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2월 15일 07:5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ESG를 빼놓고 국내 기업의 경영 활동을 설명할 수 없는 시대다. 대기업을 중심으로 잇달아 ESG 경영을 천명하고 있다. 벤처생태계도 마찬가지다. 출자기관과 운용사 모두 ESG 가치의 기준을 만들어 관련 기업 발굴에 나서고 있다.그러나 재계가 생각하는 ESG는 아직 ‘미지의 영역’에 가깝다. ESG 경영의 범위와 실현 방법 등을 명확하게 규정하지 못한다. ESG 경영을 선언한 대기업도 아직 ‘스터디’ 모드에 머무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막대한 자금력을 갖춘 대기업이나 중견기업은 그나마 수월한 편이다. ESG 전문 기관과 손을 잡거나 관련 기업에 투자해 차근히 공부할 수 있어서다. 반면 설립 10년 이내 스타트업에게 ESG는 엄두를 못내는 영역이다. 성장에 초점을 맞추다보니 자연스럽게 우선순위에서 밀려난다.
사회적 가치 창출이 비즈니스 모델인 임팩트 기업을 제외하면 일반 스타트업에게 ESG 실현은 허상(虛想)에 가깝다. 언젠간 해야 하지만 아직은 아닌 것으로 치부된다. 오로지 성장과 시장 안착만이 목표이기 때문이다.
스타트업이 유니콘으로 성장하면 ESG 가치를 창출할 수 있을까. 섣불리 예스라 말하기는 힘들다. 규모가 커지면 이해관계자가 많아져 창업자나 경영진의 의도대로 기업이 작동하지 못한다. ESG 실현에 대한 다짐은 그렇게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상당하다.
핵심 주주이자 우군인 벤처캐피탈은 스타트업 ESG 가치 창출에서 어떤 역할을 할까. 안타깝게도 아직 그 역할이 눈에 띄지 않는다. 오히려 ESG는 성장 과정에서 방해가 된다는 분위기가 팽배해 탐탁지 않게 여긴다. ‘ESG=지출’을 공식처럼 생각하기 때문이다.
“주주총회나 이사회에서 ESG에 대한 안건들을 상정하고 근거를 만들어야 하는데 초기기업이라는 이유로 건너뛰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한 임팩트 투자 전문 벤처캐피탈 심사역이 전한 스타트업 ESG 경영의 현실이다. 그는 스타트업 ESG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가 시리즈A 전후 단계라고 강조했다. 일찍부터 사회적 가치를 지향하는 KPI(핵심성과지표)를 설정해 벤처캐피탈과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했다.
공감이 갔다. KPI는 결국 가이드라인이자 목표이기 때문이다. KPI 설정 초기 성과는 엉망일지라도 시행착오를 거치면 지표는 향상될 여지가 크다. 향후 경영진, 주주들이 바뀌더라도 일찍이 설정한 KPI는 일관된 ESG 경영을 위한 길잡이가 될 수도 있다.
스타트업은 희로애락과 시행착오의 연속이다. ESG 가치도 시행착오 없인 창출할 수 없는 영역이다. KPI 설정은 그 시행착오를 최소화할 수 있는 묘수가 될 것이라고 확신한다. 러닝메이트인 벤처캐피탈은 서둘러 스타트업과 함께 ESG KPI 설정에 머리를 맞대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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