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격의 중견그룹]'공작기계 전문' 화천그룹, 한계 봉착…돌파구 찾을까①올해 창립 70주년, 실적 정체 장기화…해외 진출+벤처투자로 외형성장 노려
황선중 기자공개 2022-02-03 09:20:49
[편집자주]
중견기업은 대한민국 산업의 척추다. 중소·벤처기업과 대기업을 잇는 허리이자 기업 성장의 표본이다. 중견기업의 경쟁력이 국가 산업의 혁신성과 성장성을 가늠하는 척도로 평가받는 이유다. 대외 불확실성 리스크에도 불구하고 산업 생태계의 핵심 동력으로서 그 역할을 묵묵히 수행하고 있다. 이처럼 한국 경제를 떠받치고 있는 중견기업들을 면밀히 살펴보고, 각 그룹사들의 지속 가능성과 미래 성장 전략을 점검하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1월 26일 13:4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세기 넘는 세월 동안 국내 공작기계 터줏대감으로 명성을 떨쳐온 화천그룹에 변화의 기류가 흐르고 있다.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기 위해 해외 시장 공략 물밑작업에 나서는 모습이다. 사업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는 벤처투자도 눈여겨보고 있다. 실적 정체를 끊어낼 수 있는 타개책을 찾기 위한 움직임으로 해석된다.화천그룹은 올해로 창립 70주년을 맞이한 공작기계 전문그룹이다. 한국전쟁 도중인 1952년 5월 광주에서 화천기공이 세워지면서 역사가 시작됐다. 창업주인 고(故) 권승관 명예회장은 1945년 해방을 맞아 일본인 사장으로부터 인수한 파철공소라는 주물공장을 근간으로 화천기공을 설립했다.
설립 초기에는 주물 분야에 주력했다. 국내 최초로 기어구동식 선반을 개발해 이름을 알렸다. 한국전쟁 직후 각지에 널브러진 폐고철을 주로 사용했다. 그러다 점차 공작기계 분야로 사세를 넓혀나갔다. 공작기계란 각종 생산설비를 제작하는 장비로 흔히 '기계를 만드는 기계'로 불린다. 국내 공작기계 산업도 이때부터 태동했다.
공작기계 사업은 1970년대 들어서 날개를 달았다. 정부가 중화학공업 육성에 힘쓰면서 공작기계의 필요성이 커진 탓이다. 이때부터 공작기계 전문그룹의 면모를 갖추기 시작했다. 현재 주요 계열사인 화천기계를 비롯해, 화천금속, 화천기어(현 서암기계공업), 화천척 등을 연이어 설립하면서 그룹 체계를 구축했다.
현재 화천그룹은 사업적으로 수직계열화 체제를 갖췄다. 구체적으로 주물(화천기공)-기계부품(서암기계공업)-공작기계(화천기공/화천기계)-판매(화천기계) 등이다. 화천금속은 화천기공에, 화천척은 서암기계공업에 합병됐다. 화천기공은 대다수 계열사의 최대주주로 사실상 지주회사 역할을 맡고 있다.
최근 들어서는 화천그룹에서 외형확장을 꾀하는 움직임이 감지되고 있다. 지난해 5월 기업형 벤처투자사(CVC) 시리우스인베스트먼트를 설립한 것이 대표적이다. 화천그룹 관계자는 "공작기계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방향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벤처 투자로 새로운 성장동력을 마련하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실제로 화천그룹 매출 규모는 최근 10년간 전반적으로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다. 2014년에는 5600억원이 넘는 매출 규모를 자랑했으나, 2020년 3500억원대까지 내려앉았다. 전방산업인 대기업 제조업체의 생산공장이 점점 동남아 등지로 이동하면서 국내 공작기계 시장 규모가 작아졌고, 그 여파로 매출액 역시 하향곡선을 그렸다는 설명이다.
화천그룹은 변화의 흐름에 발맞춰 해외로 시선을 돌리고 있다. 협소한 국내 시장에서 대기업 계열사인 두산공작기계-현대위아와 경쟁하기보다 해외 시장에서 성장의 기회를 찾겠다는 의지다. 화천그룹은 현재 미국을 비롯해 싱가포르, 독일, 베트남, 중국, 인도 등 6곳에 현지법인을 두고 영업활동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현실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기술력 측면에선 일본·독일 업체에, 가격경쟁력 측면에선 중국 업체에 밀리는 '샌드위치' 신세다. 그만큼 안정적인 납품처 확보를 위해서는 오랜 정지작업이 필요할 것이란 분석이다. 지난해 화천그룹 매출 중에서 해외 비중은 20% 미만이다.
화천그룹 관계자는 "해외 공작기계 시장은 규모가 크기 때문에 국내 업체에 대한 수요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면서 "당분간은 우리의 품질 우수성을 알리기 위한 영업활동에 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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