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9월 06일 10: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단행된 한화생명의 조직개편과 인사에서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인 김동원 부사장의 역할에 변화가 생겼다. 전략부문장을 내려놓고 최고디지털전략책임자(CDSO)만 맡기로 했다.7년째 이어지는 한화생명의 ‘김동원’ 퍼즐 맞추기가 잠시 쉬어가는 모양새다. 2014년 입사 이래 디지털 쪽을 전담하고 있는데 내부에서 그가 맡을 최적의 역할을 찾는 과정은 아직 멀어 보인다. ‘디지털 신사업을 전담시킨다’는 큰 틀의 방향성은 정해졌다.
김 부사장은 2014년 10월 디지털팀 팀장으로 한화생명에 첫 발을 들였다. 이듬해에는 전사혁신실 부실장(부장급)으로 자리를 옮겼다. 핀테크 등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역할을 했다. 2017년 전사혁신실이 디지털혁신실로 이름을 바꾸자 그곳에서 디지털담당 상무로 일했다.
디지털 밑그림을 어느 정도 완성한 그는 2018년부터 겸직에 나서며 영향력 강화에 나섰다. 그해 미래혁신총괄을 맡으면서 해외총괄을 겸했다. 2019년 CDSO와 미래혁신부문장을 겸직했다. 작년엔 CDSO와 전략부문장을 함께 맡았다. 경영수업의 일환으로 다양한 보직을 맡고 있다는 시각도 있지만 아직 몸에 맞는 옷을 찾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김 부사장이 한화생명에서 입지를 공고히 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김 회장의 ‘3형제’ 후계구도와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한화그룹 승계는 장남인 김동관 한화솔루션 사장이 방산·태양광 등 그룹 전반을 맡고 김 부사장이 금융 계열사, 김동선 한화호텔앤리조트 상무가 레저·유통을 각각 맡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한화생명은 금융 계열사의 지주사 역할을 한다. 한화자산운용, 한화손해보험, 한화생명금융서비스, 한화손해사정 등을 종속회사로 두고 있다. 이런 한화생명에서 김 부사장이 '전략'을 책임지는 자리를 내려놓은 게 그리 긍정적인 시그널로 읽히지는 않는다는 평가다.
이제는 확실한 성과를 찾아야 할 때다. 겸직을 내려놓은 김 부사장은 그동안 진두지휘한 디지털 신사업을 되돌아보는 시간적 여유를 갖게 됐다. 최적의 역할을 찾기 위한 고민을 충분히 할 수 있는 시간이다. CDSO는 보고나 결재를 챙겨야 할 부서가 없어 활동 반경이 자유로운 편이다.
그간 김 부사장은 핀테크에 관심을 쏟으며 국내 첫 번째 인터넷전문은행 케이뱅크와 간편결제 플랫폼 페이코 등에 투자를 단행했지만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의 작품으로 알려진 캐롯손해보험 역시 국내 1호 디지털 손해보험사라는 타이틀만 있을 뿐 성과가 전무한 실정이다. 설립 1년 만에 대주주 한화손해보험이 캐롯손보 지분을 한화자산운용으로 넘기려다 접기도 했다.
디지털화로 금융이 급변하고 있다. 머뭇거리면 순식간에 뒤쳐진다. 이제는 김 부사장과 한화생명이 퍼즐을 완성하고 새로운 단계로 나아갈 때다. 하루라도 빨리 답을 찾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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