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광모 LG 2.0]분명한 인사 기조 '옅어진 순혈주의·세대 교체'③구광모 회장 색채 조금씩 입힌 3년, 차기 ㈜LG COO 관건
박기수 기자공개 2021-11-19 07:45:44
[편집자주]
재계 4위 LG그룹에 3년 전 새로운 총수가 등장했다. 고(故) 구본무 전 회장의 아들 구광모 상무가 주인공이었다. 전임자의 갑작스러운 별세로 40대의 오너 경영인은 그렇게 '회장'이 됐다. 그로부터 3년이 지났다. 리더십 교체기를 거쳐 총수 1인의 색채가 빛날 수 있는 전환기를 맞은 셈이다. 구광모 회장의 LG그룹의 이전 3년을 되돌아보고 앞으로의 LG그룹의 모습을 더벨이 그려본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6일 15: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조직은 곧 사람이다', '인사(人事)가 만사(萬事)다'라는 말이 있듯 기업을 이루고 있는 인물들의 성격과 특성은 곧 그 기업의 정체성을 대변한다.이 원칙에 따르면 LG그룹은 리더십이 교체된 3년 전과 비교하면 조금 다른 그룹이 됐다.
'젊고 경험이 부족하다'며 업계 일각의 우려를 샀던 구광모 회장은 '순혈주의·보수적'으로 대변된 LG그룹 특유의 색깔의 채도를 낮추고 자신만의 색채를 조금씩 입혀 갔다.
◇보수·순혈주의의 대명사
고(故) 구본무 전 LG그룹 회장 시절로 대변되는 2010년대 중반 10대 그룹중 임원 재임 기간이 가장 긴 곳은 단연 LG였다. 한 경영성과 평가기관 자료에 따르면 2014년 말 기준 LG그룹의 임원 평균 재임 기간은 8.1년으로 2위였던 한화그룹(6.3년)과 1.8년, 최하위였던 포스코(3.4년)와는 4.7년이나 차이가 났다.
평균 임원 재임기간이 길다는 점은 여러 의미를 내포하지만 LG그룹 특유의 보수적이고 비교적 폐쇄적인 그룹 문화를 대변한다는 분석이 당시에 있었다. 이런 문화에서 비롯된 또 하나의 특징은 '순혈주의'다. 구본무 전 회장 시절 최상위 경영진을 살펴보면 모두 LG그룹으로 입사해 수십 년간 그룹 내부에서만 커리어를 쌓은 '성골'들이다.
LG화학을 이끌었던 박진수 전 부회장은 1977년 럭키 프로젝트실로 입사해 LG화학 부회장까지 올랐다. 구광모 회장 첫 3년의 동반자였던 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도 1979년 금성사로 입사한 순수 LG맨이다. 하현회 전 부회장(LG금속), 조성진 전 부회장(금성사), 조준호 전 LG인화원장(금성사), 강유식 전 부회장(럭키) 등 LG그룹을 빛낸 경영인들 모두 LG의 '순혈'이다.
이런 기조는 구 회장 부임 전인 불과 3년 전만 해도 이어져 왔다. 구 회장이 부임한 2018년 그룹을 이끄는 6인의 부회장단(조성진 LG전자 부회장·박진수 LG화학 부회장, 한상범 LG디스플레이 부회장, 권영수 LG유플러스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중 차석용 부회장을 제외하면 모두 LG그룹의 대표 순혈 경영인이었다.
◇옅어진 순혈주의, 차기 ㈜LG COO '관심'
현재도 LG그룹의 최고경영진들과 '순혈'과의 상관관계가 옅어진 것은 아니다. 조성진 전 부회장의 후임인 권봉석 LG전자 사장과 한상범 부회장의 후임인 정호영 LG디스플레이 사장, 하현회 부회장의 후임 황현식 LG유플러스 사장은 모두 LG그룹 출신 인사다. 권 사장과 정 사장은 금성사에서, 황 사장은 ㈜LG 회장실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
다만 '순혈'의 색채가 비교적 옅어진 것은 맞다. 우선 그룹 역사의 산 증인으로 불렸던 6인의 부회장단이 사라졌다. 현재 LG그룹의 부회장은 3명(권영수 LG에너지솔루션 부회장, 신학철 LG화학 부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 뿐이다. 나머지 인물들은 모두 용퇴했다.
구조적으로 보면 부회장단에 '순혈'보다 외부 인사가 더 많아진 모양새다. 신학철 부회장은 구 회장이 부임한 후 처음으로 영입한 외부 인사이면서 LG화학 역사상 첫 외부 인사 출신 CEO다. 차석용 부회장은 2004년부터 LG그룹에서 일했지만 '순혈'은 아니다. 유일한 순혈인 권영수 부회장은 ㈜LG 부회장직과 LG그룹 계열사들의 이사회 자리를 모두 반납하고 LG에너지솔루션 대표이사로 부임하면서 권한이 좁아졌다.
또 LG그룹은 구 회장의 회장 취임 이후 매년 영입하는 외부 인사의 수를 늘리고 있다. LG그룹에 따르면 외부 인사 영입 사례는 2018년에는 13명, 2019년에는 16명, 작년에는 23명으로 매년 늘어났다.
앞서 언급한 신학철 부회장의 사례가 상징적이다. 이외 홍범식 베인앤컴퍼니 코리아 대표가 ㈜LG 경영전략팀장으로, 김이경 이베이코리아 인사부문장이 ㈜LG 인사담당 상무(현재 전무)로 영입됐다. 특히 컨설팅 회사 출신 인물을 비교적 꺼린다고 알려진 LG그룹이 홍 사장을 영입한 것을 두고 당시 업계는 놀라움을 표했다.
LG전자에는 은석현 보쉬코리아 영업총괄이 VS사업본부 전무로 영입됐다. LG화학 석유화학본부 글로벌사업추진담당에는 롯데BP화학 대표이사를 역임했던 허성우 부사장이 영입되기도 했다.
한 달 가까이 다가온 LG그룹 임원인사에서 현재 업계가 가장 주목하고 있는 지점은 권영수 부회장이 맡고 있던 ㈜LG 대표이사 자리를 어떤 인물이 차지하느냐다. 3년 간 보여준 인사 기조에 따르면 이 자리에 젊은 세대의 외부 인사가 앉을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재계 관계자는 "앞으로도 LG그룹의 외부 인사 영입 기조는 심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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