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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은행 충청영업그룹만 잔존, '충청은 포기 못해' 지역 내 입지 수성 의지…충청은행 설립 논의 가시화, 위기감 작용

김현정 기자공개 2022-01-03 07:37:51

이 기사는 2021년 12월 31일 09:11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하나은행이 조직개편에서 신속하고 유기적인 의사결정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지역영업그룹’을 폐지했다. 다만 ‘충청영업그룹’ 한 곳만은 그대로 남겨둔 점이 눈길을 끈다.

하나은행이 충청지역의 대표은행으로 자리를 잡은 만큼 충청영업그룹만큼은 독립성을 부여해 기존 영업기반을 확고히 하려는 의도다. 최근 충청권 내 지방은행 설립 얘기가 활발히 논의되고 있다는 점에서 입지 수성의 의지로도 풀이된다.

31일 금융권에 따르면 하나은행은 연말 조직개편에서 영업조직 체계에 큰 변화를 줬다. ‘콜라보그룹-영업본부-지역영업그룹’으로 이어지는 기존 3단계 체계가 ‘콜라보그룹-영업그룹’의 2단계로 축소됐다.

내년부터 기존 지역영업그룹 체제가 폐지되고 신설된 영업그룹이 지역 영업 조직들을 포괄적으로 관리한다. 의사결정단계를 줄여 영업역량을 집중화하고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한 조치다. 이로써 기존의 중앙영업그룹, 호남영업그룹, 영남영업그룹 등이 사라졌다.

다만 이 가운데 유일하게 충청영업그룹만은 남겨뒀다. 충청영업그룹장은 올해 충남북영업본부장을 맡았던 이성진 충청영업그룹 대표가 역임한다.

충청영업그룹만큼은 독립적인 조직으로 존속시킨 이유는 하나은행은 충청지역을 기반으로 성장해온 특수성에 기인한다. 1998년 외환위기 당시 하나은행은 대전충남 지역은행이었던 충청은행을 인수하면서 충청은행의 자산 기반을 물려받고 충청권 지역 고객들을 대거 흡수했다. 이후 충청 지역에 지방은행이 다시 들어서지 못했다. 현재 전국 시·도 중 지방은행이 없는 곳은 충청과 강원이 유일하다.

충청 지역 내 하나은행의 영향력은 압도적이다. 올 3분기 말 기준으로 하나은행은 대전·세종·충남·충북 지역에 지점 및 출장소 등 거점 86개를 보유하고 있다. 최근 세종에 지점 1개를 추가로 설립했다. 타 시중은행의 경우 해당 지역 내 거점 수가 하나은행의 절반 수준에 그친다. 그만큼 충청 지역에 하나은행 고객이 많고 내부적으로도 큰 힘을 싣고 있다.

하나은행에서 충청영업그룹장은 요직으로 꼽히는 곳이기도 하다. 탄탄한 고객 기반 외 대전시 1금고, 세종시 2금고, 천안시2금고 등 기관영업에서도 우위를 점하는 중이다. 함영주 부회장 역시 과거 7년 동안이나 충청영업그룹 대표를 맡은 바 있다. 하나은행의 충청 지역에 대한 애착이 남다른 이유다.

하나은행이 충청영업그룹을 존속시킨 데는 충청은행 설립 움직임에 대한 위기감도 일부 작용했을 것이란 관측이다. 내년 대선을 앞두고 최근 들어 충청 지역 내부적으로 지방은행을 재건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해당 지역 내 주도권을 쥐고 있는 하나은행으로서는 신경이 쓰이는 부분이다.

다른 시·도와 달리 지역에 연고를 둔 은행이 없다 보니 충청 지역 광역지자체들은 충청권 소득이 역외유출되고 있으며 원활한 유동성 확보가 어렵다고 토로한다. 시중은행과 달리 지방은행의 설립 목적 자체가 지역 경제 활성화와 금융지원에 있기 때문에 충청권에도 이를 책임져줄 지방은행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충남도를 중심으로 설립 얘기가 구체화되고 있다. 충남도는 지난 6월 지역 금융 활성화 방안 마련을 위한 전문가 토론회를 통해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추진을 공식화한 뒤 7월 충청권 지방은행 설립 추진 연구지원단을 발족했다. 8월에는 충청권 4개 시·도지사가 모인 자리에서 지방은행 설립을 논의했다. 내년에는 4개 시도 범도민추진단을 구성하고 공동 연구용역을 마친 뒤 출자자 모집 등을 거쳐 2023년 금융당국에 인가서를 제출한다는 계획이다.

이런 상황에서 하나은행이 조직개편의 일관성을 적용해 충청영업그룹까지 없애는 것은 리스크가 있다는 분석이다. 지방은행 설립추진에 대한 분위기를 파악하고 더욱 밀착 관리해 하나은행 나름의 수성 노력을 해야 할 시점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해당 관점에서 충청영업그룹의 존속은 하나은행이 해당 지역 내 입지를 공고히 하겠다는 강한 의지로도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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