 하지만 성공하더라도 부채 확대로 인한 재무지표 훼손이 불가피하다. 유증은 자본확충 효과가 동반돼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자금조달 방식이다.


에어부산은 올해 3월과 6월 두 차례에 걸쳐 영구 CB도 발행했다. 각각 300억원씩, 모두 600억원 규모다. CB 발행 역시 지난해 전임자가 스타트를 끊었던 자금조달 방식이다. 작년 6월 500억원과 올해 600억원 등 1100억원 어치 모두를 모회사 아시아나항공이 인수했다.

이 같은 모습을 보면 배 상무는 변화를 최소화하고 현상 유지를 위한 재무기조를 가져가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 맞춰 시의적절하게 대응할 뿐 과도하게 앞서가진 않는다는 의미다. 여기엔 아시아나항공 딜이 진행 중이라는 점과 CFO 자리에 앉게 된 배경 등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배 상무는 올 초 금호아시아나그룹 임원 인사에서 에어부산 CFO에 선임됐다. 에어부산의 과도기를 책임질 인물로 해석됐지만 당시 인사는 박삼구 전 금호그룹 회장과 선을 긋는 차원이기도 했다. 에어부산은 박 전 회장이 구속기소되며 촉발한 상장폐지 위기를 무사히 넘긴 뒤 경영투명성 개선의 일환으로 이미 주요 경영진(CEO·CFO)을 교체했다고 밝혔다. 그렇게 등판한 인물이 바로 배 상무다.


1969년 1월생인 배 상무는 한양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2012년 아시아나항공에서 회계팀장을 지냈던 인물이다. 2018년 7월 중국 장춘, 2019년 10월 중국 다롄 지점장을 잇따라 맡은 뒤 이듬해 7월 귀국해 자회사관리 TF 팀장을 맡았다. 지난해 말 부장에서 상무로 승진하며 처음으로 임원을 달았다. 올 1월 에어부산으로 넘어와 경영지원본부장으로서의 역할을 시작했고 3월 사내이사로 이사회에 합류했다.

항공업계에서는 아시아나항공 M&A가 예상보다 길어지며 에어부산의 수비형 재무전략이 장기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본다. 당분간은 불확실성이 커 변화를 시도하기가 쉽지 않을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대한항공은 현재 공정거래위원회 등 국내외 당국의 기업결합심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중이다. 지금까지 승인을 내준 국가는 터키와 태국, 대만 등 3개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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