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팹리스 LX세미콘, 글로벌 시장점유율 확대 함의는 시스템반도체 설계 순위 꾸준히 상승, 취약한 국내 생태계 강화 전환점될까

김혜란 기자공개 2022-02-15 14:33:01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1일 12: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국내 대표 팹리스(시스템반도체 설계) LX세미콘이 '팹리스 불모지'에서 세계 시장점유율 10위권대에 안착하는 성과를 냈다. 2014년만 해도 30위권 밖에 머물렀으나 지난해 13위까지 끌어올렸다. 주력 분야인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수요 폭발로 큰 폭의 외형성장을 이룬 덕이다.

유독 팹리스 산업이 취약한 한국에서 LX세미콘의 선전은 상당한 의미가 있다. 다만 LX세미콘은 시스템 반도체 중에서도 상대적으로 단가가 낮은 DDI 중심 팹리스다. 전자기기와 미래자동차용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 등 고성능 반도체칩 분야에선 대형 팹리스를 찾아볼 수 없다.

국내 다른 중견·중소 팹리스들이 LX세미콘이 이끈 상승 분위기를 타고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느냐가 국내 팹리스 생태계 강화의 최대 관건으로 부각되고 있다.

◇팹리스 불모지서 시장점유율 꾸준한 확대

시장조사업체 옴디아(OMDIA)와 LX세미콘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기준 LX세미콘의 팹리스 순위는 13위로 집계됐다. 2014년 31위에서 2019년 19위로 진입하더니 2020년엔 16위까지 올라섰다가 작년에 다시 기록을 경신했다. LX세미콘이 꾸준히 실적 개선을 이뤄낸 결과다. 2020년 처음 매출 1조원을 넘긴 뒤 작년엔 1조8988억원으로 껑충 뛰어올랐다.

한국은 메모리 반도체 강국이지만 파운드리나 시스템 반도체 분야에서는 미국은 물론 중국에도 뒤쳐진다. 글로벌 팹리스 산업은 1위인 AP 최강자 퀄컴을 필두로 엔비디아, 브로드컴 등 미국 기업이 꽉 잡고 있다. 그 뒤를 대만 미디어텍과 미국 AMD가 잇고 있다. 전 세계 팹리스 시장에서 한국이 차지하는 비중은 1.5%에 불과하다. 미국(56.8%)과 대만(20.7%), 중국(16.7%)에 한참 밀린다.

지금까지 세계 상위 10개 팹리스 기업에 들어가는 한국 기업은 없었다. 이런 와중에 LX세미콘이 상승세를 타며 선전하고 있단 점은 고무적이다.

다만 LX세미콘의 성장이 국내 팹리스 생태계 강화와 바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다. 팹리스 불모지에서 LX세미콘이 성장할 수 있었던 건 자본력이 있는 대기업 계열사인 데다 과거 LG그룹 내에서 LG전자와 LG디스플레이 등 안정적인 수요처를 확보한 덕이다.

특히 LX세미콘의 사업구조는 모바일과 디스플레이 등에 주로 적용하는 DDI 의존도가 높아 '한국판 퀄컴'으로 거론하기에는 사업 성격이 다르다.

물론 LX세미콘도 진정한 글로벌 팹리스로 더 성장하기 위해 마이크컨트롤러유닛(MCU), 실리콘카바이드(SiC) 기반 전력반도체, BMS(배터리관리시스템) IC 등 제품군 다변화를 위해 노력하는 중이다.
자료출처=OMDIA, LX세미콘 IR 자료

◇'한국의 퀄컴' 하이엔드 칩 분야 팹리스 성장에 거는 기대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국내에는 150여개 팹리스가 있다. LX세미콘을 제외하고는 매출이 많아봤자 2000억원 안팎 수준이고 적자를 내는 곳이 수두룩하다. 시스템 반도체는 워낙 다양해 팹리스들마다 DDI부터 MCU(마이크로컨트롤유닛), 전력관리반도체(PMI), AP까지 주력분야가 다 다를 수밖에 없다.

업계에선 '한국의 퀄컴' 같은 스타팹리스 배출이 팹리스 산업 생태계를 끌어올리기 위한 중요한 전기가 될 것이란 의견이 많다. 퀄컴과 같이 AP 개발이 가능한 곳은 국내에선 삼성전자 외에는 텔레칩스 등 소수에 불과하다.

AP는 기술난이도가 상대적으로 높고 복잡한 설계자산(IP)가 적용된다. 고성능 칩이라 단가가 높은 대신 그만큼 고객사의 스펙을 맞추기가 까다롭고 기술·가격경쟁력을 동시에 이뤄내 상용화에 성공하기까지가 매우 어렵다.

국내 팹리스들도 200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퀄컴처럼 모바일용 AP 개발에 뛰어들었으나 이들 기업 상당수가 도태했다. 세트업체들이 팹리스에 맡기지 않고 자체칩을 개발하는 쪽으로 트렌드가 바뀌면서다.

하지만 4차산업 흐름 속도가 빨라지고 메타버스, 자율주행, 인공지능(AI) 등 새로운 기술 시장이 커질수록 첨단 정보기술(IT) 기기와 자율주행차 등의 두뇌 역할을 할 핵심 첨단반도체를 설계하는 팹리스의 역할은 더욱 중요해진다. 그러나 기술경쟁력이 있더라도 영세하고 브랜드가 약한 한국 기업이 다른 글로벌 팹리스와 경쟁해 수주를 따내기는 대단히 어렵다.

업계 관계자는 "LX세미콘의 선전도 의미 있지만 고성능 AP 칩을 상용화할 수 있는 회사들이 성장한다면 더욱 의미가 있을 것"이라며 "국내 팹리스가 퀄컴이나 NXP 등과 경쟁해 수주를 따낸다면 해외 시장에서 한국 팹리스를 보는 시각이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정부와 학계, 산업계가 똘똘 뭉쳐 퀄컴, 미디어텍과 겨룰 수 있는 글로벌 기업을 키우는 방향으로 성장전략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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