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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 2.0]'글로벌 수준 거버넌스' 구축할까⑤LG식 지배구조 변화 여부 관심, '지주사 CEO의 계열사 이사회 겸직'

박기수 기자공개 2021-11-24 08:32: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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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계 4위 LG그룹에 3년 전 새로운 총수가 등장했다.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아들 구광모 상무가 주인공이었다.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40대의 오너 경영인은 그렇게 '회장'이 됐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리더십 교체기를 거쳐 총수 1인의 색채가 빛날 수 있는 전환기를 맞은 셈이다. 구광모 회장의 LG그룹의 이전 3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LG그룹의 모습을 더벨이 그려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8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G의 이사회 구성은 일종의 법칙이 있다. 오너 경영인 대표이사와 전문경영인 대표이사가 대표이사단을 이루고, 이사회 의장은 오너가 맡는다.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는 그룹 주요 계열사들의 이사회에 기타비상무이사로 등재된다. 하현회 전 부회장도 그랬고, 권영수 부회장도 그랬다.

이런 배경에 ㈜LG 전문경영인 대표이사는 그룹의 '넘버 2'라는 시선을 받았다. 권 부회장이 이사회에 참여한 회사는 LG전자와 LG화학, LG디스플레이, LG유플러스로 사실상 LG그룹의 전부라고 봐도 무방하다. 하 전 부회장 역시 LG하우시스, LG CNS, LG유플러스, LG상사, LG디스플레이, LG경영개발원의 등기임원을 겸직했던 바 있다. ㈜LG의 부회장은 LG그룹에서 벌어지는 대부분의 주요 경영 사안을 직접 결정할 수 있는 위치였던 셈이다.

이런 지배구조를 최근 언급되는 '글로벌 수준의 선진 거버넌스'라고 볼 수 있을까. 국내·외 평정기관은 기업의 모범 거버넌스의 기본 원리로 '계열사 독립 경영'을 꼽는다. 다만 지주사 소속의 사내이사도 아닌 '대표이사'가 계열사 이사회 여러 곳에 등재돼있을 때 여러 리스크가 발생할 수 있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한 글로벌 전략자문기업 관계자는 "지주사의 대표이사가 여러 계열사 이사회에 등재될 경우 회사 간 이해 상충 문제와 성실한 직무 수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문제 등이 발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지주사 대표이사로서 지주사 업무에 집중해야 하는 상황에 여러 계열사 현안까지 살펴야 한다는 점에서 성실한 직무 수행이 어려울 수 있다는 점은 쉽게 이해가 가능하다.

회사 간 이해 상충 문제의 예시는 다음과 같다. 예컨대 올해는 LG그룹에는 미국 제너럴모터스(GM)에서 발생한 볼트EV 리콜 비용을 일정 부분 분담해야 하는 이슈가 있었다. 문제는 배터리 공급사인 LG에너지솔루션(LG화학)만 이 문제에 연루된 것이 아니었다는 점이다.

GM에 공급한 배터리 셀은 LG에너지솔루션이 만들었지만, 셀을 모듈화하는 과정에서 필요한 '모듈'은 LG전자에서 생산했다. 이에 분담금을 내야 하는 주체는 LG에너지솔루션 뿐만 아니라 LG전자도 포함됐다.

그런데 LG에너지솔루션과 LG전자는 처한 사정이 다른 회사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기업공개를 준비 중인 회사로 LG그룹의 시가총액과 지위에 직결되는 회사였다. 당연히 분담금을 적게 내 출혈이 많으면 그만큼 회사에 악재다. 결국 LG그룹은 LG전자가 70%, LG화학이 30%을 부담하는 결론을 내렸다.

물론 이는 LG에너지솔루션을 위한 정치적인 결정이 아닌 원리원칙에 따른 분담 비율이었다는 게 LG그룹 측 설명이다. 다만 그룹 전체를 위한 결정을 고려할 수 있는 인물인 권영수 부회장이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 양 사에 있었다는 점 자체가 거버넌스 상 리스크로 여겨질 수 있다.

선진적인 지배구조를 지향하는 다른 대기업집단들은 이사회 내 사외이사들에 무게감을 실어주는 추세다. 이사회 의장도 사외이사에게 맡기고, 대표이사급 인물들의 겸직도 줄이고 있다.

다만 구광모 회장이 이런 구조를 쉽게 선택할 수 있는 상황은 아니라는 게 업계 시각이다. 이제 막 회장 경력 만 3년을 채운 구광모 회장은 권영수 부회장을 떠나보내고 올해 말 자신의 색채에 맞는 새로운 파트너를 선정해야 하는 시점에 있다. 이 파트너는 이전 '부회장들' 처럼 계열사 이사회에 포진돼 전사 이슈를 컨트롤하는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구 회장이 본격적으로 자신의 색채를 짙게 칠해야 하는 타이밍에 글로벌 수준으로 거버넌스를 바꿀 수 있을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그룹이 보수적 색채를 벗으려 노력 중인 가운데 구 회장이 기존 거버넌스를 벗어던질지 관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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