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코를 움직이는 사람들]불문율 깬 정탁 사장, 상사 출신 마케팅 '한우물'④월드프리미엄 앞세운 마케팅 성과, '혁신' 상징으로 거듭…최 회장과 이사회 활동 '접점'
유수진 기자공개 2022-04-06 09:02:40
[편집자주]
포스코그룹이 최근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100년 기업'이 되기 위한 첫 걸음을 내딛었다. 시대의 요구에 맞는 유연성을 갖추고 사업별 경쟁우위를 유지해야 한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지주사를 중심으로 기존 철강사업을 뛰어넘어 그린 에너지 기업으로 변신을 꾀하고 있다. 더벨은 '새로운 50년'을 준비하는 포스코 사람들의 면면을 조명한다.
이 기사는 2022년 03월 31일 09: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정탁 포스코 사장은 포스코그룹의 '혁신'을 보여주는 상징적 인물이다. 굴뚝산업 특성상 보수적이고 폐쇄적인 분위기가 강한 포스코에서 '마케팅' 담당 중 처음으로 사장 자리에 앉았다. '정통 포스코맨'만 등기임원에 오른다는 불문율을 깬 '1호'기도 하다.◇대우인터 출신, 포스코서 '마케팅' 한 우물
포스코는 이달 초 창립총회를 개최하고 김학동 부회장과 정 사장을 각각 대표이사에 선임했다. 두 사람 모두 분할 전 포스코에서 사내이사로 활동했던 인물들이다. 철강부문이 분할돼 출범한 만큼 부문장이던 김 부회장이 회사를 이끌 걸로 일찌감치 예견됐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대표이사가 한명 더 있었다. 바로 정 사장이다.
다소 의외란 반응이 많았다. 정통 포스코맨이 아니라는 점이 가장 컸다. 심지어 정 사장은 뿌리가 상사업계다. 그래도 철강과의 접점은 있었다. 대우인터내셔널(현 포스코인터내셔널) 근무 당시 철강무역 담당으로 포스코를 상대했다. 이때의 경험 덕에 2010년 포스코가 대우인터내셔널을 인수한 뒤 금속본부장과 열연본부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파격' 인사라는데는 이견이 없다. 전통적으로 포스코는 내부 출신들이 요직을 차지해왔다. 그것도 생산(현장)이나 전략·기획 출신들이 주류였다. 포스코홀딩스·포스코 대표이사인 최정우 회장과 김학동 부회장, 전중선 사장만 봐도 알 수 있다. 모두 1980년대 초중반 포항제철로 입사해 회사와 함께 성장해온 전략통(최 회장·전 사장)이거나 현장 전문가(김 부회장)다.
정 사장은 포스코에서 해외마케팅실장(상무)을 거쳐 2016년 9월까지 에너지조선마케팅실장을 지냈다. 이후 철강사업전략실장과 철강사업본부장을 역임했다. 철강사업본부장은 이전까지 탄소강 출신들이 주로 앉았던 자리지만 그가 차지했다. 당시 마케팅 조직이 철강사업본부 산하에 있었다.
그렇다면 정 사장은 어떻게 승승장구 할 수 있었을까. 기본적으로 그룹 차원에서 인사 혁신을 외치며 '순혈주의' 타파에 나선 덕을 봤다. 그가 포스코인터에서 포스코로 둥지를 옮긴 건 2012년으로 그룹 차원에서 추진한 인사 교류의 일환이었다. 불확실한 경영환경 속에서 살아 남으려면 출신이 아닌 능력을 봐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결과다.
이와 맞물려 남들과 차별화되는 이력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정 사장은 오랫동안 '마케팅'이란 한 우물을 파온 전문가다. 이것이 성과로 이어져 롱런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된 것으로 보인다. 마케팅은 직접적으로 제품 판매량을 좌우하는 역할을 한다.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고 기업 이미지를 제고하는 것 역시 마케팅의 몫이다.
