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C 투자기업]시리즈A 유치 알세미, AI 업고 반도체산업 혁신 도전'데이터 기반 칩 설계' 생산성 향상, 고객사 급증 기대 투영
박동우 기자공개 2021-11-22 07:54:56
이 기사는 2021년 11월 19일 07: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타트업 알세미가 인공지능(AI) 기술을 반영한 소프트웨어 '알시스'로 반도체를 설계하는 프로세스에 혁신을 불어넣는 목표를 세웠다. 알세미는 최근 시리즈A 라운드로 65억원을 조달했다.벤처캐피탈업계가 업력 3년차 신생기업에 수십억원의 자금을 투입한 이유는 무엇일까. 사람이 직접 수식을 짜서 반도체를 개발하던 기존 방식과 달리 데이터를 학습해 회로를 설계하는 만큼, 칩의 생산성을 획기적으로 끌어올린다고 판단해서다. 1~2년 안에 고객사가 폭발적으로 늘 거라는 기대가 형성되면서 모험자본 지원으로 이어졌다.
◇칩의 작동 오류 최소화, 반도체 미세공정에 부합
알세미는 2019년에 출범한 스타트업으로, 반도체 전자 설계 자동화(EDA) 툴의 공급을 주력 사업으로 점찍었다. EDA 솔루션은 엔지니어가 칩을 개발할 때 필요한 도구다. 현재 EDA 소프트웨어 시장은 △시놉시스(Synopsys) △케이던스(Cadence) 등의 해외 기업들이 과점한 상황이지만, 알세미는 과감하게 여기에 도전장을 냈다.
회사를 설립한 조현보 대표는 2011년부터 SK하이닉스 연구원으로 일했다. 조 대표는 "제조 공정의 물리적 정보를 해석하고 칩의 소자 구성에 필요한 수식을 개발하는 데 매진했다"며 "2018년 SK하이닉스의 사내벤처 육성 프로그램인 '하이개라지(Hi-Garage)'에 도전하면서 본격적으로 창업을 모색했다"고 회고했다.
그는 AI를 활용하면 연구진이 일일이 개입하지 않고도 수월하게 반도체를 설계할 수 있겠다는 확신을 품었다. 스핀오프(분사) 뒤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에서 활약한 반도체, AI 분야 전문가들을 영입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했다.
'알시스' 프로그램을 개발하면서 두각을 드러냈다. 반도체를 자동으로 설계해주는 솔루션이다. 소프트웨어에 내장된 AI 엔진은 가상으로 만든 소자를 분석하는 TCAD(테크놀로지CAD) 시뮬레이션으로 확보한 데이터, 소자의 전류값 등 실제 측정 수치를 학습한다. 사람이 직접 수식을 만들지 않아도 반도체 소자의 동작을 함수로 나타내는 '컴팩트 모델링(compact modeling)'을 구현한 비결이다.
회로의 동작을 예측한 대로 실제 칩이 작동하는 만큼, 시뮬레이션의 정확성을 보장하는 강점을 갖췄다. 반도체 모델링의 효율을 100배 이상 끌어올린 대목도 돋보인다. 수식을 짜서 반도체를 설계하는 데 3~5년 걸렸지만, 알시스 솔루션은 불과 몇일 안에 해내기 때문이다.
알세미의 든든한 지원군으로 나선 건 벤처캐피탈업계였다. 지난해 10억원의 시드(Seed) 자금을 유치했다. 올해는 KDB산업은행, SJ투자파트너스, 베이스인베스트먼트, LG테크놀로지벤처스, 퀀텀벤처스 등에서 시리즈A 투자금 65억원을 확보하는 성과를 올렸다.
최근 시리즈A 딜(Deal)에 참여한 안영민 SJ투자파트너스 이사는 "현재 세계 반도체 시장은 성능과 전력 효율 개선, 생산성 증대, 초소형 디바이스의 양산 등에 힘입어 '집적화 경쟁'이 치열한 상황"이라며 "알세미가 개발한 소프트웨어는 최적의 소자 모델을 설계해 실제 칩의 작동 오류를 차단하면서 궁극적으로 반도체 산업의 개발과 생산 능률 향상에 기여할 수 있다"고 호평했다.
◇AI 분야 연구진 보강, '알시스 2.0' 소프트웨어 2022년 출시
알세미는 국내 반도체 생산 기업, 디스플레이 제조사와 손잡고 기술 검증(PoC)을 진행 중이다. 회사와 연구소를 겨냥해 소프트웨어를 판매하는 기업간거래(B2B)에 사업의 주안점을 뒀기 때문이다.
알세미 경영진은 시장에서 확고한 신뢰를 받아야 고객사 유입이 탄력을 받을 거라고 판단했다. 국내 시장을 '테스트베드(시험 무대)'로 삼아 알시스의 레퍼런스(납품 실적)를 쌓은 뒤, 해외로 진출하는 로드맵을 그렸다.
핵심 기술력 강화를 내다보면서 인력을 충원하는 데 사활을 걸었다. 시리즈A로 조달한 자금의 약 70%를 인재 영입에 쓰는 계획을 세웠다. 현재 임·직원 수는 19명이지만, 내년까지 30명 넘는 수준으로 보강한다. 반도체 모델링을 넘어 물리적 현상을 AI로 풀어내는 데 연구의 중장기 지향점을 설정한 대목과 맞물렸다.
2022년 출시를 목표로 '알시스 2.0' 소프트웨어 개발도 한창 이뤄지는 중이다. 솔루션의 범용성에 초점을 맞춰, 다양한 디멘션(길이)의 소자 특성까지 취급해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능이 담겼다. 현재 프로그램 평가판을 만들어 몇몇 회사와 시험 적용하는 단계다.
조 대표는 "세계적인 EDA 솔루션 회사들은 수식이나 함수 기반 모델 설계에 치중하는 반면, 알세미는 '데이터 분석'으로 차별화를 이뤘다"며 "불모지로 통하는 국내 반도체 후방산업을 강화하는 동시에 글로벌 시장에 큰 파급력을 끼치는 강소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
박동우 기자의 다른 기사 보기
-
- [피플 & 보드]'배당 창구' 코스트코코리아, 이사진 전원 '외국 국적'
- [보수위 톺아보기]출범 1주년 맞은 LS일렉트릭 보상위 '빛과 그림자'
- 베일에 가려진 임원 '보상기준'
- [피플 & 보드]10대그룹 총수일가 취임·승진, 미등기 사례가 '75%'
- [이슈 & 보드]카카오 투자·감사준칙 성패 좌우하는 '준법지원인' 면면은
- [Board Keyword]코오롱글로벌 이사진 화두 떠오른 '재무구조 개선'
- [그레이존 이사회 점검]'배당논란' 홈센타홀딩스, 박병준 회장 '혈연' 중심
- [보수위 톺아보기]IS동서 권혁운 회장 '미등기' 7년간 100억 수령
- [2024 이사회 평가]LS에코에너지, 4개 영역 '1점대'…외부등급도 '미흡'
- [2024 이사회 평가]동원시스템즈, 이사진 활동 모니터링 체계 '양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