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닻오른 지주사 CVC]'애자일·DX' 효성, 본격 '친환경' 투자 채비⑥조현준 취임 5년 '제2전성기' 맞이, 벤처투자로 신사업 탄력 주목
이광호 기자공개 2022-01-27 07:45:00
[편집자주]
올해부터 대기업 지주회사가 금융회사 성격의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을 계열사로 둘 수 있게 됐다. CVC 설립의 길이 열리면서 주요 지주사들이 분주해졌다. 단순 벤처투자를 넘어 그룹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 동력을 발굴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향후 그룹 계열사들과 어떤 시너지 효과를 낼지 주목된다. 더벨이 주요 지주사 CVC 준비 현황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5일 15: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효성그룹은 2018년 지주회사로 전환한 이후 '꽃길'을 걷고 있다. 지주사인 ㈜효성을 비롯한 주요 계열사들이 역대 최고 실적을 내고 있다.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지주사 체제 전환을 마무리한 뒤 '제2전성기'를 맞이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런 가운데 지주사 산하에 기업 주도형 벤처캐피탈(CVC)을 설립하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어 관심이 쏠린다.조 회장 취임 후 효성그룹은 꾸준히 성장했다. 매출액은 2017년 12조5464억원, 2018년 16조7735억원, 2019년 17조8063억원으로 늘어났다. 코로나19 영향을 받은 2020년을 제외하면 매년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지난해 매출 20조8000억원대, 영업이익 2조9000억원대의 실적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이 같은 전망이 들어맞을 경우 효성그룹은 창사 이래 처음으로 영업이익 2조원을 넘기는 최고 성적표를 받아들이게 된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의 '애자일(Agile) 경영'에 주목한다. 애자일은 작고 민첩한 조직을 통해 경영 속도를 끌어올리는 기업 혁신전략이다. 조 회장은 줄곧 애자일을 언급하면서 그룹의 변화를 이끌어냈다. 동시에 '디지털전환(DX)' 강조하며 데이터베이스 경영을 꾀하고 있다.
◇㈜효성, 지주사 체제 5년 순항…소재 3사 중심 역대급 성장
이 같은 배경에는 선제적 투자가 자리한다. 조 회장은 2017년 취임 후 발 빠른 결단을 내렸다. 중국, 베트남, 인도 등 공장 설비투자를 이어가며 글로벌 시장개척을 준비했다. 특히 주력 계열사인 효성티앤씨의 스판덱스에 힘을 줬다. 이후 코로나19 유행으로 인해 전 세계적으로 홈트레이닝 열풍이 불어 스판덱스 수요가 급증하면서 수혜를 입었다.
효성티앤씨 외에도 주요 계열사인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효성중공업 등 4개사 모두 지난해 유례없는 실적을 기록했다. 자체기술로 개발한 탄소섬유, 폴리케톤 등 친환경·신소재 사업의 순항이 주효했다. 기회와 리스크를 동시에 수반하는 대규모 투자를 단행한 결과다. 이 같은 투자 기조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동안 본업에 집중하며 캐파(생산능력)를 늘리는 데 주력했다. 앞으로는 CVC를 통해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하는 데 무게를 싣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재 효성그룹은 CVC 설립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하기 위해서다. ㈜효성 전략본부 경영혁신팀을 중심으로 법인 설립을 준비 중이다. 투자 인력 확보에 사활을 걸고 있다.
앞서 꾸준히 투자 활동을 벌였다. 2015년 6월에 투자한 탄소섬유복합소재 및 모듈러 건축 유닛 전문기업 '엑시아머티리얼스'가 대표적이다. 당시 효성은 자체 개발한 고부가가치 아라미드 섬유 '알켁스'와 엑시아머티리얼스가 보유한 세계 최고 수준의 열가소성 수지 기술을 조합해 기존 제품보다 폭이 넓으면서 높은 방탄 성능을 갖춘 패널을 개발했다.
◇고유계정 통해 스타트업 투자 및 VC 펀드 출자, 향후 포트폴리오 관심
이후 같은 해 벤처캐피탈 레오파트너스가 조성한 '효성신성장사업펀드'를 시작으로 2017년 10월에 결성한 '레오9호 효성청년창업펀드'의 주요 유한책임출자자(LP)로 나섰다. 각각 2023년, 2025년 만기를 앞두고 있는 블라인드 펀드다. 또 SJ투자파트너스와 손잡고 '효성 탄소성장펀드'를 만들었다. SJ투자파트너스는 이 펀드를 통해 △의료·바이오 △소재·부품·장비 △인공지능(AI)·빅데이터·ICT플랫폼 등에 투자했다.
최근엔 프로테오믹스(단백질체학) 기반 정밀의료기술 기업 '베르티스'에 베팅했다. 베르티스는 프로테오믹스와 인공지능(AI)을 결합해 암과 주요 질병에 대한 조기 진단 마커를 개발하고 이를 진단 서비스로 제공하는 바이오텍이다. 프로테오믹스는 질병 조기 진단과 치료의 핵심 기술로 떠오르고 있다.
설비 투자에 비해 규모는 작지만 꾸준히 직간접 투자를 하면서 외연을 확장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특히 본업과 연관성이 깊은 소재 관련 업체뿐만 아니라 바이오 업체 등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확보한 점이 눈길을 끈다. CVC를 설립한 뒤 신기술사업금융전문회사(신기사) 등록을 마치고 보다 폭 넓은 투자를 단행하며 계열사 시너지를 극대화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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