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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기업 ESG 최대 이슈는 '우수인재 확보'" [thebell interview]컨설팅 전문가 삼정KPMG 김정남 상무가 보는 반도체 업계의 ESG경영

김혜란 기자공개 2022-03-31 14:00:01

이 기사는 2022년 03월 28일 15:0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반도체 기업들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서 가장 다루기 까다로운 부분은 E, S, G 중 무엇일까. 통상적으로 반도체 공정에서 수많은 화학물질을 다루는 데다 'RE100'(재생에너지 100%)이 세계적 화두인 만큼 'E' 분야라고 생각하기 쉽다.

흔히 반도체 기업의 ESG 전략을 얘기할 때 언론 등에서 가장 많이 다루는 것도 탄소중립, RE100 등 환경 이슈다. 삼정KPMG의 기업 ESG 전략 컨설팅 전문가 김정남 상무(사진)는 이런 통념과 달리 "반도체 업계의 최대 고민은 S 분야"라며 "환경만큼 중요한 영역"이라고 강조했다.

S 영역에는 산업재해(중대재해처벌법), 인적자원, 노사관계, 공급망 관리 등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 중 과학기술인재 확보가 반도체 업계에서 가장 중대하고 시급한 과제라는 게 김 상무의 설명이다. 인재가 부족해 글로벌 기술경쟁에서 뒤처지면 심각한 재무적 타격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ESG는 '재무적 영향' 따져야

김 상무는 전통적 개념의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과 ESG를 동전에 비유했다. 동전의 양면처럼 같이 가는 것이지만, 구분해서 봐야 한다는 것이다. CSR이 기업 환경·사업에 영향을 주는 요인들을 관리하는 '앞면'이라면 ESG는 CSR 성과로 인해 돌아오는 기업의 재무적 영향을 꼼꼼하게 따져보는 활동이다. 글로벌 투자자들은 온실가스 감축은 중요한 문제지만, 반도체 업종의 재무적 리스크를 키울 ESG 이슈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삼정KPMG는 전사가 ESG 태스크포스팀(TFT) 형태로 움직이며 기업들에 종합적인 ESG 전략 자문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전문적이고 심층적인 경영컨설팅을 제공하기 위해 김 상무가 이끄는 ESG 전략팀을 중심으로 각 기업의 상황과 특성에 맞게 정보기술(IT), 인수·합병(M&A), 금융 각 분야 전문가들이 협업한다.

에너지공단이 발표한 2020년 산업부문 온실가스 배출량 통계 자료에 따르면 전체 제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에서 국내 반도체 기업 비중은 약 4%다. 생태계 밸류체인에 속하는 소재·부품·장비 업체들의 배출량을 다 합쳐서 이 정도다. 금속제조(40.7%), 화학(11%), 정유(10.8%), 플라스틱(5%) 등 다른 제조업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비중이 적은 편이다.

김 상무는 "반도체 기업들은 온실가스 저감 노력을 지속적으로 해왔다"며 "삼성전자의 경우 고성능·저전력 반도체 생산, 고효율 설비와 신기술 도입 등을 통해 할 수 있는 공정 효율화는 최대치까지 끌어올려 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자체 조사결과에 따르면 2020년 삼성전자의 신재생에너지 사용 비중은 전체의 17.5% 정도다. 이는 세계적 팹리스(반도체 설계) AMD, 퀄컴, 브로드컴, UMC가 쓰는 전체 전력 사용량과 유사하다.

그럼에도 삼성이 환경 이슈로 유독 주목받는 것은 RE100 선언을 주저하는 탓이다. 글로벌 초일류인 삼성이 여기에 드는 돈이 걱정될리는 없다. 그리고 해외 사업장에선 이미 RE100을 달성했다. 삼성의 우려는 국내는 신재생에너지를 수급할 제도적 여건이 미흡한 탓에 약속을 지키지 못할 수 있단 데 있다.

◇글로벌 '인재전쟁', 인력수급에 달린 국내 반도체산업 미래

그럼 반대로 가장 중요한 ESG 이슈는 무엇일까. 김 상무는 "S 분야, 그중에서도 인재와 공급망 관리 문제"라며 "인력난이 단연 반도체 기업들의 최대 난제"라고 강조했다.

