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차 CB 잡는 코스닥]'사외이사 출신' 송정우의 베팅, 엔시트론 대주주 넘본다올해 사내이사 취임 후 120억 단독 투자, 전환 시 27.5% 지분 확보
박창현 기자공개 2021-12-02 07:34:59
[편집자주]
코스닥 기업의 자금줄 역할을 하던 전환사채(CB) 판이 완전히 바뀐다. 지배력과 자산증식 지렛대로 활용됐던 콜옵션에 브레이크가 걸린 탓이다. 수혜자 면면 역시 다 밝혀야 한다. 전환가액 상향 조정도 의무화된다. 그만큼 안전판 두께가 얇아졌다. 바뀐 규정은 2021년 12월1일부터 적용된다. 마지막 과실을 따 먹을 기회는 남아있다. 최근 코스닥 CB 발행 공시가 쏟아지고 있는 이유다. 막차를 타야만 하는 기업들의 속내와 노림수를 더벨이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1년 11월 30일 15:0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오디오 앰프칩 제조업체 '엔시트론'이 격변기를 맞고 있다. 관리 종목 탈피를 위해 안간힘을 쓰는 과정에서 경영진들이 수시로 바뀌고 있다. 투자 실탄 확보를 위해 전환사채(CB)도 연달아 찍고 있다. 그 여파로 잠재 전환 가능 주식 수가 현재 발행주식 수의 90%에 육박하고 있다. 자연스럽게 대주주 변동 가능성도 열렸다. 특히 사외이사와 사내이사를 두루 역임했던 송정우 부사장이 유력한 대권 주자로 급부상하고 있다.코스닥 상장사 엔시트론은 최근 120억원 규모의 13회차 CB 발행 계획을 발표했다. 투자자는 송정우 엔시트론 부사장(사내이사)의 100% 개인회사 '에이티지그라운드' 한 곳이다. 납입일은 내년 1월 28일이다.
이번 CB 발행이 엔시트론의 미래를 결정하는 변곡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대주주 변동 가능성이 열렸기 때문이다. 사채권자인 에이티지그라운드는 2023년 1월부터 2025년 1월까지 2년간 보통주 전환 권리를 갖는다. 현재 전환가액 기준으로 확보 가능한 주식 수는 890만여주에 달한다. 지분율로 따지면 27.56%다.
현재 엔시트론 대주주는 코스닥 상장사 옵트론텍의 자회사 '티알에스'다. 지분율은 11.25%다. 따라서 CB 발행이 완료되면 대주주 자리가 에이티지그라운드와 송 부사장에게 넘어간다.
옵트론텍으로서는 엔시트론을 살리기 위해 경영권 변경 가능성에도 불구하고 대규모 자금조달에 나선 것으로 관측된다. 엔시트론은 현재 4년 연속으로 적자를 기록한 탓에 관리종목으로 지정된 상태다. 올해도 영업손실을 기록하면 상장폐지 실질심사 대상에 오른다.
최악의 상황을 피하고자 올해 초부터 대규모 자금 조달에 나서면서 활로 찾기에 사활을 걸었다. 이 과정에서 이사진을 물갈이하고 새로운 사업을 추가하기도 했다. 일련의 변화 과정에서 합류한 인사가 바로 대주주 등극이 유력한 송 부사장이다.
당초 송 부사장은 지난해 12월에 엔시트론 사외이사로 합류했다. 회계사 출신인 송 부사장이 경영 감시 업무에 적합한 직무 능력을 갖췄다는 판단을 내렸다. 이후 불과 7개월만에 사외이사직을 내려놓고 아예 사내이사로 들어왔다. 단기간에 사외이사와 사내이사를 모두 경험한 셈이다.
다시 5개월 후에 송 부사장은 개인회사를 동원해 엔시트론 CB 취득 방식으로 120억원을 투자하기로 결정했다. 표면상 단순 투자지만 속내를 들여다보면 대주주 등극을 위한 각종 편의가 제공된 양상이다.
당장 CB 발행 규제가 강화되기 직전에 발행 절차를 진행하면서 다양한 투자 이점을 손에 쥐었다. 먼저 전환가액 상향 의무가 없기 때문에 리픽싱 최대한도 70%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다. 여기에 발행회사가 일부 물량을 되살 수 있는 콜옵션도 배제됐다. 송 부사장 입장에서는 보유 물량 100%에 대해 전환권을 행사할 수 있다.
권면총액으로 따지면 올해 초 발행된 11회차 CB가 130억원으로 규모가 더 크다. 하지만 투자자가 7곳의 출자자로 이뤄진 투자조합인 탓에 지분 분산 가능성이 높다. 송 부사장의 오너십 구축 시나리오가 설득력을 얻고 있는 이유다.
이에 대해 엔시트론 측은 모든 가능성이 열려 있을 뿐 확정된 사안은 없다는 입장이다. 엔시트론 관계자는 "올해 발행된 CB들은 모두 전환 가능성이 있다"며 "(주가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어떻게 지분 변동이 있을지 현재로서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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