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1월 12일 08: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코로나19'가 전 세계를 강타하면서 많은 것이 바뀌었다. 확진자가 폭증하자 도시가 '록다운(봉쇄 조치)'되고 대면 접촉이 줄어들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생활 속에 자리잡자 금융 생태계에도 변화가 생겼다. 화상회의 활성화, 재택 및 탄력 근무제가 도입됐고 디지털 전환이라는 과제가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그럼에도 변함없는 것이 있다. ‘전 세계 어디에서나 중소기업이 국내와 같은 금융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한다’는 기업은행의 해외사업 비전이다. 변이 바이러스가 퍼지며 일부 지역에서 확산세가 늘고 있지만 비대면 금융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역량을 끌어올리고 있다.

◇ 중기 지원 정책금융기관, 기업 진출 활발한 아시아 ‘선택과 집중’

기업은행이 가장 활발하게 해외사업을 펼치고 있는 지역은 중국과 베트남이다. 두 곳은 국내 기업의 해외진출이 가장 활발한 이루어지는 지역이다. 중소기업 특화 국책은행이라는 설립 목적에 따라 해외 진출 중소기업의 원활한 금융지원과 성공적인 현지 정착 및 안정적인 성장 지원을 주 목적으로 해외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타 시중은행보다 해외시장 진출이 더딘 편이다. 시중은행들은 수익성이 높은 대기업 및 리테일 위주의 사업을 영위하는 만큼 세계 주요 거점을 중심으로 빠르고 넓게 영토를 확장했다.

하지만 기업은행은 SME(Small and Medium Enterprise, 중·소상공인) 금융지원이라는 정책목표 달성을 위해 국내 중소기업 진출이 활발한 중국, 동남아 등 아시아 국가를 중심으로 ‘선택과 집중’ 전략을 택했다.

올해 9월 말 기준으로 기업은행은 총 12개 국가에서 59개 점포를 운영 중이다. 현지 사정에 따라 법인, 지점, 사무소 형태로 구분된다.

중국, 인도네시아, 미얀마에는 현지 법인을 설립해 각각 16개, 32개, 1개의 지점을 운영하고 있다. 뉴욕, 도쿄, 홍콩 등 9곳은 국외지점 형태로 진출했다.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에는 사무소가 설치되어 있다.

◇ 매달 현지지점과 화상회의, 코로나19에도 업무공백 최소화

기업은행의 해외사업을 진두지휘하는 역할을 맡은 곳은 글로벌·자금시장그룹이다. 최성재 글로벌·자금시장 그룹장(사진)은 전 세계에 펼쳐진 기업은행 네트워크를 총괄하고 있다.

코로나19 이전까지만 해도 글로벌그룹장은 한국에 발을 붙이고 있는 시간이 적었다. 짧게는 매달, 길게는 2~3달에 한번씩 해외로 나가 현지 점포를 둘러봤다. 이슈가 발생할 때마다 직접 현장을 방문해 중기 자금지원이 원활하게 이뤄질 수 있도록 했다.

하지만 코로나19가 글로벌그룹의 근무환경을 송두리째 바꿨다. 코로나19 확산으로 하늘길이 막혀 국내에 발이 묶인 것이다. 기존에는 해외에서 어려움을 겪는 한국기업이 위기를 겪고 있으면 본점 및 지점 직원이 날아가 도움을 줬지만 코로나 시대에서는 불가능했다.

본점은 즉시 대응책을 마련했다. 화상회의 플랫폼 줌(Zoom)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커뮤니케이션에 구멍이 생기지 않도록 했다. 매달 진행하는 화상회의를 통해 현지 사정을 자세히 전달받고 신속하게 결정해 기업들이 금융 서비스를 이용하는 데 불편함이 없도록 했다.

현지 영업방식에도 변화가 생겼다. 코로나19는 영업 연속성 유지의 중요성을 깨우치는 계기가 됐다. 위기상황 속에서 비상경영체제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낀 것이다.

해외 지역별로 구축해놓은 비상경영계획(Business Contingency Plan, BCP)을 점검함과 동시에 디지털 및 비대면 채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도록 했다. 기존 창구영업을 중심으로 영업하던 방식을 바꿔 디지털 전환의 계기로 삼았다.

최 부행장은 “국내에서도 디지털 전환이 최대 화두가 됐다. 해외사업에 접목시키는 방법에 대해 고심하고 있다”며 “중국법인은 비대면 전용상품 개발 등을 통해 영업확대의 기회로 삼았다. 특히 인도네시아나 베트남, 미얀마 등 신남방 지역을 디지털라이제이션(디지털화)하는 데에 포커스를 두고 있다”고 강조했다.

◇ 주요거점 '중국→신남방' 이동, 디지털 채널 강화로 수적 한계 극복

과거 기업은행 해외사업의 중심지는 중국이었다. 2009년 현지법인을 설립해 현재 12년의 업력이 쌓인 상태다. 안정적인 내부 사업기반과 기업은행의 강점인 기업금융 노하우를 바탕으로 수출 한국기업뿐 아니라 현지 기업과도 거래하고 있다.

하지만 정부의 신남방 정책과 함께 거점이 동남아시아로 옮겨가는 추세다. 기업은행 역시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신흥국의 성장성에 주목하고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중기지원을 위해 준비를 마친 상태다.

최 부행장은 “한국기업 진출 중심지가 과거 중국에서 베트남으로의 이동이 진행되어 왔고 최근에는 GVC(Global Value Chain) 재편 움직임에 따라 인도네시아 등 동남아 국가 및 동유럽 등으로 다양화 되고 있는 추세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인구 등 내수시장 규모가 일정 수준 이상이고 정치적으로 안정되어 있어 글로벌 기업들 생산기지로 많이 진출하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폴란드 등이 성장잠재력이 높을 것으로 생각된다”고 덧붙였다.

특히 신남방 지역에서는 디지털 채널을 최대한 강화할 방침이다. 베트남, 인도네시아, 미얀마 등 신흥국은 낮은 금융 접근성 대비 높은 모바일기기 보급률을 보이고 있어 기존 은행산업 발전단계를 건너 뛰는 ‘개구리식 도약’(Leap-frogging)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국외점포 네트워크의 수(數)적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디지털 채널을 강화해 고객의 접근성과 편의성을 제고한다는 계획이다. 아울러 디지털 인프라를 바탕으로 업무프로세스 자동화 및 생산성을 높일 방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