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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M&A]이번에도 못 푼 '20년 넘은 숙원'EU, 경쟁 제한성 이유로 기업결합 불허···2000년 대우조선 설립 이후 두 번째 매각 '불발'

양도웅 기자공개 2022-01-17 14:00:58

이 기사는 2022년 01월 14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결국 불허였다. EU집행위원회는 13일 현대중공업그룹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이 소비자들의 선택 폭과 가격 경쟁력을 줄어들게 만든다며 불허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2019년 이후 3년 가량 이어온 양사의 통합이 결국 '무산'될 전망이다. 20년 넘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이 또다시 수포로 돌아가는 셈이다.

◇ 태생부터 매각이 예정됐던 대우조선해양

2000년 대우중공업에서 떨어져 나와 설립된 대우조선해양(최초 사명 대우조선공업)은 시작부터 매각이 예정된 회사였다. 1999년 대우그룹 몰락으로 채권단 관리 아래에서 탄생했기 때문이다. 지금과 동일하게 당시 최대주주는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었다. 2대주주는 한국자산관리공사(캠코)였다.

다만 산은은 조기 매각보다 회사 가치를 올린 다음에 판다는 입장이었다. 회사가 보유한 유조선과 LNG선 등 고부가가치 선박 건조 기술에 대한 확고한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다행스럽게도 회사는 출범 첫해부터 영업이익(1252억원)을 내기 시작했고 이듬해엔 첫해 이익의 두 배 넘는 성과를 냈다.

선사들의 발주 규모가 정기적으로 늘어났다가 줄어드는 '수주 사이클'로 인해 이익이 급감한 시기도 있었지만 당시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추이는 긍정적이었다. 이는 곧 회사 매각이 임박했다는 신호이기도 했다. 마침내 2008년 3월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발표하고 제안요청서(RFP)를 발송하기에 이른다.


◇ 첫 번째 매각 실패 트리거 '글로벌 금융위기'

추정 몸값만 5조~6조원에 달했지만 시장 반응은 뜨거웠다. 기존 사업과 시너지, 신사업 진출 등을 타진해온 포스코와 GS, 한화, 현대중공업이 예비 입찰에 참여했다. 국민연금공단도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시중은행들도 인수금융 주선 의향을 적극적으로 내비쳤다.

하지만 산은의 공개 매각 발표가 있은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매각은 결국 수포로 돌아갔다. 원인을 하나로 꼽긴 어렵지만 '트리거'가 미국발 글로벌 금융위기이라는 데엔 이견이 없었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이 FI 참여를 철회했고 시중은행들도 인수금융 주선에서 건전성 관리로 눈을 돌렸다.

결국 원매자가 홀로 부담해야 할 자금 규모가 커지면서 GS가 먼저 인수자 그룹에서 이탈했다. 뒤이어 GS와 컨소시엄을 구성했던 포스코도 자의 반 타의 반으로 떨어져 나갔다.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한화도 6조원이 넘는 인수대금을 최초 약속한 날짜에 지급하기 어려워지자 산은은 2009년 1월 매각 추진을 중단키로 결정했다.

이후 산은이 대우조선해양 매각을 재추진하는 데까진 10년 가까운 시간이 필요했다. 2019년 3월 산은은 대우조선해양 인수 '재수생'인 현대중공업과 인수 본계약을 체결했다.

물론 현대중공업과 계약을 체결하기까지 10년간 산은의 매각 시도가 없었던 건 아니다. 한화와 협상이 무산된 해인 2009년 12월과 2년 뒤인 2012년 초에 인수자를 다시 찾기도 했다. 하지만 전 세계적인 발주량 감소와 이에 맞물린 중국 조선업계의 물량 공세, 플랜트 산업 업황 악화, 그에 따른 대우조선해양의 실적 악화로 인수자를 만나기 어려웠다.

◇ 두 번째 매각 실패, 발목 잡힌 '경쟁 제한성'

최근 상황이 첫 번째 매각을 추진했던 2008년과 비교해 달라진 점이 있다면 대우조선해양의 몸값이 감소했다는 점과 시장 유동성이 풍부해졌다는 점이었다. 10여년 전과 달리 원매자의 재무 부담이 크게 줄어든 것이었다. 더불어 해운 물동량 증가와 친환경 선박에 대한 수요가 겹치면서 조선업이 '슈퍼 사이클' 국면에 진입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이는 인수자가 '승자의 저주'에 빠질 가능성은 적다는 의미였다. 대우조선해양을 포함한 국내 조선 3사는 지난해 수주 목표액을 초과 달성했고 LNG선 건조 시장에서 조선 3사의 합산 점유율은 80%를 넘어섰다. 2008년 서로 '밀당'을 벌였던 피인수자와 인수자들과 달리 산은과 현대중공업은 인수에 강한 의지를 보이고 있었다.

하지만 경쟁당국의 판단은 불허였다. EU집행위원회는 액화천연가스(LNG)선박 시장에서의 독과점이 심화된다는 점을 이유로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기업결합을 반대했다.

양사는 미래 시장인 LNG선박 시장에서 합산 점유율이 60%를 넘어서는 것으로 알려진다. 양사 결합이 소위 말하는 경쟁 제한성을 일으킬 수 있는 합병이라는 의미였다. 이에 따라 유일 변수이자 마지막 관문이었던 기업결합이라는 문턱을 넘지 못한 셈이다.

국책은행 관계자는 "마땅한 플랜B가 떠오르지 않는다"며 "산은을 포함해 정부가 더 적극적으로 움직일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경쟁 제한성으로 승인이 이뤄지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비조선사로 인수가 불발된 2009년이 두고두고 아쉬운 해로 남을 듯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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