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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차, 전기차 '미국 생산' 서두르는 배경은 시장점유율 6% 육박, 친환경차 판매 급증 '자신감'…현지생산 베네핏 염두

유수진 기자공개 2021-11-08 08:22:28

이 기사는 2021년 11월 04일 15: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가 미국공장에서 전기자동차(EV) 생산에 돌입할 시점을 저울질하고 있다. 이르면 내년 첫 양산에 들어갈 가능성이 점쳐진다. 바이든 정부 들어 미국 내 전기차 시장이 예상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준비를 서두르는 모습이다.

최근 미국에서 판매실적이 탄탄하게 유지되는 등 입지가 공고해진 상황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9월 기존보다 앞당긴 전동화 일정을 발표하는 등 미래차 전환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기도 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지난달 미국 출장과 연결지어 현지생산 관련 물밑 논의가 시작됐을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4일 자동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는 전기차 현지생산을 포함해 미국시장에서의 경쟁력 강화 방안을 고민하고 있다. 이달 초 노사가 아산공장에서 연 고용안정위원회에서도 이와 관련된 이야기가 나온 것으로 파악된다.

생산 시기와 차종 등 구체적인 내용은 빠진 원론적 수준이었으나 의제가 던져졌다는 점 자체에 의미가 있다. 노사 단체협약에 따라 국내와 같은 차종·모델을 해외에서 생산하려면 노조의 동의가 선행돼야 하기 때문이다. 해외공장에 물량을 배정할 때 반드시 거쳐야 하는 단계로 노조의 반응을 살피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현대차 미국공장 현황. <출처:현대차>

현대차가 전기차를 미국공장에서 생산할 거란 사실 자체는 새로운 뉴스가 아니다. 글로벌 자동차산업 패러다임이 친환경차 등 미래차로 변하는 과정에서 자동차메이커가 나아가야 하는 방향으로 사실상 예정됐던 수순이다. 지난달 3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도 미국 전동화사업 경쟁력 제고의 일환으로 현지생산 등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윤태식 IR팀장은 "미국은 바이든정부 정책 방향에 따라 2030년까지 전기차 판매 비중을 기존 30% 수준에서 50%로 상향 조정하는 등 전동화에 적극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다"며 "이에 발맞춰 미국 내 전기차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방안을 계획 중에 있다"고 말했다.

현지생산이 시장 적시 대응에 가장 효과적이라는 데는 이견이 없다. 특히 미국은 유럽, 중국과 함께 전기차 3대 시장 중 하나다. 현대차가 2005년 미국 앨라배마에 공장을 세운 것 역시 북미시장 대응이 목적이었다. 현재 앨라배마 공장에서는 쏘나타와 엘란트라(아반떼), 싼타페를 생산하고 있다. 연간 최대 39만9500대를 생산할 수 있는 시설이 갖춰져 있다.

미국시장에서 흔들림 없는 점유율을 유지하고 있다는 점도 현지생산에 속도를 붙이는 요인이다. 현대차는 올해 글로벌 반도체 수급 불균형으로 다른 완성차업체들이 고전하는 분위기 속에서도 판매량을 선방하며 시장 점유율을 지켜냈다.

현대차의 10월 미국 판매량은 6만2061대(제네시스 포함)로 전년 동기 대비 6.2%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5만2067대(-7.2%)를 판 기아와 합치면 한달동안 모두 11만4128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판매대수만 놓고 보면 전년 대비 0.4% 줄었지만 전체 시장이 20% 가량 쪼그라들었다는 점을 감안하면 현지에서의 인기와 선호도가 확인된다.

구체적으로 토요타는 판매량이 전년 대비 28.6% 줄고 혼다는 23.5%, 스바루는 40% 감소한 것으로 집계됐다.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이 좀처럼 해소되지 않고 있는 영향이다. 10월 판매량을 공개하지 않은 기업들이 있어 구체적인 수치는 확인이 불가하지만 전체 판매량이 대략 20% 가량 감소한 것으로 추산된다. 시장 전체를 놓고 봤을 때 현대차의 점유율이 확대됐을 걸로 보인다.


누적 기준으로 봐도 크게 다르지 않다. 올 1월부터 10월까지 모두 68만2016대가 팔리며 작년보다 판매량이 29.3% 늘었다. 현대차의 미국시장 판매점유율은 올 4월 5%대로 올라선 이래 6%에 육박한 상태가 지속되고 있다. 작년 초 3% 후반대였다는 점을 고려하면 1년 반새 2%p 가량 확대된 셈이다.

무엇보다도 친환경차의 성장세가 도드라졌다. 10월 한달간 작년보다 262.7% 증가한 7330대가 팔렸다. 기아까지 합치면 모두 1만1466대(+221.8%)다. △전기차 2113대(+210%) △하이브리드 9290대(+227%) △수소차 63대(+70%) 등이다. 현대차 역시 이례적으로 미국시장 내 친환경차 판매량을 집계해 발표하며 자신감을 내보였다.

지금과 같은 흐름을 넘어 미국시장에서의 점유율 확대를 꾀하려면 선제적으로 전기차 확대 분위기에 대응해야 한다. 앞서 현대차는 지난 9월 전동화 전략을 발표하는 등 미래차 시대 준비에 나섰다. 전세계에서 판매하는 완성차 중 전동화 모델 비중을 2040년 80%로 끌어올리겠다는 내용이 골자다.

당시 미국시장 계획을 별도로 발표하진 않았지만 현지정부의 움직임에 발맞춰 전략을 짤거란 해석에 무리가 없다. 최근 미국 의회는 2027년부터 미국 내 공장에서 생산된 전기차에 한해 세액공제를 적용하는 안건을 검토하는 등 전기차산업과 일자리 창출을 엮어 추진하고 있다. 완성차기업 입장에선 사업확대를 위해 현지생산을 추진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정의선 회장은 조코 위도도 인니 대통령과 만나 EV 생태계 조성에 동참하겠다고 밝혔다. <사진:현대차>

최근 정의선 회장이 미국 출장을 다녀온 것과 연관지은 해석도 나온다. 정 회장은 공식 일정이 확인된 인도네시아 방문에 앞서 미국과 유럽에 들렀다. 정확한 출장 내용이 알려지진 않지만 현지 상황 등을 점검하고 전기차사업 확대 등을 검토했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인도네시아에선 조코 위도도 대통령과 만나 전기차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기로 약속했다. 이르면 연말, 늦어도 내년 초 생산을 앞두고 있는 인도네시아 공장에서도 향후 전기차를 생산할 방침이다. 전기차 생산기지 다양화는 미래차 시대 '퍼스트 무버'가 되고자 하는 현대차가 우선순위에 놓고 챙겨야 하는 일이다.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 내 전기차 생산을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시기나 차종 등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진 않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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