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씨티은행 철수]결국 '단계적 철수', 9년 전 HSBC 전철 밟는다매각방식 시각차, 노조 반발에 분리매각 옵션 '물거품'…한국시장 매력도↓ 강행 전망
이장준 기자공개 2021-10-26 07:45:03
이 기사는 2021년 10월 25일 10: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국씨티은행이 결국 소비자금융 단계적 철수를 결정했다. 그동안 노조 측에서 '통매각'만을 고집하면서 관련 작업이 지연됐는데 분리 매각 옵션을 활용하지도 못하게 됐다. 특히 9년 전 HSBC와 똑같은 전철을 밟는 것이어서 눈길을 끈다.금융당국은 단계적 폐지 과정을 철저히 감독하겠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씨티그룹 본사 측에서 한국시장의 매력도가 떨어진다고 판단해 이번 의사결정을 수정하지 않고 강행할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한국씨티은행은 홈페이지 공지사항을 통해 '소비자금융 출구 전략에 따른 고객 안내'를 고지했다.
앞서 4월 15일 씨티그룹 본사는 한국을 포함한 13개 국가의 소비자금융사업에서 출구 전략을 추진하기로 발표했다. 이에 한국씨티은행은 출구전략의 모든 가능한 실행 방안에 대해 신중히 검토해왔으나 부득이하게 전체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고객이 현재 보유한 계좌 및 상품은 계약 만기 및 해지 전까지 동일한 서비스가 제공된다. 추가 안내가 있을 때까지 영업점, 모바일뱅킹, 인터넷뱅킹, 콜센터, ATM 등 기존 서비스도 변경 없이 제공할 계획이다. 다만 모든 소비자금융 상품과 서비스의 신규 가입은 중단될 예정이며 신규 중단 일자를 포함한 상세 내용은 빠른 시일 안에 안내키로 했다.
한국씨티은행 측은 "소비자금융 사업부문을 단계적으로 폐지하면서 관련 법규 및 감독당국의 조치를 철저히 준수할 것"이라며 "자발적 희망퇴직 프로그램을 포함한 직원 보호 및 소비자보호 방안을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이어 "기업금융 사업부문에 대한 보다 집중적이고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한국 금융 시장 발전에 지속적으로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사실 최근 단계적 철수설이 불거졌을 때 일부에서는 '협상 전략'이라는 말도 나왔다. 한국씨티은행 노조 측에서 소비자금융 통매각을 제외한 옵션에 대해 완강히 거부했기 때문이다.
물론 직원과 자산을 통으로 넘기는 영업양수도 방식이 가장 이상적이지만 고비용 구조를 감내하고 가격을 지불할 원매자를 찾는 건 현실적으로 불가능했다. 이에 따라 이사회는 소비자금융사업 매각 방향 관련 안건을 상정하지 않고 결정을 몇 차례 유보하기도 했다.
매각이 지지부진하는 동안 한국씨티은행의 경쟁력은 더욱 약화했다. 매물로서 가치가 그만큼 떨어진 것이다. 한국씨티은행 소비자금융 부문의 올 상반기 순이자손익은 2364억원으로 1년 전 2397억원보다 감소했다. 같은 기간 순비이자순익 역시 683억원에서 593억원으로 줄었다.
이로 인해 사측에서 분리 매각을 하기 위해 철수 가능성을 언급하며 엄포를 놓았다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단계적 철수는 현실이 됐다. 한국씨티은행은 희망퇴직을 진행하고 잔류를 희망하는 소비자금융 소속 직원들은 부서를 재배치해 최대한 고용 안정을 보장하겠다는 방침이다.
앞서 2012년 HSBC가 한국 시장을 철수했을 때와 유사한 양상이다. 당시 HSBC는 소매금융 통매각을 우선 추진했으나 직원들의 평균연봉이 지나치게 높다는 점에 원매자들이 인수를 포기했다. 이에 따라 HSBC는 인력 구조조정과 고객자산 이전(P&A) 등으로 사업 정리 수순을 밟았다.
금융위원회와 금융감독원은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단계적 폐지와 관련해 금융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건전한 거래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적극 시행할 계획이라는 입장을 냈다. 한국씨티은행 이사회가 열린 22일에는 금융위 은행과에서 금융소비자보호법 제49조 제1항에 따른 조치명령을 내릴 수 있다고 사전 통지했다.
구체적으로는 단계적 폐지 과정에서 소비자 권익 보호 및 거래질서 유지 등을 위한 계획을 충실히 마련해 이행할 것, 단계적 폐지 절차 개시 전에 해당 계획을 금감원장에 제출할 것을 주문했다. 이 계획에는 기본원칙, 상품·서비스별 이용자 보호방안, 영업채널 운영 계획, 개인정보 유출 및 금융사고 방지 계획, 내부조직·인력·내부통제 등 상세한 내용을 포함하라고 했다.
금융위는 현재 씨티은행의 소매금융부문 단계적 폐지가 은행법 제55조 제1항의 '폐업 인가 대상'에 들어가는지 법률 전문가들의 의견을 폭넓게 수렴하여 검토 중이다. 27일 열릴 정례회의에서 조치명령(안)의 발동여부 및 구체적인 내용 등을 확정해 의결할 계획이다.
다만 씨티그룹 본사가 단계적 철수라는 의사결정을 수정하지는 않을 것이란 관측이 우세하다. 은행권 관계자는 "씨티그룹 본사가 한국 마켓이 크지도 않고 매력적이지 않다고 판단하는 만큼 당국이 말린다고 의사결정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며 "과거 HSBC 때처럼 직원들 퇴직금 지급 등 문제로 잡음이 지속될 수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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