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양그룹, 외식업 철수 '삼양F&B' 청산 못하는 까닭은 영업중단 2년 개점 휴업, 자본잠식 '부채 213억' 홀딩스 등 관계사 채무 미변제
이우찬 기자공개 2022-02-25 08:03:32
이 기사는 2022년 02월 24일 16시1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그룹이 외식사업에서 손을 뗀 지 2년 가까이 흘렀지만 관련 법인을 유지하고 있는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직원을 대거 줄인 가운데 계열사로부터 차입을 연장하며 운영을 이어가고 있다.삼양그룹은 외식사업 철수 후 약 2년간 청산을 진행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최근에는 외식사업 법인인 삼양에프앤비(F&B)가 계열사 삼양사로부터 운영자금 명목으로 94억원의 차입을 연장했다. 상환일은 내년 2월21일로 이자율은 2.17%다.
삼양F&B는 삼양그룹이 레스토랑 외식 프랜차이즈업을 확대하기 위한 목적으로 2006년 '세븐스프링스'를 인수해 설립됐다. 그룹 지주사 삼양홀딩스가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세븐스프링스는 서울에서 4개에 불과한 소규모 점포로 운영됐던 패밀리레스토랑이지만 샐러드바 개념 도입으로 인기를 끌었다.
삼양그룹은 밀가루, 설탕 등 삼양사의 기존 주력 식품사업과 세븐스프링스 시너지를 기대했다. 한때 매장을 20여개까지 늘리며 외형을 확대했지만 패밀리 레스토랑 인기가 수그러들면서 수익성이 악화됐다.
삼양F&B는 2013년부터 연속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2014년 베이커리 브랜드 '믹스앤베이크'의 삼양푸드앤다이닝을 삼양F&B에 흡수합병하며 반전을 도모했지만 여의치 않았다. 삼양그룹은 2년 전 외식사업 철수를 선언했다.
삼양F&B는 2020년 4월 당시 외식사업 철수를 선언했으나 법인 청산과 직원 거취에 대해서는 결정된 게 없다고 밝혔다. 다만 그해 임직원들을 대거 정리한 것으로 관측된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2018년 63억원, 2019년 46억원 규모였던 종업원급여가 2020년 8억원으로 줄었기 때문이다.
삼양F&B는 2020년 기준 매출 27억원, 영업손실 8억원을 각각 기록했다. 부동산임대업 등으로 매출을 올리는 것으로 전해진다. 삼양홀딩스, 삼양사, 삼양패키징 등 계열사 수의계약으로는 약 4억원의 매출을 올렸다. 계열사에 커피 등 음료를 판매했다.
삼양F&B는 삼양사 경영기획PU장을 겸직하는 서정배 대표이사와 삼양F&B 경영지원팀장 출신 이현준 사내이사, 삼양사 경영관리팀장 출신 이수범 사내이사로 이사회를 운영하고 있다.
삼양F&B의 2020년 말 기준 자본총계는 마이너스(-) 180억원으로 자본잠식 상태다. 부채총계는 213억원이며 이중 차입금은 101억원이다. 자산총계는 33억원에 불과해 자체 청산이 어려운 상황이다.
모기업인 삼양홀딩스의 유상증자 등 자금 수혈이 있어야 채무를 변제하고 청산할 수 있는 셈이다. 삼양그룹이 삼양F&B 청산을 서두르지 않는 이유는 채권자 대부분이 삼양그룹 계열사이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법인 청산에서 우선 변제해야 몫으로 제3자에 해당하는 매입채무가 꼽힌다. 삼양F&B의 부채 213억원 중 매입채무와 기타채무는 105억원이다. 이 중 그룹사인 삼양사, 삼양홀딩스, 삼양데이타시스템즈에 갚아야 할 채무가 87억원이다. 특히 삼양사에게 갚아야 할 매입채무는 86억원이다. 차입금 101억원도 대부분 계열사에서 조달했다. 삼양사로부터 단기차입금 94억원을 빚지고 있다.
청산이 아닌 부도 처리 등으로 회사를 정리할 수도 있지만 이는 실현 가능성이 희박하다. 주력 계열사인 삼양사가 자본시장에서 회사채를 발행하는 등 대외 신용도가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입채무, 차입금 등 구성을 보면 삼양사가 손실 대부분을 떠안게 될 것 같다"며 "채무 대부분이 그룹 계열사와 연관돼 내부 교통정리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삼양홀딩스 관계자는 "법인 청산 방법과 시기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며 "신사업 등 새로운 방향성 등 모든 가능성에 대해서도 열어 놓고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현재 삼양F&B는 홍익대 부근에 있는 건물 부동산임대업과 '카페세븐' 브랜드로 소규모 커피 사업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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