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의 '자동차 생태계']'중고차시장 개방' 앞장서는 김동욱 부사장·이준영 상무③중고차업계·중기부 등 설득 중책, '상생' 방점찍고 협상력 높여
유수진 기자공개 2021-09-30 07:43:58
[편집자주]
중고차매매업 진출은 현대자동차그룹의 오랜 소망 중 하나다. 2013년 이래 단단히 잠겨있던 문이 열릴 기미가 보이자 쉼 없이 노크하며 들어갈 기회를 엿보고 있다. 단순히 '30조원'이라는 시장규모 때문만은 아니다. 그보단 생태계 완성을 위한 하나의 퍼즐이란 점이 설득력있다. 더벨은 현대차그룹을 지속가능하게 할 '자동차 생태계'의 요모조모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1년 09월 28일 13: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중고차시장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자동차 생태계'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한 하나의 퍼즐이다. 보다 많은 고객 확보와 촘촘한 시스템 구성에 보탬이 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시장 진출 논의는 작년 말 정의선 회장의 그룹 회장 취임 이후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중고차매매업의 '생계형 적합업종' 지정 지연과 맞물리면서다.그로부터 1년 가까이 지난 지금은 어떨까. 아직 시장에 들어가진 못했지만 상당히 근접했다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선두에 서서 시장 개척 작업을 진두지휘하는 이는 현대차 정책조정팀장을 맡고 있는 김동욱 부사장이다. 중고차사업 자체가 아닌 시장 진출의 총대를 멘 인물이다.
◇'대관' 담당 정책조정팀, 시장 진출 위한 '사전작업' 중책
28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에서 완성차업계의 중고차시장 진입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조직은 현대차 정책조정팀이다. 대관을 포함해 대외협력 업무를 맡는 곳이다. 김 부사장은 2018년 말부터 3년 가까이 팀장으로 재직하며 조직을 이끌고 있다. 임원급 중에선 전무 1명과 상무 4명이 함께 근무 중인 것으로 파악된다.
정책조정팀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한 건 중고차사업을 위한 '사전작업'을 맡았기 때문이다. 일단 시장 진출을 가로막고 있는 장애물을 없애야 본격적인 사업 전개가 가능하다. 아무리 사업적으로 완벽히 준비한다 하더라도 시장이 열리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는 의미다.
특히 기존 중고차업계는 물론 중소벤처기업부 등 유관기관을 설득해 합의점을 찾아야 한다. 협의 결과가 시장진입 여부를 좌우하는 만큼 역할이 막중하다. 대부분 소상공인으로 구성된 업계에 새로 들어가는 것인 만큼 일정부분 양보를 해야 하지만 엄연한 사업인 만큼 상대방의 요구를 '있는 그대로' 다 들어줄 순 없다. 소비자의 기대와 눈높이에도 부합해야 한다. 커뮤니케이션 스킬은 물론 '밀당'에도 능해야 하는 역할인 셈이다.
팀 리더인 김 부사장은 1964년 2월생으로 연세대에서 박사 과정을 마쳤다. 해외프로젝트팀장 시절이던 2011년 말 이사로 승진하며 처음 임원을 달았다. 2012년부터 수출기획실장을 맡았고 2013년 말 상무로 승진하며 캐나다판매법인(HAC)장을 지내기 시작했다.
2015년 말부터 해외정책팀장 역할을 수행해오다 2017년 말 전무로 승진했다. 2018년 말 정책조정팀장으로 대관을 담당하게 된 후 3년 가까이 흘렀다.
◇국감서 중고차 이슈 공론화, '상생' 약속으로 분위기 반전
김 부사장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주어진 역할을 완벽히 수행해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의원들의 질타로 자칫 위축되기 쉬운 국감장 증인대에 서서 현대차그룹의 중고차시장 진출 의사를 공식적으로 밝혔다. 정 회장의 공식 취임을 앞두고 중고차 이슈 공론화를 위한 판을 깔아 '숙제 해결'을 위한 부담을 덜어줬다는 평가가 나왔다.
