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2년 03월 24일 08:2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포스코 역사에서 '제2의 창업'이 시작됐다. 포스코홀딩스 출범은 지난 반세기 동안 이뤄낸 철강 성공의 신화를 넘어 명실상부한 100년 기업으로 다시 태어나는 첫 출발이 될 것이다."

최정우 포스코그룹 회장은 지난 2일 서울 포스코센터에서 열린 포스코홀딩스 출범식에서 이 같이 말했다. 작년 12월 시작한 지주사 전환 작업에 마침표를 찍은 자리다. 이날 지주회사 포스코홀딩스와 철강사업회사 포스코가 각각 출범했다. 그렇게 포스코그룹은 설립 54주년째인 2022년 지배구조상 가장 큰 변화를 맞이했다.

◇시장 소통·주주 설득 '앞장'…지주사 전환 '중책' 완료

말도 많고 탈도 많았던 3개월이었다. '재계 6위'라는 위상에 걸맞게 수많은 이해관계자가 엮여있기 때문이다. 이 기간 누구보다 열심히 지주사 전환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시장과 소통한 사람이 바로 최 회장이다. 주주 설득에도 팔을 걷어붙였다.

이제 겨우 한숨 돌리고 있지만 '끝'이 아니다.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내뱉은 약속들을 지켜야 하는 숙제가 남았다. 포스코그룹은 이차전지소재와 수소 등 신사업을 본격 육성하고 기업가치를 제대로 평가받기 위해 지주사 전환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지주사 디스카운트' 우려로 물적분할을 반대한 주주 설득을 위해 '자회사 비상장' 카드도 꺼냈다.


선봉장은 당연 최 회장이다. 포스코홀딩스를 통해 그룹 전반을 안정시키고 주가 상승 등 실제 기업가치 제고로 이어지는 모습을 '증명'해야 한다. 그는 '리얼밸류(Real Value)' 경영을 펼치겠다고 공언했다. 리얼밸류란 기업활동을 통해 창출되는 모든 가치의 총합으로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사회구성원들에게 제공하는 경제, 환경, 사회적 가치를 포괄하는 개념이다.

그동안 '철강'에 집중했던 포트폴리오를 수정해 '균형'에 초점을 맞춘다. '철강기업' 이미지론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2030년까지 △철강 △이차전지소재 △리튬·니켈 △수소 △에너지 △건설·인프라 △식량 등 7대 사업을 균형있게 키운다는 계획이다. 이를 통해 기업가치를 현재(시가총액 27조원 내외)의 3배 수준으로 끌어올리는 게 목표다.

이 과정에서 철강 사업회사 포스코를 포함해 모든 자회사를 비상장 상태로 유지하기로 했다. 지주사 주주의 가치 훼손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서다. 추후 수소나 니켈 등 주요 신사업을 분할하더라도 마찬가지다. 이번 지주사 전환에 앞서 포스코 정관엔 상장 추진시 지주사 주주들의 동의를 얻어야 한다는 내용이 명시됐다.


최 회장은 배당 확대와 자사주 소각 등 주주친화 강화에도 적잖이 신경쓰고 있다. 주주들에게 포스코의 의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잣대'이기 때문이다.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을 바탕으로 사상 최고액(주당 1만7000원)을 주주들에게 돌려줬으나 '목표'엔 미치지 못했다. 2022년까지 연결 배당성향 기준 30%를 약속했지만 19.43%에 그쳤다.

자사주 소각 역시 늦지 않게 마무리 지어야 하는 과제다. 시기와 규모는 아직 미정이다. 최 회장은 "시장 기대를 반영해 회사가 보유한 자사주(13.26%) 중 최적의 소각 규모 및 시기를 검토 중"이라며 "충분한 논의를 통해 자사주 소각을 포함한 주주가치 제고 방안을 실행하겠다"고 말했다.

◇두번째 임기 2년차, '신사업' 투자 속도…'잔혹사' 끊을까

최 회장은 올해로 '회장 4년차'다. 작년 3월 연임에 성공하며 두번째 임기를 시작한 지 이제 막 1년이 지났다. 처음 3년은 '기업시민'이 최대 관심사였다면 '2기'는 '혁신과 성장'에 초점을 맞춘 모습이다. 그의 머릿속 구상이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구체화됐다.

1957년 4월생인 그는 1983년 대학을 졸업하자마자 곧바로 포스코에 입사했다. 포스코 재무실장과 포스코인터내셔널 기획재무본부장, 포스코 CFO 등 재무부문에서 주로 근무했다. 포스코 뿐 아니라 포스코건설과 포스코케미칼 등 주요 계열사를 두루 경험해 그룹 전반을 샅샅이 꿰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다.


2015년 7월 포스코 가치경영실장(부사장)을 맡아 계열사 구조조정과 경영쇄신 작업을 이끌었다. 이듬해 2월 가치경영실이 재무실과 합쳐 가치경영센터로 확대되면서 CFO 역할도 책임지게 됐다. 2017년 3월 사장 승진과 동시에 권오준 회장, 오인환 사장과 함께 공동 대표이사를 맡았다.

최 회장이 처음 포스코 회장 후보에 낙점된 건 포스코케미칼 대표로 있던 2018년 6월이다. 당시 철강업계 안팎에서는 '비(非)엔지니어' '비(非)서울대' '비(非)제철소장' 이라는 세가지 키워드에 집중했다. 포스코 이사회가 포피아(포스코+마피아) 논란에서 벗어나기 위해 최 회장을 선택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부산대 경제학과를 나온 최 회장은 전형적인 재무통이다. 포스코 역대 회장들과 비교할 때 '걸어온 길'에 차이가 있다. 최초의 비엔지니어 출신이자 1998년 이후 20년 만에 나온 비서울대 회장이다. 다만 최 회장은 해당 사실이 자칫 전문성 부족이란 인식을 낳게될까봐 우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취임 초 기자간담회에서 "한 회사에서 30년 정도 일하면 그 업에 대한 전문가"라며 "제철소에서 원가관리와 회계를 맡아 모든 공정을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여기서 한발 더 나가 "엔지니어 출신 CEO와 달리 제철소 공정에서 효율성이 떨어지는 부분을 상업적 측면에서 바라보며 개선할 수도 있을 것"이라고도 덧붙였다.

사실상 이때부터 포스코가 신사업 발굴에 속도를 낼 걸로 보는 시각이 있었다. 철강만으로는 성장에 한계가 있다는 공감대가 기본이었고 최 회장이 '비제철소장' 출신이라는 점도 하나의 근거가 됐다. 철강 외 다른 분야로 시야를 확대할 걸로 기대됐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 회장은 꾸준히 친환경 중심의 미래 성장사업을 발굴해왔고 연임 이후 더욱 속도를 붙이고 있다. 대표적인 게 수소다.

재계는 최 회장의 남은 임기 2년에 주목한다. 지금껏 해온 것처럼 자신에게 주어진 과제를 수행하며 그룹의 도약을 이끌 거란 관측이 우세하다. 일각에선 최 회장이 1990년대부터 이어지고 있는 '포스코 회장 잔혹사'를 끊어내는 첫 번째 인물이 될지에도 관심을 보인다. '오너 없는' 포스코그룹에서 역대 회장을 맡았던 인물들은 임기를 끝까지 마치지 못하고 중도 하차를 반복했다.