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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온, 투자유치 구조에 드러난 '자신감' 보통주 유상증자·35조 기업가치 희망...FI "매력적이지만 투자구조 부담"

조세훈 기자공개 2022-02-09 08:37:43

이 기사는 2022년 02월 08일 13: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그룹이 SK온의 투자유치에 자신감을 보이고 있다. 투자금 회수 리스크가 높은 보통주를 발행하면서 기업가치도 35조원 가량을 희망하고 있다. 일부 글로벌 사모펀드(PEF)운용사와 국부펀드만을 대상으로 제한적 입찰을 받는 등 매도자 우위의 협상을 이어가고 있다. 글로벌 2차 전지 업체에 투자할 마지막 기회라는 점을 적극 활용하고 있는 모양새다.

8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모간스탠리와 도이치증권은 전날(7일) SK온 프리IPO(상장 전 지분투자) 예비입찰을 진행했다. 제한적 원매자로 초대받은 칼라일그룹, 콜버그크래비스로버츠(KKR), 텍사스퍼시픽그룹(TPG), 위버그 핀커스, 싱가포르투자청(GIC) 등 중 대다수가 예비입찰에 응찰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번 투자유치 구조는 SK그룹에 유리하게 짜여 있다. SK온은 이번 프리IPO를 진행하면서 기업가치를 35조원 가량으로 제시했다. 당초 40조원을 고집했으나 시장과의 괴리가 상당하다는 점을 인식하고 한발 물러섰지만 여전히 고밸류에이션을 포기하지 않고 있다. 시장에서는 SK온의 시장점유율이 LG에너지솔루션의 25%가량에 불과하다는 점을 근거로 25조원~30조원을 적정가치로 추산하고 있다.

기업가치뿐 아니라 투자 형태와 향후 투자유치 등에서도 투자자에게 불리하도록 설계돼 있다. SK온은 보통주 유상증자 형태의 투자 유치를 희망하고 있다. 보통주는 우선주와 달리 회수 안전장치가 없어 리스크가 높은 투자방식이다. 배당금이 일정 정도 보장되는 우선주에 비해 보통주는 배당 이익도 작다. 반면 투자대상 기업은 상환 부담이 없고 재무구조 상 자본으로 인정돼 재무건전성이 개선되는 효과가 있다.

향후 투자유치 계획도 재무적투자자(FI)에게 부담이다. SK온은 설비투자(CAPEX)에 총 30조원을 쏟아붓겠다는 목표다. 이번 3조원을 포함해 후속 투자유치와 IPO를 통한 신주모집으로 총 10조원의 자금을 모을 예정이다. 남은 20조원은 금융권 차입을 통해 조달한다. 이번 투자유치가 보통주로 이뤄진 만큼 후속 투자가 이뤄지면 지분 희석이 불가피하다. 여기에 차입 규모가 너무 커 안정성이 다소 취약하다는 문제를 가지고 있다.

IB업계 관계자는 "지분 희석과 대규모 차입을 고려하면 높은 기업가치에 보통주 형태로 투자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라며 "본입찰에도 이런 구조가 지속된다면 일부 원매자는 이탈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우려에도 SK그룹이 투자유치 눈높이를 높인 데는 2차전지 시장에 유동성이 급격히 쏠리고 있다는 점을 고려한 것으로 풀이된다. 2차전지 시장은 높은 성장성을 유지하고 있으며 ESG원칙에도 부합돼 글로벌 자금이 유력한 투자처로 낙점해 놓은 상태다.

빅5 기업에 대규모로 투자할 수 있는 사실상 마지막 기회라는 점도 영향을 미쳤다. SK온은 지난해 2차전지 분야에서 CATL, LG에너지솔루션, 파나소닉, BYD에 이어 5위 사업자로 도약했다. 시장점유율은 5.6%로 3위인 파나소닉(12.2%)과 6.6%포인트로 뒤처져있다. 하지만 계획대로 향후 30조원의 설비투자를 하면 3위까지 도약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SK온이 유망한 투자처는 맞지만 2차 전지 시장이 치열한 증설 경쟁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이 예상보다 저하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때문에 SK온이 원하는 투자 구조가 최종적으로 실현될 수 있을지 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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