이전까지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 중고차사업 관련 얘기를 입밖으로 내질 못했다. '소상공인 보호'라는 규제에 막혀 물밑에서만 검토할 뿐이었다. 그러던 중 국감에 출석한 김 부사장이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꺼냈다. 현대차·기아가 해외에선 활발히 중고차사업을 하고 있다며 국내에서도 관련 사업에 진출해 소비자를 보호해야 한다는 논리를 폈다.
이날 중고차업계 측에서 곽태훈 한국자동차매매사업조합연합회 회장도 함께 자리했으나 상대적으로 주목도가 덜했다. 김 부사장의 말이 설득력을 가진 건 무조건 시장 진출만 고집한 게 아니라 '상생'을 약속했기 때문이다. 기존 업계와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겠단 뜻을 분명히 했다. 그의 말은 의원들의 고개를 끄덕이게 만들었고 여론을 우호적으로 바꿨다. 무턱대고 상생은 불가하다며 대기업의 진입을 막아달라던 곽 회장과 대비됐다.
당시 김 부사장은 상생을 위한 방법 중 하나로 '오픈 플랫폼'을 내놓았다. 현대차가 갖고 있는 차량 관련 노하우와 정보를 중고차업계, 고객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플랫폼을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기존 업계의 경쟁력 제고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됐다. 다만 아직 시장이 열리지 않아 구체화된 내용은 없다.
◇'상생안' 마련 속도…이준영 상무, 협의회 참석
이후 완성차업계와 중고차업계가 협의을 통해 상생 방안을 찾는 일이 숙제로 남았다. 사실상 조건부 시장 진출을 전체로 양측이 협상에 돌입한 것이나 다름없다. 기존 업계를 보호하는 방법을 고민한다는 것 자체가 신규 사업자의 시장 진출을 전제로 하기 때문이다.
당시 박영선 중기부 장관은 중고차업계를 위한 노력에 소극적이란 지적에 "중고차업계 편에 서있기 때문에 (생계형 적합업종) 결론을 내리지 않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바꿔보면 최종 결론을 내릴 경우 대기업의 진출을 허용할 수 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 가능한 대목이다. 다만 박 장관은 올 초 직에서 물러났고 권칠승 장관이 배턴을 이어받은 상태다.
국감 당시 전무였던 김 부사장은 올 초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2017년 말 전무 승진 이래 약 3년 만이다. 현대차그룹은 2019년부터 연중 수시 임원인사를 실시하고 있어 정확한 날짜는 파악되지 않는다. 김 부사장이 맡은 역할이 중고차에 한정되진 않지만 그간의 공을 치하하고 힘을 실어줬다는 해석에 큰 무리는 없다.
최근까지 중고차매매산업협의회에 직접 참여해온 건 이준영 현대차 정책조정팀 상무다. 이 상무는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KAMA) 상무와 함께 완성차업계를 대표해 중고차업계, 관계부처, 전문가 등과 논의를 이어왔다. 이들은 3개월간 일곱차례 회의를 열고 상생안 마련에 집중해 왔다. 다만 일부 사안에서 이견이 존재해 최종 합의에 도달하진 못했다.
1967년 4월생인 이 상무는 고려대를 졸업하고 정책지원팀에서 대외협력 업무를 담당하다 정책조정팀으로 둥지를 옮겼다. 상무를 단 건 2019년 초다. 당시 현대차그룹이 상무 이하 임원직급 체계를 상무로 일원화하며 이사대우와 이사를 건너 뛰고 바로 상무가 됐다. 올해로 3년차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김 부사장은 대관을 담당하고 있어 국감 등에 출석해 답변하는 것"이라며 "작년 국감서 언급했던 오픈 플랫폼 등에 대해선 아직 진전된 내용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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