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iC 웨이퍼 시장, 전기차 시대 폭발적 성장 확신" 구갑렬 쎄닉 대표 "전력반도체 효율 극대화 가능, 국산화 의미 커"
김경태 기자공개 2022-01-04 08:33:18
[편집자주]
사모펀드 운용사에게 피투자회사의 C레벨은 야전사령관이다. 펀드 운용의 지향점을 공유하고, 투자 방향성을 함께 고민하는 동시에 실무에서 밸류업 상승을 이끌어 내야하는 중책을 맡고 있기 때문이다. 더불어 펀드의 성공적인 엑시트를 위한 아름다운 이별을 준비해야 하는 존재이기도 하다. 더벨은 PE 포트폴리오기업 C레벨이 그리는 밑그림과 전략, 향후 계획을 자세히 들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03일 13: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는 SK그룹과 끈끈한 신뢰를 구축한 사모투자펀드(PEF) 운용사다. 지난해에는 아직 실적이 본격화되지 않은 SKC의 탄화규소(실리콘 카바이드·SiC) 웨이퍼사업부를 인수하는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그후 쎄닉(Senic)을 설립해 눈길을 끌었다.쎄닉은 독보적인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빛을 보지 못했었다. 하지만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의 인수로 상황이 달라졌다고 구갑렬 쎄닉 대표(사진)는 말했다. 최근 충청남도 천안에 본사와 공장 부지를 마련하고 도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지난달 새 본사에서 만난 구 대표는 향후 전기차 시대를 맞이해 SiC 웨이퍼 사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다고 강조했다.
◇"SiC웨이퍼, 전력반도체 효율 극대화할 핵심소재"
쎄닉은 독특한 역사를 갖고 있다. 구 대표는 동의대에서 SiC웨이퍼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국내에서 SiC웨이퍼를 크게 주목하지 않았던 때라 어려움이 많았다. 주변의 동기들은 대부분 전공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다른 분야의 기업에 취업했다.
하지만 구 대표는 SiC웨이퍼에 대한 개인적인 믿음이 있었고 이를 저버리기 어려웠다고 회상했다. 결국 구 대표는 직접 사업화를 하자는 생각으로 창업을 결정했다. 2004년 크리스밴드를 설립했고 2인치 SiC웨이퍼를 개발하는 성과를 거뒀다. 2010년에는 크리스밴드의 기술력을 눈여겨본 SK그룹의 제안을 받았다.
구 대표는 "당시 다수의 대기업에서 투자 제안이 왔지만 SK그룹이 가장 좋은 조건을 제시해 계열사 SKC에 합류하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크리스밴드의 연구진들이 구 대표와 함께 SKC에 합류했다. SKC 시기에는 4인치와 6인치를 개발하는 데 성공하면서 기술적 진보를 이뤘다. 하지만 SKC 체제에서도 본격적인 양산에는 들어가지 못했다. 지난해 7월경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가 SKC로부터 SiC웨이퍼 사업부를 약 700억원에 인수하는 작업을 마무리하면서 새로운 전기를 맞았다.
구 대표는 쎄닉의 본사와 공장을 마련하기 위해 분주히 움직였고 천안에 자리잡게됐다. 지난달 방문한 쎄닉의 천안 본사는 인테리어 공사가 한창이었다. 구 대표는 "정문에 현판도 오늘에서야 걸었다"며 웃었다.
쎄닉이 개발하는 SiC웨이퍼는 무엇일까. 구 대표는 "SiC웨이퍼는 기존의 Si웨이퍼와 비교해 우월한 물성을 갖고 있다"며 "고온내구성, 고내전압, 고전류밀도 등에서 우위를 보여 전력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다는 점이 특징"이라고 말했다.
SiC웨이퍼는 기존의 실리콘(Si) 웨이퍼보다 전압과 열에 강해 반도체 칩 크기를 줄일 수 있다. 또 기존보다 10배 높은 전압을 견딘다. Si반도체는 175도까지 견디지만 SiC반도체는 400도에서도 작동한다.
전력반도체의 핵심소재로 사용되기 때문에 향후 활용도가 무궁무진하다. 전력반도체가 들어가는 전기차, 기차, 항공기, 태양광, 서버 등 다양한 제품이 모두 SiC웨이퍼의 전방산업 제품으로 볼 수 있다.
구 대표는 "SiC웨이퍼가 사용된 전력반도체가 전기차에 탑재될 경우 기존보다 주행거리와 연비가 상승한다"며 "전력변환시스템의 부피와 무게를 저감시키는 장점도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욜 리포트(Yole Report) 등 복수의 글로벌 리서치기관에 따르면 SiC웨이퍼 시장은 향후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이 45% 수준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된다. SiC웨이퍼 탑재 전략반도체를 전기차들이 많이 사용할수록 시장이 커지는 구도다.
◇SiC웨이퍼 시장 글로벌업체가 과점, 국산화 의미 커
SiC웨이퍼는 고난도의 기술이 필요한만큼 현재는 선진국 업체들이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미국의 크리(Gree)와 투식스(II-VI), 일본의 롬(Rohm) 등이 과점하고 있다. 국내 기업들도 SiC웨이퍼를 해외에서 수입해 쓰고 있다. 쎄닉의 사업이 의미가 큰 이유로 단연 '국산화'가 꼽히는 배경이다.
쎄닉은 후발주자지만 선진국 업체들과의 경쟁에서 승산이 있다고 보고 있다. 아직 시장이 성숙되지 않은 데다가 기술과 양산능력을 갖춘 업체들도 많지 않은 상황이다. 거래처에서 대규모 물량을 확보하는데 성공한다면 순식간에 글로벌 순위가 뒤바뀔 수 있다. 파라투스인베스트먼트도 이런 점을 고려해 과감한 베팅에 나섰다.
쎄닉은 한국투자증권을 주관사로 선정해 기술특례상장을 추진하고 있다. 구 대표는 "내년 2월에 천안 본사와 공장의 세팅을 완료하고 3월부터는 연구원들도 이전해 업무를 볼 예정"이라며 "거래처들의 요구를 충족시키고 시장 성장에 대응하기 위해 6인치 양산과 동시에 8인치 개발을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앞으로 사업을 추진하며 SiC웨이퍼 생태계를 키우고 싶다는 포부도 드러냈다. 아울러 서울과 수도권 뿐 아니라 지방에 소재한 대학과 기업에서 추진하는 첨단기술에 대한 관심도 당부했다.
구 대표는 "업계의 기업들과 협력사들이 필요한 경우 쎄닉의 본사와 공장을 방문해 기술과 사업 내용의 일정 부분을 공유해 시장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지방에 있는 대학에서도 첨단기술에 대한 관심을 갖고 여러 우여곡절 속에서도 평생을 연구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점을 기억해줬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구갑렬 쎄닉 대표이사 프로필
△1975년 강원도 영월 출생
△1994년 부산 금정고등학교 졸업
△2001년 동의대 신소재공학과 학사
△2003년 동의대 신소재공학과 석사
△2003년 동의대 전자세락믹스센터 연구원
△2006년 동의대 정보통신소재공학과 박사 수료
△2004년~2010년 크리스밴드 대표이사
△2010년~2021년 SKC 중앙연구소(SiC 웨이퍼 기술팀장)
△2021년 쎄닉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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