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09월 07일 07: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17년 12월 대한민국이 뒤집어졌다. 매우 이례적으로 대통령 비서실장이 아랍에미리트(UAE)에 특사로 파견됐는데 그 이유가 200억달러(당시 약 21조원) 원자력발전소 수주 불만을 잠재우기 위해서라는 의혹이 제기됐기 때문이다.청와대는 인정하지 않았지만 전 정권이 원전 계약과정에서 체결한 군사 MOU를 수정하려다 UAE 측이 ‘국교 단절’을 거론하며 크게 화를 냈고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특사를 보낸 것이라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었다.
이 사태의 배경에는 정부의 안이한 태도가 있다는 분석이 우세하다. 프랑스, 미국, 일본 등 선진 원전국과의 경쟁 속에서 사업을 따냈지만 탈원전 정책으로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게다가 계약 이면에 깔린 합의사항 거부로 신뢰가 깨지면서 UAE가 서운한 마음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을 초래했다.
방문규 수출입은행장은 지난 6월 중동에 출장을 다녀왔다. 취임 1년 8개월만에 오른 첫 해외 출장이었다. 중동은 지난 10년간 수출이 반 토막 난 지역이다. 현지 방문을 통해 수출입은행의 의지를 확인시키고 현지에 진출한 한국 기업의 수출을 지원한다는 목적이었다.
실제로 좋은 성과를 거뒀다. UAE에서는 아부다비 석유공사(ADNOC)와 50억달러(약 5조8000억원) 규모의 금융협력 협약을 맺고 원자력공사(ENEC)도 방문해 협력확대 방안을 논의했다. 요르단에서는 주택무역은행과 1억3000만달러(약1500억원) 규모의 전대금융 한도를 개설하고 국무총리와 에너지자원부 장관 면담을 통해 경제·금융 협력방안을 논의했다
하지만 출장 중에 걱정되는 부분이 있었다고 한다. 현지 당국 관계자가 대화를 나누던 중 한국에 서운한 감정을 드러냈다고 한다. 한국기업이 진출해 많은 수익을 얻고 있지만 현지 투자가 미미하다는 불만을 표현했다는 전언이다.
이런 얘기는 한 금융기관장이 들을게 아니라 정부가 먼저 움직여야 하는 사안이다. 물론 정부 입장에서도 코로나19 확산으로 어쩔 수 없었던 부분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당사자 입장에서 뒷짐만 지고 있는 우리 정부에 서운함을 느끼는 것도 이해가 가능한 부분이다. 수조, 수십조원의 경제적 실익이 걸린 점을 고려할 때 정부의 대처가 아쉬운 대목이다.
올해 수출입은행은 2018년 달성했던 수출 6000억달러 탈환의 선봉장이 된다는 목표로 뛰어다니고 있다. 올 8월 기준으로 누적 수출액 4000억달러를 넘겼다. 3년 전 같은 기간 3997억달러보다 빠른 속도다. 코로나19 속에서도 활발히 움직이며 경제사절단 역할까지 수행하고 있는 수출입은행이 ‘언성 히어로’(unsung hero, 숨겨진 영웅) 역할을 톡톡히 해내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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