포스코는 기술력과 수익성을 겸비한 월드프리미엄(WP) 개념을 도입하고 고부가가치 제품 중심의 마케팅 전략을 펼쳐왔다. 이는 매출 증대와 수익성 개선 등으로 이어졌다. 이같은 과정에 정 사장의 기여도가 컸다. △3원계 고내식 합금도금강판 '포스맥' △친환경차 제품·솔루션 통합 브랜드 'e Autopos' △프리미엄 강건재 브랜드 '이노빌트' 등 다수의 브랜드를 론칭해 철강 경쟁력을 강화하고 친환경 기업으로 거듭나도록 한 것도 마찬가지다.
마케팅본부장이 된 건 2019년 1월이다. 당시 대규모 조직개편으로 신성장부문이 추가됐고 철강부문은 마케팅본부·생산본부·구매투자본부 삼각편대로 재편됐다. 이때부터 3년 넘게 마케팅본부를 총괄해오고 있다.
따라서 포스코가 지주사 체제 전환을 발표했을 당시 정 사장은 사업회사로의 이동이 점쳐졌다. 여전히 마케팅본부가 철강부문 산하에 있기 때문이다. 지난 2월 물적분할 전 조직도에 따르면 마케팅본부는 포스코 내에서 생산기술본부, 경영지원본부 등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최 회장과 3년간 이사회·경영위 활동, 신뢰관계 '돈독'
작년 말 임원인사에서 그가 김학동 부회장, 전중선 사장과 함께 승진했을 때 최 회장 중심 체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한 인사라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네 사람은 수년간 지근거리에서 손발을 맞춰온 관계다. 돈독한 신뢰가 구축돼 있는 건 물론이다.
이들이 함께 이사회 활동을 시작한 건 2019년 3월이다. 최 회장과 전 사장, 장인화 당시 사장이 있던 이사회에 나머지 두 사람이 합류했다. 정 사장은 마케팅본부의 수장이 된 지 3개월째에 등기임원이 됐다.
당시에도 포스코 창립 이래 최초의 상사업계 출신 사내이사로 많은 화제를 모았다. 포스코의 인사 기조가 '출신'에서 '능력' 중심으로 바뀌고 있다는 걸 한눈에 확인할 수 있는 증거나 다름 없었다. 이후 2020년과 2021년에도 재선임됐다. 넷이서 3년 동안 이사회 활동을 함께한 셈이다.
정 사장은 이사회 산하 전문위원회 참여가 많지는 않았다. 기본적으로 포스코가 사외이사를 중심으로 위원회를 꾸리기 때문이다. 지난해엔 경영위원회에서만 활동했다. 원래 이사후보추천위원회 위원이었으나 작년 8월 독립성 강화 차원에서 해당 조직을 사외이사로만 구성키로 규정이 바뀐 영향이다.
그래서 최 회장과의 접점도 경영위원회가 유일하다. 경영위는 철강사업 관련 투자를 검토하고 심의하는 조직으로 사내이사만 구성원이 될 수 있다. 정 사장은 현재 사업회사 포스코에서는 아무런 위원회에도 소속돼 있지 않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관련기사
best clicks
최신뉴스 in 전체기사
-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윤승규 기아 부사장 "IRA 폐지, 아직 장담 어렵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셀카와 주먹인사로 화답, 현대차 첫 외국인 CEO 무뇨스
- [북미 질주하는 현대차]무뇨스 현대차 사장 "미국 투자, 정책 변화 상관없이 지속"
- 수은 공급망 펀드 출자사업 'IMM·한투·코스톤·파라투스' 선정
- 마크 로완 아폴로 회장 "제조업 르네상스 도래, 사모 크레딧 성장 지속"
- [IR Briefing]벡트, 2030년 5000억 매출 목표
- [i-point]'기술 드라이브' 신성이엔지, 올해 특허 취득 11건
- "최고가 거래 싹쓸이, 트로피에셋 자문 역량 '압도적'"
- KCGI대체운용, 투자운용4본부 신설…사세 확장
- 이지스운용, 상장리츠 투자 '그린ON1호' 조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