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조그룹 3세 주지홍 '경영 보폭' 커진다 '원양업→식품업' 그룹 중심축 이동, 내년 창립 51주년 재도약 원년 삼을 듯
이효범 기자공개 2021-12-20 07:59:55
이 기사는 2021년 12월 17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사조시스템즈가 그룹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사조산업 지배력을 꾸준히 확대하고 있다. 장내매수를 비롯해 계열사에 흩어져 있던 소수지분을 최근 블록딜로 넘겨받기도 했다. 향후 사조랜더텍과 사조오양이 보유한 지분까지 확보한다면 전체 지분 3분의 1 이상을 확보할 수도 있다.사조시스템즈 최대주주이자 오너 3세인 주지홍 사조산업 총괄부사장의 경영보폭도 덩달아 커질 전망이다. 사조그룹은 앞으로 원양어업을 기반으로 하는 B2B(기업간거래) 기업 이미지에서 탈피한다. 대신 주 총괄부사장이 주도하는 식품사업을 전면에 내세워 오너 3세 시대의 포문을 열 계획이다.
사조시스템즈는 최근 계열사 캐슬렉스제주가 보유한 사조산업 주식 15만주를 블록딜(시간외매매)로 인수했다. 매매가격은 약 68억원이다. 사조시스템즈의 경우 사조산업 지분을 가장 많이 보유한 최대주주다. 작년말 기준 주식 130만6275주(지분율 26.12%)를 보유했다. 올해 하반기 들어 장내매수와 블록딜을 실시해 지난 9일 기준 보유 주식수는 145만7065주(29.14%)로 늘었다.
캐슬렉스제주 뿐만 아니라 사조오양, 사조랜더텍도 사조산업 주식을 각각 15만주(3%), 15만50주(3%)씩 들고 있다. 올들어 사조대림 등이 보유한 주식을 사들였다. 향후 사조시스템즈가 이 주식을 사들일 경우 지분율은 35%를 상회할 전망이다.
사조시스템즈의 최대주주는 주진우 사조그룹 회장의 장남인 주 총괄부사장이다. 2020년말 주주 구성 현황을 살펴보면 주 총괄부사장이 39.7%, 주 회장이 17.9%로 부자가 전체 지분의 절반 이상을 갖고 있다. 나머지 지분도 사조산업, 사조대림 등이 들고 있다.
사조시스템즈의 사조산업 주식 매수는 '주 총괄부사장-사조시스템즈-사조산업-사조대림 등 기타 계열사'로 이어지는 연결고리를 한층 더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주 총괄부사장은 그룹 내에서 주 회장의 확고한 후계자로서 2006년부터 경영수업을 시작해 그룹 내 입지를 다지고 있다. 상장사 중에서 사조대림, 사조오양, 사조해표, 사조씨푸드 등의 등기이사를 맡고 있다.
다만 핵심 계열사이자 지주사 역할을 하는 사조산업의 이사진에서는 빠져 있다. 주 총괄부사장이 사조시스템즈를 통해 사조산업에 대한 지배력을 강화하고 있지만 주요 의사결정에 관여하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대신 주로 식품 계열사들의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또 확고한 오너십을 가진 주 회장이 여전히 건재하다는 점도 고려된 것으로 보인다.
주 총괄부사장은 그러나 내년부터 경영 보폭을 한층 더 넓힐 것으로 예상된다. 사조그룹은 식품사업을 전면에 내세우는 B2C(기업-소비자간 거래) 기업으로 체질개선을 모색하고 있다. 특히 창립 51주년을 맞는 2022년을 그 원년으로 삼을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사조그룹 내에 분산돼 있는 식품사업들을 사조대림을 중심으로 재편하는 작업이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2019년 사조해표를 합병한 사조대림은 최근 식자재유통 계열사인 사조에프에스를 합병하기도 했다. 어묵과 맛살, 밀가루 회사를 합치고, 원양수산과 수산가공 회사를 합쳐 각 사업의 시너지를 키우는 쪽으로 지배구조를 재편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사조동아원이 사조대림 지분을 사모으는 것도 이같은 맥락 아래 추진하는 거래로 풀이된다.
사조그룹은 또 식품사업과 관련한 투자에 한층 더 적극적으로 나설 전망이다. 그동안 인수합병(M&A)를 통해 몸집을 불려왔지만 2016년에 동아원과 한국제분을 인수한 이후에는 M&A 시장에 거의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최근 수년간 투자보다 그룹 계열사들의 재무건전성을 강화하는데 초점을 뒀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코로나19 확산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것도 투자를 위축시킨 요인이다.
하지만 상장 계열사들의 재무건전성이 상당히 양호해졌다. 사조산업을 비롯해 총 5개 상장 계열사 가운데 사조동아원을 제외하면 부채비율이 모두 100%를 밑돈다. 사조동아원의 부채비율도 130.86%다. 주력 계열사들이 재무적 체력을 강화하면서 투자여력을 갖췄다.
업계 관계자는 "사조그룹은 창립 51주년을 맞는 내년부터 식품사업을 중심으로 재도약을 준비하고 있다"며 "오너 3세인 주지홍 부사장이 식품사업을 주도하면서 향후 부친인 주 회장을 대신해 점차 경영 전면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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