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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토건 '이름없는 대주주' 딜레마 thebell desk

박창현 M&A부장공개 2022-02-21 08:24:01

이 기사는 2022년 02월 18일 08:0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숫자 1은 다양한 상징성을 지닌다. 최초, 최고, 정통성, 절대성 등의 의미를 내포한다. 뇌리에 깊게 박히는 아우라와 메타포를 지녔다. 세상이 1이라는 숫자에 집착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삼부토건은 국내 건설업 면허 1호 기업이다. 경부고속도로와 서울지하철 1호선 등 현대사를 관통하는 대형 토목 공사들이 삼부토건의 작품이다. 물론 현재의 처지는 과거의 영광에 비할 바가 못 된다. 그럼에도 삼부토건이 M&A 매물로 나오자 시장의 이목이 쏠리고 있다. 숫자 1의 힘이다.

관심도와 무게감만큼 딜 난이도도 상당하다. 여타 M&A와 달리 삼부토건 딜은 실체적 대주주가 없다. 다사다난했던 과거, 그 그늘이 짙은 탓이다.

삼부토건은 서울 서초구 헌인마을 재개발 사업에 뛰어들었다가 사업 부실로 2015년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2년 만에 M&A를 통해 휴림로봇(옛 DST로봇) 컨소시엄을 새 주인으로 맞으면서 정상화 기회를 잡았다. 하지만 곧 인수 주체 간에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히면서 혼란의 시기를 겪었다.

이런 와중에 코스닥 상장사 코디엠이 중심을 잡고 지배구조를 구축해나갔다. 우호 투자조합을 활용해 직·간접적으로 지배력을 높였다. 다만 얼마 지나지 않아 코디엠마저 대내외 변수로 사실상 와해되면서 삼부토건도 붕 떴다.

벌어진 오너십 틈새로 노동조합이 들어왔다. 노조는 탄탄한 조직력과 높은 사업 전문성을 앞세워 목소리를 높였다. 불확실성이 산적한 상황에서 노조는 협상 주도권을 쥘 수 있었다. 그 결과 이사회 안건 상정과 등기임원 선임 등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위치에 올라섰다.

이름 없는 대주주와 강력한 노조의 만남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았다. 삼부토건은 법정관리 졸업 이후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빠른 안정화에 성공한 셈이다.

다만 재매각 이벤트 관점에서 보면 이는 또 다른 문제다. 안정화 요인이 이제는 가장 큰 불확실성 변수가 되고 있다. 삼부토건의 표면적인 1대주주와 2대주주는 휴림로봇과 우진이다. 하지만 두 주주 모두 삼부토건 이사회에 발도 못 붙이고 있다. 단순 투자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다.

이름없는 대주주는 자금 회수를 위해 M&A를 택했다. 거래 구조상 새로운 투자자는 이 미스터리한 대주주의 자금회수 창구가 돼야 한다. 여기에 한 묶음으로 각종 주식연계채권(CB, BW)까지 사줘야 한다. 찜찜한 대목이다. 설사 그 지분을 손에 넣는다고 하더라도 과연 온전히 경영권을 행사할 수 있을지도 의문이다. 현재 노조가 깊숙이 경영에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수후보들 역시 이 같은 리스크를 이미 상당부분 알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 아니 그 대주주의 존재와 실체를 그 누구보다 빠르게 파악했을 수 있다. 다만 부담이 큰 탓일까. 삼부토건 유력 후보군으로 거론만 돼도 기업들은 손사래 치기 바쁘다. 몇몇은 억울함을 표하기까지 했다.

M&A는 불확실성을 해소해 나가는 전략 게임이다. 삼부토건은 불확실성으로 쌓아 올린 산처럼 보인다. 최고 난이도 딜이라는 이야기가 나오는 이유다. 매각주관사인 삼정KPMG도 에이스팀을 투입했다는 후문이다. 그럼에도 숫자 1의 매력은 상당하다. 이제는 선택의 순간이다. 앞으로 나아갈 것인가, 뒤돌아설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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