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hI Worldwide 2021]국내 제약사, API 프리미엄 기술로 승부수美·EU 공략, 인도·중국 대비 열위한 '가격 경쟁력' 극복 과제로
밀라노(이탈리아)=심아란 기자공개 2021-11-17 11:02:54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6일 08:2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매년 11월 유럽에서 열리는 '세계 제약 산업 전시회(CPhI Worldwide)'에는 1999년부터 한국관(KOREA Pavilion)이 운영되고 있다. 코트라와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가 국내 제약 산업의 성장을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펼친 덕분이다.CPhI에서는 개별 기업 부스가 주를 이루고 있어 국가 전용 전시관은 행사 참여자들의 이목을 끈다. 9일부터 사흘 동안 이탈리아 밀라노에서 진행된 CPhI Worldwide 2021에서도 한국관은 부스를 열고 각지에서 모여든 방문객을 맞이했다. 아시아 지역에서 국가명을 달고 부스를 운영하는 곳은 한국이 유일해 참가자들의 관심을 모았다.
한국관에는 원료의약품(API) 사업에 주력하는 제약사와 소재 기업들이 부스를 차렸다. 일동제약, 경보제약, 영진약품, 세레스 F&D, 대봉엘에스, 휴온스글로벌 등이 해당된다. CPhI는 API 기반 비즈니스에 특화돼 있어 국내 관련 업체들은 바이어들로부터 관심을 받았다. 일부 업체들은 거래처를 상대로 소규모 공급 계약을 체결하는 성과도 올렸다.
일동제약은 비타민 B1 원료 등의 API 라인업을 소개했다. 경보제약은 세파계와 항암제 API, 영진약품도 세파계 API 품목을 중점적으로 홍보했다. 알테오젠의 자회사인 세레스 F&D는 면역억제제, 대봉엘에스는 호흡기와 고혈압 치료제 등에 쓰이는 다양한 API 제품군을 알렸다. 휴온스글로벌은 치과용 국소마취제 원료로 주목을 받았다.
한국의약품수출입협회장인 백승열 대원제약 대표는 "평소 한국 부스에는 30~40개 기업이 참여하다가 올해는 10곳으로 규모가 줄었지만 중국과 인도 기업들이 참여하지 않으면서 국내 API 기업들이 주목 받는 기회가 됐다"라며 "다만 중국, 인도 기업 대비 열위한 가격 경쟁력 극복은 국내 기업들이 풀어야 할 숙제"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 산업은 1980년대까지만 해도 해외에서 원료를 구입해 완제의약품을 만드는 단순 제조에 그쳤다. 원료를 개발하기 시작하면서 제약 산업이 성숙기에 진입했고 현재 합성의약품 원료 기술력은 글로벌 주요 플레이어와 비교해도 손색없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인도와 중국 업체들의 빠른 기술 개발은 국내 API 기업을 위협하는 요소로 부상하고 있다. 현재 주요 원료의약품은 인도와 중국 시장에서 생산되고 있다. 산도즈(Sandoz), GSK 등 다국적 제약사들 역시 API 사업 비중을 점차 축소하는 추세다. 가격 경쟁력에서 밀리는 국내 업체들이 API 시장에서 설 자리는 갈수록 좁아지는 실정이다.
백상현 경보제약 해외영업 부장은 "국내 업체들도 인도와 중국에서 도입하는 원료가 있는데 현지 기업들이 한국에는 오히려 비싼 가격을 요구해 수익성에 부담이 되고 있다"라며 "고객 네트워크를 유지하면서 프리미엄 기술력으로 미국과 유럽 시장을 공략해 수익성 개선을 도모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국내 제약사들이 인도와 중국 업체보다 한발 앞서 원료의약품 개발과 생산에 뛰어든 만큼 고순도 정제 기술 등 고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능력에서는 경쟁 우위를 가질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현재 제조 공정이 간단한 원료의약품은 중국과 인도 시장에서 저렴한 가격에 공급된다면 높은 생산 기술이 요구되는 원료는 국내 기업들이 담당하고 있다.
백승열 협회장은 "한국 API 기업은 결국 인도, 중국 업체와 차별화할 수 있는 틈새시장을 찾아 연구개발을 지속하는 방법뿐"이라며 "코로나19로 중국이 셧다운 되면서 원료의약품 공급망 문제가 불거진 만큼 글로벌 진출을 위해서 국내 기업들이 원료를 자급하는 것도 고려해 볼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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