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1년 12월 19일 16: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나이를 어느 정도 먹고 나니 신년이 되면 '운세'를 보고는 한다. 젊은 시절에는 전혀 관심이 없었는데 지켜야할 게 많아진 나이가 돼서 그런가보다. 올해의 운은 어찌 될 것인가, 신년은 과연 어떤 해가 될 것인가. 믿음의 영역은 아니지만 묘한 당김과 기대감이 있다.사주팔자에 기대 본 운세란 게 오묘하다. 짧은 지식으로 단순히 보면 '12운성'이란 주기가 도는데 '장생, 목욕, 관대, 건록, 제왕' 상승기가 있으면 '쇠, 병, 사, 묘, 절'의 하강기도 있다. "내가 왕이 될 상인가"를 말할 수 있는 달과 시름시름 앓다가 "공수래공수거" 인사하며 땅에 묻히는 고난의 달이 있다.
의미심장한 건 쇠하고 병듦을 거쳐 죽음에 도달한 뒤에는 잉태와 새삶을 의미하는 '태, 양'을 만나 다시 상승기도 온다는 점이다. 돌고 도는 게 인생이요 사주다. 조선시대에나 과거시험의 잡과(雜科) 중 하나였지 지금이야 미신과 취향의 분야로 여겨지지만 여전히 종교적이고 철학적인 면에서 많은 생각을 갖게 한다.
사람 인생만 그럴까. 기업의 명운도 마찬가지다. 사람은 육체가 쇠퇴해 실질적 죽음을 맞이하지 않는 이상, 기업은 파산해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는 이상 운세는 돌고 돈다. 흥망성쇠는 당장 처한 현실로만 단순하게 알 수 없는 일이다.
기업으로 치면 십수년 동안 이를 가장 잘 보여준 곳이 대우건설이다. 과거 수년 동안 국내 시공능력평가 1위를 놓치지 않는 호시절도 있었는데 어느 시점에는 무너지지 않은 게 희한할 정도의 건설사로 평가됐다. IMF 시절 대우그룹이 해체됐을 때, 인수자 금호산업이 2010년 산업은행에 도로 토해냈을 때, 2018년 호반건설과 매각 거래가 무산됐을 때 등등 때마다 그랬다. 2006년 2만9000원을 찍었던 주가가 지난해 한 때 2200원까지 떨어졌을 정도다.
하지만 항상 다시 일어섰다. 알짜였던 유형자산 상당수를 매각했고 산업은행 관리 하에서 사업부 쇄신도 크게 단행했다. 건설업을 잘 모르는 산업은행이 미래 가치 증대보다는 현실 생존에만 급급한 재편을 한 게 아니냐는 안팎의 비판도 있었다. 다만 이처럼 뼈를 깎는 고통이 없었다면 기억으로만 존재하는 기업이 됐을지도 모른다. 어쨌든 산업은행 품에서 지내온 과거 10여년은 12운성으로 보면 쇠, 병, 사, 묘, 절 어느 즈음에 걸려 있는 듯하다.
그런 대우건설이 다시 태어나기 직전이다. 내년 2월 15일이면 중흥그룹이란 새로운 주인을 맞이한다. 새우의 고래 삼킴으로만 볼 수 없다. 대우건설은 건설 영역을 잘 아는 최대주주를 만난 것 자체가 다행이다. 산업은행 품에 있을 때보다야 훨씬 낫다. 시공능력평가 하위권인 중흥그룹도 5위 대우건설을 품에 안아 중흥건설과 중흥토건 모두 급격한 도약을 꿈꿀 수 있으니 일거양득이다.
이번 거래는 양사 모두에게 먼 미래의 '운'을 가르는 요인이 될 모양새다. 안기는 대우건설도, 품는 중흥그룹도 '제왕'의 운까지 올라서는 계기의 거래가 되기를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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