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실트론, 소부장 으뜸기업 꼽힌 사연은 국내 유일 웨이퍼 제조기술 보유, SiC·GaN로 글로벌 시장 개척 노력 높은 평가
김혜란 기자공개 2022-01-25 13:40:27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4일 13: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실트론이 산업통상자원부가 선정한 '2022년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으뜸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이번에 산자부가 뽑은 으뜸기업 21개사 중에서 대기업은 SK실트론뿐이다.SK실트론은 국내에서 유일하게 반도체 웨이퍼(원판)를 생산하는 기업이다. 국내 반도체 생태계에서 중요한 한 축을 맡고 있는 데다 차세대 웨이퍼인 실리콘카바이드(SiC), 질화칼륨(GaN) 시장에 선도적으로 뛰어든 점을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국내 유일 웨이퍼 생산, 글로벌 시장도 과점
24일 업계에 따르면 SK실트론은 산자부의 소부장 으뜸기업에 뽑혀 연구·개발(R&D) 관련해 5년 동안 최대 250억원을 지원받게 됐다. 정부는 작년부터 R&D와 수출 전략 지원, 기업부담금 완화, 규제 개선 등을 전방위로 지원할 으뜸기업을 선정하고 있다.
눈에 띄는 점은 이번에 선정된 21개사 중 대기업은 SK실트론이 유일하다는 점이다. 으뜸기업 대부분은 중소기업(11개사)이고 나머지는 중견기업(9개사)이다. 분야별로는 반도체(6개사), 디스플레이(2개사), 기계금속(4개사), 전기전자(5개사), 자동차(2개사), 기초화학(2개사) 기업으로 구분됐다. SK실트론은 반도체 부문에서 반도체 조립·테스트 외주 기업(OSAT)인 네패스, 반도체 장비사 피에스케이 등 중소기업과 함께 이름을 올렸다.
SK실트론의 주력 제품인 실리콘(Si) 웨이퍼는 기술적 진입장벽이 높아 글로벌 시장에서도 소수 기업만이 제조기술을 보유하고 있다. 글로벌 웨이퍼 시장은 일본 신에쓰, 섬코(SUMCO), 대만 글로벌웨이퍼스(GW), 독일 실트로닉 등 5개 업체가 과점하고 있는데, 이 중 한국 기업은 SK실트론(시장점유율 5위)이 유일하다.
Si 웨이퍼는 다결정 실리콘을 녹여 쌓아 올린 단결정 잉곳(기둥)을 얇게 잘라서 만든다. 앞서 2019년에도 정부는 SK실트론의 대구경(300mm 이상) 잉곳을 균일하게 뽑아내는 기술에 대해 국가핵심기술로 선정한 바 있다.
한때 국내 반도체 기업들은 일본 업체들로부터 웨이퍼를 전량 공급받았다. 그러나 SK실트론이 기술·품질 경쟁력을 끌어올리면서 수입 대체가 가능했다. 지금도 해외 의존도를 낮추는 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작년엔 국내 최대 종합반도체기업(IDM)인 삼성전자가 기존 단골이었던 섬코와 GW 대신 SK실트론을 처음으로 웨이퍼 최대 조달처로 올리기도 했다.
◇SiC·GaN 글로벌 경쟁우위 선점 노력
전방 반도체산업의 슈퍼사이클(초호황)이 이어지면서 웨이퍼 시장도 전 세계적으로 호황기를 누리고 있다. 이에 따라 웨이퍼 출하량 역시 지난해 3분기 분기 사상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3분기 전 세계 Si 웨이퍼 출하면적은 36억4900만in²(제곱인치)로 전년 동기 대비 16.4% 증가했다. SEMI는 2024년 웨이퍼 출하량이 160억3700만in²까지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웨이퍼 시장이 커지고, 중요도가 높아질수록 SK실트론의 가치도 더욱 부각될 수밖에 없다. 정부도 웨이퍼 기술 자립화를 이끌고 있는 SK실트론의 가치를 높게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또 SK실트론이 차세대 SiC, GaN 시장 개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만큼 힘을 실어주려는 포석도 담겨 있다.
SiC와 GaN 시장은 이제 막 시작하는 시장이다. 다른 국내 반도체 팹리스(설계 전문), 소재·장비 기업들도 이 시장 진입을 준비하고 있다. 특히 SK실트론은 대규모 투자를 통해 관련 생태계 조성에 앞장서고 있다.
SiC, GaN 반도체는 Si 기반 반도체보다 전력효율이 높고 고온과 고전압에서도 작동 가능해 앞으로 전기자동차, 5세대(5G) 통신 시장 성장과 함께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시장조사업체 욜디벨롭먼트는 GaN 반도체 시장이 지난해 약 515억원에서 매년 70%씩 성장해 2026년에는 약 1조2315억원 규모에 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SK실트론은 2019년 미국 듀폰사로부터 SiC 웨이퍼 사업을 인수해 자회사 SK실트론CSS를 설립, 처음 SiC 시장에 뛰어들었다. 이후 지난해 11월엔 2026년까지 총 6억달러(7000억원)를 투입해 미국 현지 공장을 증설한다는 계획도 내놨다.
생산량 증대를 통해 2025년까지 SiC 웨이퍼 시장점유율을 25% 이상 달성한다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GaN 반도체 관련해선 산자부의 국책과제를 진행 중이다.
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라도 얼마나 핵심기술을 보유하고 있느냐, 그 기술이 얼마나 경쟁력이 있느냐는 산자부의 기준에 부합하면 소부장 으뜸기업으로 선정될 수 있다"며 "SK실트론이 선정된 것도 이런 점을 모두 충족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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