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부가 반도체 수요 증가, 호황은 계속된다" [thebell interview]김민현 한미반도체 사장"삼성·TSMC 역대급 파운드리 투자 낙수효과 이어질 것"
김혜란 기자공개 2021-12-30 07:46:52
이 기사는 2021년 12월 27일 13:5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후공정 장비 전문기업 한미반도체는 올 한 해 주가가 약 100% 상승할 정도로 시장에서 높은 관심을 받았다. 올해 반도체 슈퍼사이클(초호황) 국면에 진입하면서 장비 수주가 급증했기 때문만은 아니다. 세계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1위 대만 TSMC 낙수효과, 캐파(CAPA, 생산능력) 확대, 국산화 등 여러 성장 키워드가 맞물려 한미반도체의 기업 가치를 빛나게 했다.인천 서구 주안국가산업단지 사무실에서 만난 김민현 한미반도체 사장(사진)은 "올해 업황 호조로 수주가 몰리면서 납기 일정을 맞추느라 빠듯했다"며 "그동안 일본에서 전량 수입하던 마이크로쏘(Micro SAW)를 국산화해 출시하면서 더욱 바빴다"고 말했다. 이어 "한미반도체는 하이엔드 반도체칩 생산에 쓰이는 장비를 제조하고 있다"며 "고부가가치 반도체 수요가 늘어날수록 어떤 장비기업보다 수혜를 더 입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김 사장은 "과거엔 반도체 산업은 3년 주기로 호황과 불황을 반복한다고 했지만, 이제는 통하지 않는 말"이라며 "고부가 반도체 수요는 계속 증가하고 있어 한미반도체의 호황은 내년과 후년에도 꺾이지 않고 이어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반도체 '경박단소' 트렌드 타고 장비 매출 '훨훨'
한미반도체는 올해 3분기(연결회계기준) 만에 매출액 271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달성했다. 에비타(상각전영업이익)는 3분기 약 914억원으로 연간으로 사상 첫 1000억원 돌파를 눈앞에 뒀다. 이 같은 성장세는 주력 제품인 비전플레이스먼트(Vision Placement)의 판매 호조 덕에 가능했다. 비전플레이스먼트는 반도체 패키지를 절단한 뒤 세척, 건조, 선별, 적재하는 후공정 장비다. 한미반도체가 세계 시장점유율 1위(80%)다.
지난 6월 비전플레이스먼트에서 절단 기능을 수행하는 핵심 부품인 마이크로쏘 내재화에도 성공하면서 성장세는 한층 힘을 받았다. 지금까진 일본 장비업체 디스코(DISCO)로부터 수입해 비전플레이스먼트에 붙여 판매해왔다.
김 사장은 "비전플레이스뿐만 아니라 EMI실드와 TC본더, 플립칩 본더 등 다른 장비들의 매출 기여도가 전년 동기 대비 확대됐다"며 "특히 EMI실드의 경우 시장 전체 파이가 커지면서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EMI 실드는 반도체 칩의 미세화로 발생하는 전자파 간섭 현상을 막기 위해 전자파 차단 금속막을 입히는 과정에 필요한 장비다.
반도체 패키지는 '경박단소(가볍고 얇고 짧고 작음)'화, 고성능화, 고부가치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는데 칩간 간격이 좁아지면 전자파 간섭문제가 커진다. 김 사장은 "EMI실드 공정은 2016년 애플이 스마트폰 생산에 처음 적용하면서부터 시작됐는데 애플 외에 점차 다른 스마트폰 제조사들로 확산하는 추세"라며 "EMI실드 장비 매출 비중은 꾸준히 증가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미반도체도 2016년 EMI실드 장비를 처음 출시한 뒤 현재 글로벌 점유율 1위를 지키고 있다.
지난달엔 스트립그라인더도 새롭게 선보였다. 스트립그라인더는 반도체 두께를 얇고 정밀하게 만드는 장비로 반도체 경박단소 구현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들 장비 모두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 GPU(그래픽처리장치) 등 고성능, 고급 반도체 생산에 필요하다. 5G(5세대 이동통신)과 사물인터넷(IoT), 인공지능(AI), 자율주행, 데이터센터 등 4차산업 발달로 고급반도체 수요가 늘어날수록 외형성장에 대한 기대감이 높아지는 이유다.