그는 "기술인재가 반도체 경쟁사로 유출되는 것뿐 아니라, 정보기술(IT), 정보통신기술(ICT) 기업 등 빅테크, 벤처·스타트업으로 빠져나가는 것도 큰 문제"라고 말했다. 첨단 ICT 산업이 크게 성장하면서 과학인재들은 더 이상 반도체 기업만 찾지 않는다. 매력적인 연봉과 복리후생, 성장 기회 등을 제시하며 인재를 유치하려는 빅테크들과도 치열하게 경쟁해야 한다.

인재 이탈은 국내 반도체 산업 경쟁력 약화를 불러와 '반도체 강국'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심각한 문제다. 인재를 유치하고 유지하지 못하면 기술경쟁력 확보는 불가능하다. 장기적으로 기업의 존망을 좌우할 최대 리스크가 될 수 있다.

김 상무는 "투자자들도 기업이 퇴사율과 이직률을 낮추고 우수한 임직원을 지속적으로 채용할 수 있느냐를 중요하게 바라본다"고 했다.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 TSMC가 이직률 목표를 정하고 매년 이를 공시하는 것도(2020년 기준 약 5%) 이런 배경에서다.

국내 기업들도 최근 몇 년간 성과급 인상, 인사·평가제도 개편, 인권경영 실현, 여성과 인종 등 다양성 보장을 화두로 조직문화를 바꾸는 데 힘을 쏟았다. 경영진들이 나서서 MZ세대(밀레니엄+Z세대) 생각을 이해하기 위해 소통하고, 나이와 무관하게 인재를 중용하겠단 의지를 강하게 드러내는 것도 우수 인재를 유치하기 위한 노력이다.

그러나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매년 약 1500명의 신규 인력이 필요하나, 현장에 바로 투입가능한 석·박사급 반도체 전문인력은 연간 150명 정도에 불과한 것으로 추산된다. 인력 수급은 기업 혼자, 돈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첨단인재 확보 경쟁에서 이기는 국가가 미래 반도체 산업을 주도하게 된다는 건 누구나 안다. 경쟁국인 미국과 중국은 반도체 첨단인재 양성을 위해 정부가 앞장서 시스템 개혁을 주도하고 있으나 국내에선 여전히 정치적 논리가 반도체 산업 인력대책보다 앞서는 게 현실이다.

지난 1월 국회를 통과한 '반도체 특별법'도 업계가 절실하게 요구해온 수도권 내 반도체학과 정원 증설안 등이 교육계와 정치권의 반대로 빠지며 '반쪽짜리'가 됐단 평가가 나온다. 이대로라면 '구인난'은 지속되고 S 리스크도 부각될 수밖에 없다.

◇환경 리스크를 해결하는 것도 곧 인재

사회 분야에서 중요한 건 또 있다. 반도체 공급망은 워낙 광범위한 탓에 관리가 어렵다. 김 상무는 이 중에서도 '분쟁광물' 문제를 예로 들었다.

그는 "협력사가 광물을 어디서 채취했는지 추적하는 체계를 구축하는 게 시급하다"며 "고객사(완성품 업체)에서 분쟁 지역에서 나온 광물로 제조한 부품(반도체)이라 안 받겠다고 하면 재무적으로 큰 타격이 올 수 있다"고 설명했다. 미국과 중국 간 패권다툼 등 국제정치적 이슈로 불확실성이 상존한단 점도 부담이다.

저탄소가 곧 돈이 되는 시대다. 인적자원이 충분해야 저탄소를 실현할 클린테크(청정기술) 주도권도 쥐고 갈 수 있다.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찾는 것도 결국 사람이 하는 일이다. 김 상무는 "반도체기업들의 ESG 경영에서 가장 중요한 건 인재를 잘 관리하는 것"이라며 "저탄소 경제에서 온실가스를 많이 배출하는 건 분명 리스크지만, 친환경 기술 개발, 제품 생산으로 글로벌 저탄소 시장을 선점하는 기회를 만들어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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