◇일찌감치 4공장 증설완료…준비된 성장
사업과 투자에선 '타이밍'이 가장 중요하다. 한미반도체가 올해 급증한 수요에 대응할 수 있었던 것도 '반도체 보릿고개'였던 2019년 오히려 대규모 투자로 4공장 증설을 마무리했기 때문이다. 김 사장은 "올해 연간 예상매출액은 3800억원인데, 풀캐파를 돌리면 매출 6000억원까지 가능하게 생산시설을 확충해뒀다"고 설명했다.
내년 매출 목표로는 4300억원을 제시했다. 올해 예상매출액보다 13%가량 성장한 수치로 두 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점쳤다. 세계 파운드리 1, 2위인 TSMC와 삼성전자가 역대급 증설 계획을 내놨단 점이 자신감의 근거다.
한미반도체의 현재 주요 고객사는 TSMC의 협력사인 OSAT(반도체 조립·테스트 외주) 기업이긴 하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종합반도체기업(IDM)과 반도체 패키지기판 제조사들도 중요한 고객사로 자리 잡았다. 서플라이체인 상 파운드리 시장이 커지면 한미반도체도 직접적 수혜를 보게 되는 구조다. 삼성전자가 역대급 파운드리 투자를 계획하고 있는 만큼 그 낙수효과도 이어질 것이란 게 시장의 평가다.
삼성전기와 LG이노텍, 대덕전자, 코리아써키트 등이 고부가가치 반도체 기판 플립칩-볼그리드 어레이(FC-BGA) 증설에 나서고 있단 점도 긍정적이다. 이들 기업은 한미반도체의 비전플레이스먼트 장비로 반도체 기판을 잘라 완성된 제품을 인텔 등에 납품한다.
◇제품군·매출처 다변화로 지속 성장 이끈다
한미반도체의 최대 강점은 메모리반도체와 시스템반도체용 장비, 수출과 내수를 아우른다는 점이다. 본더는 메모리반도체 공정에 쓰이지만 비전플레이스먼트, EMI실드는 파운드리에 사용되는 장비다. 업황 불활실성이 큰 메모리반도체보다 시스템반도체 장비 매출 비중이 압도적(70%)이다. 또 수출 비중이 80%에 달하는 데다 고객사가 300개가 넘는다.
앞으로는 제품군 다변화에 더욱 공을 들일 계획이다. 김 사장은 "올해 국산화한 마이크로쏘 관련 파생상품을 개발 중"이라며 "내년에도 1~2개 새 장비 라인업을 내놓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본더는 전공정과 후공정 사이 공정인 미들엔드 장비라고 할 수 있다"며 "앞으로 미들엔드 장비 시장을 적극 공략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전공정 장비 분야로도 진출한다. 한미반도체는 지난 6월 전공정 장비업체 에이치피에스피(HPSP)에 투자해 지분 총 25%(곽동신 부회장 개인지분 포함)를 확보했다. 내년 상장 이후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 크레센도에쿼티파트너스가 엑시트(투자금 회수)하면 한미반도체가 최대주주에 오르게 된다. 이를 통해 전공정과 후공정까지 아우르는 종합 반도체 장비회사로 거듭날 전망이다. HPSP는 반도체 전공정에 필요한 어닐링(annealing, 열처리 공정) 장비를 제조·공급한다.
반도체가 7nm(나노미터) 이하 초미세공정으로 내려오면서 전공정으로 반도체 성능을 향상하기 위한 전공정 기술력은 한계에 다다랐기 때문에 후공정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시스템인패키지(SiP)'와 '팬아웃패널레벨패키지(FO-PLP)' 모두 후공정 진화의 산물이다.
한미반도체도 진보하는 패키징 기술에 맞춰 장비의 진화를 이뤄내고 있다. 김 사장은 "본사 직원 680명 중 3분의 1이 연구개발(R&D) 인력"이라며 "진화하는 반도체 트렌드에 맞춰 신제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탄탄한 R&D 체계를 구축하고 있단 게 회사의 최대 경쟁력"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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